[리뷰] 언제든지 내 속도로 즐기는 JRPG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
80~90년대부터 게임을 즐긴 이용자들이라면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 매력적인 시나리오, 턴제 방식의 전투 등으로 대표되는 JRPG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런 게이머를 위해 최근 국내 시장에 JRPG의 본가이자 명가인 스퀘어에닉스가 신작 모바일게임을 하나 론칭 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가 그 주인공으로, 국내 서비스는 넷이즈게임즈가 맡았다.
이 게임은 2018년 닌텐도 스위치로 첫 작품이 발매된 '옥토패스 트래블러'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자 스마트폰용 게임이다. 일본에는 우리보다 앞선 21년 출시되어 3년간 큰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니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는 완전한 싱글 JRPG였다는 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모바일 게임이고, 캐릭터 뽑기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게임이지만, 완전한 싱글 플레이 RPG의 모습과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게임에 멀티플레이가 없어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 오롯이 내 속도에만 맞춰 언제 어디서나 JRPG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강점이었다.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즐기고, 조금 더 플레이가 편한 상황이 오면 화면이 큼직한 패드로 즐기면서 오랜만에 JRPG가 가진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에서 90년대를 풍미했던 JRPG의 감성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아름다운 도트 그래픽이다. 스퀘어에닉스는 HD-2D 그래픽을 통해 JRPG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HD-2D 그래픽은 2D 픽셀 그래픽의 캐릭터와 3D 그래픽 환경 등이 어우러진 화면 스타일로 과거 도트 게임에 비해 명확하고 깔끔하며, 일반적인 3D 그래픽 보다는 따뜻한 느낌을 전한다. 스퀘어에닉스는 HD-2D 그래픽을 스위치를 통해 선보인 '옥토패스 트래블러'로 선보인 바 있으며,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에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그 그래픽을 고스란히 구현했다.
게임의 플레이는 부와 권력, 명예 중 먼저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 JPRG처럼 게임 내 캐릭터 간의 대화나 연출 등으로 게임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스토리 퀘스트는 1장, 2장, 3장으로 이어지는 챕터로 형식으로 구현됐다.
당연히 후반 챕터로 갈수록 게임의 난도 높아지며, 과거 JRPG처럼 전투를 통해 레벨을 올려야 한다. 다만, 게임 스타일상 일반적인 전투보다 이벤트 형식으로 준비된 발견을 통해 만나는 '캣링'을 통해 많은 경험치를 확보할 수 있고, 게임 내 퀘스트 등을 해결하며 확보한 경험치 열매로 레벨을 올리는 쪽이 훨씬 편하다.
이른바 '노가다'를 통한 레벨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이 조금 답답할 수 있지만, 조금 늦더라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기 때문에 크게 불만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즐기면 된다고 본다. 참고로 캐릭터 레벨을 올리고 나면 더 좋은 어빌리티도 획득할 수 있다.
기자는 첫 스토리 퀘스트로 부와 관련한 퀘스트를 진행했다. 조금은 뻔한 스토리이지만, 오직 부를 추구하는 악당과 세상에는 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제법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여기에 각 챕터 별로 진행하는 게임인 만큼 오랜만에 와서 게임을 즐겨도 전 챕터의 이야기를 기어갈 수 있도록 전 챕터의 스토리를 요약해 전달해준다. 또 부와 관련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가도 명예나 권력 스토리를 언제든지 즐길 수 있으니 입맛에 맞는 대로 즐기면 된다.
아울러 메인 스토리만큼 게임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스토리도 매력적으로 갖춰져 있다. 캐릭터마다 별도의 스토리 미션이 마련되어 있으며, 파티의 인원으로 사용하는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해당 캐릭터의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파티에 참여시켜 진행해야 한다. 캐릭터가 그저 하나의 상품이 아닌 게임 콘텐츠인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의 강점으로 다가온 부분은 전투 시스템이다. 이용자는 4명의 캐릭터를 사용했던 원작과 달리 8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꾸미고 턴 제 방식의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전략적으로 구성된 전투 시스템이 특징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의 전투는 적의 약점을 공격해 적을 브레이크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각 몬스터는 무기의 종류와 마법 속성에 따른 약점이 있고, 약점을 몇 회 이상 공략하면 브레이크에 빠진다. 브레이크에 들어간 적은 한 턴간 제대로 행동할 수 없다. 브레이크만 잘 유발시키면 파티의 큰 피해 없이 보스 몬스터도 공략할 수 있다.
또 게임 내에 도끼, 활, 단검, 책, 지팡이, 부채 등 다양한 무기가 존재하고 파티원 8명 모두 다른 무기로 구성할 수 있어, 파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도 중요하다. 게다가 한 명이 여러 무기를 사용했던 스위치 버전 '옥토패스 트래블러'과 달리 캐릭터마다 한 개의 무기만 사용하고, 8명의 캐릭터 중 전열과 후열에 각각 4명의 캐릭터가 배치되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
전열에 자리한 캐릭터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후열에 자리한 캐릭터는 HP와 SP 회복 등이 진행된다. 대신 후열에 자리해도 적에게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BP는 매 턴마다 같이 획득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교체해가며 전투를 펼치는지도 전투 속도에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게임에는 다양한 강점이 많다.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가 준비됐고, 과금에 대한 큰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론칭 초반으로 혜택도 많아 더 그렇게 느껴진다. 특별한 과금 없이도 게임을 끝까지 즐길 수 있다던 개발자의 이야기가 진심이었구나 라고 느낀 대목이기도 하다.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는 JPR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푹 빠져 즐기기 나쁘지 않은 게임이라 본다. 다만, 일부 아쉬운 점은 있다. 전투를 제외하고서는 게임의 속도감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캐릭터 뽑기를 진행하다가 지친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여기에 대부분의 동작 하나하나가 통신 연결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물론 이제 막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게임이 얼마든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기존의 모바일게임과는 확연하게 다른 게임을 준비하며 선보인 스퀘어에닉스와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넷이즈게임즈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