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제페토’와 만난 박물관... “안방에서 게임처럼 즐겨요”
코로나19 이후 많이 시들해졌다는 평을 듣는 메타버스지만, 아직도 각종 국립박물관에서는 게임형 메타버스 체험관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라나는 디지털 세대가 메타버스를 통한 체험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며 교육 효과 증진을 기대할 수 있고, 학습에 대한 거부감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박물관 측에서 자체적인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는 대신 ‘로블록스’나 ‘제페토’ 등 저 연령층에게 특히나 친숙한 플랫폼을 적극 이용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부분이다.
기존 메타버스 전시물은 자체적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따로 회원가입을 진행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어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이젠 타겟층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보다 현실성 있고 접근하기 좋은 콘텐츠가 됐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립중앙박물관의 ‘메타버스 어린이박물관’이다. 해당 전시관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 ‘어린이박물관 월드’, ‘우주 점프’, ‘불꽃을 찾아서’ 등 3개의 월드로 구성해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주 점프’는 어린이박물관의 ‘북두칠성 별자리’ 전시를 제페토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인 점프 게임으로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참고로 점프 게임, 일명 ‘점프 맵’에 대한 저연령층의 선호도는 상당히 높은 편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다루는 유명 유튜버는 물론, 관련 숏츠 영상에서 꼭 한 번씩은 등장하는 단골 소재기도 하다.
‘우주 점프’의 경우 사계절을 상징하는 사신(四神)의 테마에 맞게 총 4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점프맵’을 오르면서 사신의 의미와 별자리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막 개관한 국립어린이박물관의 ‘테크니처’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해당 전시물은 지난 2월 진행된 ‘한수정작가와 함께 하는 게임창작워크숍’에 참여한 어린이 6명이 공동 창작한 로블록스 게임이다. ‘로블록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고, 어린이박물관 전시실에서 대형스크린과 모니터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해당 게임은 어린이들에게 생소한 나사와 볼트 등을 다양한 모양의 나무 조각들을 직접 연결하고 조립해 보면서 도구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목적으로 제작됐다. 평면, 입체, 이동 등 난이도별로 4개의 활동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령에 맞춰 다양하게 선택 및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정희 국립박물관단지팀장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하는 어린이 세대의 특성에 맞춰 흥미로운 디지털 체험과 직접 손으로 조작하면서 탐구할 수 있는 활동을 균형 있게 채우고자 노력하였다”면서 “국립어린이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유쾌한 체험으로 어린이들의 창의성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립어린이과학관도 ‘제페토’에서 ‘메타버스 과학관’을 운영하는 것을 물론, ‘로블록스’를 통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려 제6기 ‘로블록스 우주탐사대’를 모집 중이다.
‘로블록스 우주탐사대’은 우주 콘셉트의 다양한 맵을 활용해 우주비행사, 우주정거장, 달 탐사 등에 배우고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우주 배경의 맵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우주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등 사전 지식에 대한 설명은 물론, 우주 로켓은 어떤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구조물을 제작해 보면서 이론적인 교육을 듣게 된다.
‘로블록스 우주탐사대’ 수강생의 한 보호자는 “평소에 자녀가 ‘로블록스’ 이야기만 해서 걱정스러웠는데, 어떤 구조를 지닌 플랫폼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교육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니 안심이다.”, “프로그램 자체도 책이나 영상 등 간접적인 콘텐츠와 달리 (아바타를 통해) 직접적으로 움직여 보니 훨씬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