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쿠키런 모험의 탑, 캐주얼한 게임성과 불편한 성장 구조의 불협화음
‘쿠키런’ 시리즈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IP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게임 ‘쿠키런 모험의 탑’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쿠키런’ IP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이드 블릿’, ‘브릭시티’ 등 새로운 IP 발굴에 주력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인 ‘쿠키런’를 다시 꺼내든 상황이다.
‘쿠키런 킹덤’ 이후 새로운 매출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데브시스터즈의 구원 투수로 나선 ‘쿠키런 모험의 탑’은 직접 조작과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강조한 캐주얼 협동 액션 게임이다.
시리즈 최초로 3D로 재탄생한 쿠키들이 각자 개성을 담은 전투 액션을 선보이며, 각종 퍼즐로 가득한 스토리 모드와 강력한 보스들과 상대하는 레이드 모드 등에서 직접 조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먼저 스토리 모드는 이 게임의 무대가 되는 팬케이트 타워의 비밀을 풀기 위해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형태다. 각 챕터는 최대 15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테마와 퍼즐을 만나볼 수 있다.
쿠키들을 막는 각종 몬스터는 물론, 장치를 조작해야 길이 열리기도 하고, 선풍기로 인해 한쪽 방향으로만 가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기믹이 존재하기 때문에, 순발력뿐만 아니라 머리도 잘 써야 한다.
쿠키 하나만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2종을 선택한 후 실시간으로 교체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스테이지 클리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게임에 서툴러서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높은 레벨의 친구를 초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보상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젤리곰과 숨겨져 있는 보물상자, 그리고 제한 시간 내 클리어, 한번도 죽지 않기 등 스테이지마다 설정되어 있는 미션을 모두 클리어하려면 여러 번 도전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작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버전에서는 일반 모드만 플레이해볼 수 있었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노멀 모드를 모두 클리어하면 하드 모드가 등장해, 더 강력해진 몬스터와 퍼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토리 모드와 함께 게임을 이끌어가는 레이드 모드는 4명이서 한 팀이 되어 강력한 보스 몬스터에 도전하는 협동 모드다. 스토리 모드에서 만나봤던 보스 몬스터가 더욱 강력해진 형태로 등장하며, 4가지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어, 높은 난이도로 갈수록 더 많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특히, 쿠키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장비들은 레이드 모드에서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캐릭터를 성장시켜서 더 높은 난이도의 레이드에 도전해야 쿠키들을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게 된다.
쿠키들의 빠른 성장을 돕기 위한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성장 던전도 이번 CBT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성장 던전은 다른 수집형RPG와 달리 스테이지 반복 요소가 적은 스토리 모드를 보완하기 위한 콘텐츠로, 반복 플레이를 통해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육각벌의 숲은 주어진 시간 내에 육각벌을 파괴하면 경험치 물약을 획득할 수 있으며, 행스터 아지트는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처치하면 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돌파석 채광장은 제한 시간 동안 채굴기가 파괴되지 않으면 쿠키의 한계 레벨 돌파 때 필요한 돌파석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
성장 던전은 SS 랭크로 클리어할 경우 다음 단계가 열리며, 입장시 필요한 하트를 스토리 모드와 공유하기 때문에, 적절히 분배해서 쓰지 않으면 하트가 다시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성장 던전과 함께 유리 미궁 모드도 추가됐다. 유리 미궁 모드는 특정 조건이 설정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형태로, 게임 내 등장하는 다양한 쿠키를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다. 뽑기 중심의 BM 구조로 인해 다양한 쿠키를 획득하게 되지만, 스토리 모드에서는 2종의 쿠키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스테이지마다 속성 유불리가 존재하며, 출전 쿠키 숫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쿠키 하나만 믿고 클리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수의 쿠키를 키우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보상으로 쿠키와 아티팩트 뽑기에 사용할 수 있는 크리스탈이 주어지기 때문에, 과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꾸준히 도전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게임 플레이 자체는 직접 조작의 묘미를 잘 살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캐주얼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보이지만, 실제 플레이해보면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캐주얼이라는 명칭을 어색하게 만든다.
가장 큰 문제는 뽑기 중심의 과금 모델이다. 뽑기로 캐릭터를 획득하도록 만든 것은 요즘 게임 시장에서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캐릭터와 캐릭터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티팩트 뽑기가 합쳐져 있어, 원하는 쿠키를 뽑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높은 등급의 쿠키를 뽑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에픽 쿠키를 중복으로 획득해야 승급을 시킬 수 있으며, 승급을 시켜야만 새로운 스킬들을 획득할 수 있어, 레이드 모드에서 좋은 보상을 획득하려면 상당한 과금이 필요하다. 아티팩트 역시 승급하려면 같은 아티팩트가 필요하며, 특정 쿠키에 최적화된 전용 아티팩트도 있다. 몇회 이상 돌리면 에픽 등급이 나오는 천장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쿠키와 아티팩트 뽑기가 합쳐져 있기 때문에, 원하는 조합을 완성시키려면 엄청난 확률을 뚫어야 한다.
요즘 과금 유도가 심한 모바일 RPG 장르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보니 직접 조작 위주의 액션 게임으로 장르를 틀긴 했지만, 여전히 모바일RPG 만큼의 돈은 벌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는 느낌이다. 에픽 쿠키와 전용 아티팩트가 없으면 진행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높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난이도의 레이드 모드에 도전해야 하니, 최고 등급까지 승급시킨 에픽 쿠키와 전용 아티팩트 조합이 필수가 된다.
뽑기뿐만 아니라 성장 재화도 상당히 부족해서, 계속 게임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든다. 스토리 모드와 성장 던전이 모두 하트를 공유하기 때문에, 스토리 모드 진행하다보면 성장 재화가 부족하고, 재화 획득을 위해 성장 던전을 돌면 스토리 모드에 쓸 하트가 부족해진다. 특히, 캐릭터 레벨 구간마다 필요한 경험치 물약의 등급이 달라지며, 특정 레벨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돌파석이 필요하도록 만드는 등 일부러 성장을 힘들게 만들어둔 느낌도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가족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캐주얼한 느낌의 부담없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기존 모바일RPG만큼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담긴 과금 모델과 성장 곡선이 고생해서 만든 쾌적한 게임 플레이의 경험을 막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해 출시된 모 게임의 경우 상당히 완성도 높은 게임 플레이를 준비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매웠던 과금 모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출시되자마자 소리소문없이 묻힌 바 있다. 아직 정식 출시까지 남은 시간이 있는 만큼,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