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인 AI! 게임사들 현황은?
최근 AI에 대한 관심도가 무섭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공개한 ‘한국의 게임 산업계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게임 산업 종사자의 94%가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91%가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일반 직장인 대상 조사에서도 무려 73.9%의 응답자가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게임사들이 AI를 통한 인력 감축과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이용자 경험 상승을 통한 충성 고객 유지 등을 위해 열을 올리면서 게임업계 관계자는 물론, 이용자의 AI 관심도도 높아진 상황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탓에 게임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기가 어렵다. 요즘 게임사들은 뭘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냈을까?
먼저 크래프톤은 AI 학술대회인 ‘뉴립스(NeurIPS) 2023’에 논문 5편을 발표했다. 뉴립스는 AI와 머신러닝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학회로, 논문 채택률이 약 26%에 불과할 정도로 까다롭게 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많은 5편의 논문을 메인트랙으로 등재했고, 이는 국내외 게임사를 모두 합해도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발표한 논문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의 부적절한 이미지 생성 방지 기술’, ‘낮은 품질의 데이터로도 모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강인한 최적화 기법’, ‘특수 도메인에 대한 지식과 추론 능력을 갖춘 소규모 언어모델 개발’ 등 게임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분야에 대해 연구한 것이 눈에 띈다.
이어서 회사는 올해 서비스 목표인 ‘버추얼프렌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AI는 이용자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자연어 처리(NLP)와 언어 모델이 적용되어 있다.
회사 관계자는 “‘버추얼프렌드’를 통해 챗 GPT 정도의 AI와 음성, 텍스트로 소통해 게임을 즐기거나 적으로 만나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이야기가 나왔다면 엔씨소프트도 빠질 순 없다. 회사는 현재 생성 AI 서비스 플랫폼 ‘바르코 스튜디오’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엔씨가 지난해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인 ‘바르코’를 기반으로 해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획과 아트, 콘텐츠 등 분야에서 효율성을 끌어올릴 방침으로 제작되고 있다.
플랫폼에서는 텍스트 생성 및 관리를 돕는 ‘바르코 텍스트’, 이미지 생성 툴인 ‘바르코 아트’, 디지털휴먼 생성 및 편집 운영 툴 ‘바르코 휴먼’ 등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사내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올해 상반기 중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 공개 일정이 올해 상반기로 밀리긴 했으나, 엔씨소프트의 ‘디지털 휴먼’도 주목할만하다. 일정이 연기된 만큼 단순한 그래픽이 아닌, 이용자의 행동과 목소리, 반응 등을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23’에 참가해 김택진 대표의 실제 목소리, 얼굴을 유사하게 구현한 디지털 휴먼 모델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넥슨도 질세라 AI를 활용한 게임 운영 솔루션인 ‘게임스케일’의 성과를 공개했다. ‘게임스케일’은 보안, 커뮤니티, 마케팅 등 7개의 분야로 총 73개의 제품으로 구성되어 게임 안팎의 다양한 구성 요소에 대한 기술 서비스를 지원한다.
회사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 내 개인화 광고를 집행하자 164% 이상의 리텐션(고객 유지) 효과를 냈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이탈 가능성이 있던 이용자의 재접속을 40%나 유도했다.
보안 면에서도 성과를 냈는데, 2022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출시 당시 ‘게임스케일’이 서비스 시작 3시간 만에 비인가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례를 적발해 빠른 시간 안에 조치할 수 있었다.
추가로 넥슨은 최근 이용자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AI NPC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정해진 스크립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게임 내 세계관과 개별 플레이 특징에 맞는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 이용자의 몰입도와 경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의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의 한 관계자는 “AI NPC가 도입되면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퀘스트, 사냥 등 이용자 선호 콘텐츠를 안내해 주거나, 반대로 이용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조언해 주는 등 1:1 소통에 가까운 게임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스마일게이트는 ‘감정적인 AI’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회사의 AI 기반 버추얼 휴먼 ‘한유아’다.
‘한유아’는 2019년 만들어진 버추얼 가수이자 인플루언서로, 지난 5일에는 ‘답장은 우편함에 넣어둘게요 : 메타휴먼 한유아가 사연에 답해드립니다’라는 전자책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버추얼 휴먼이 이름만 올린 것이 아니라,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생성형 AI 작문 프로그램과 ‘한유아’의 자아를 바탕으로 직접 작성한 책이다.
특이한 사례는 하나 더 있다. 회사는 성격유형검사인 MBTI 중 ‘F(감정형)’의 성향만 학습시킨 챗봇을 준비 중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T(사고형)’보다 이용자의 상황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쪽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일게이트의 한우진 AI센터장은 “사람 같은 AI, 재밌는 AI를 만드는 것이 우리(스마일게이트)의 목표다.”라며 “정확한 답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슬픔과 기쁨 등 다양한 감정 요소에 대해 공감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공해야 더 가치 있는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