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베껴도 재밌으면 그만? 논란에도 잘 나가는 게임들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른바 '총켓몬'이라 불리며 어마어마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팰월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팰월드'는 일본의 개발사 포켓페어가 개발한 게임으로 지난 1월 19일 스팀에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작품입니다. 서바이벌 크래프트와 몬스터 육성 게임을 베이스로 슈터 장르의 재미까지 더해 다양한 장르 게임의 재미를 한데 모은 작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 '포켓몬스터' 시리즈, '포트나이트'와 같은 게임의 재미를 한데 모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은 게임 속 생명체인 팰과 함께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참 매력적입니다. 게이머는 팰을 포획해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팰들에게는 노동법이 적용이 안 돼 최소한의 식량으로 산업 혁명기 못지않은 노동을 강요하며 혹사하는 것도 가능하고, 전투를 함께 치를 수도 있습니다. 3인칭 슈팅 기반의 전투가 제법 매력적으로 완성됐습니다.
일을 마치며 게이머 방향을 바라보며 재롱을 부리는 팰을 보고 있자면, 팰을 도축해 식량으로 삼는 기능이 있다는 것도 잠시 잊을 정도입니다. 도살 기능 등은 기존의 몬스터 수집 육성 게임의 최고봉인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죠.
게임은 이러한 재미를 앞세워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얼리액세스 돌입 6일 만에 8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달성했고, 스팀 동시접속자 수도 2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게임은 엑스박스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팰월드'를 즐길 수 없는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들은 아쉬운 목소리를 전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엄청난 인기와 함께 '팰월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 속 팰들이 기존 인기 작품인 '포켓몬스터' 속 캐릭터와 디자인이 너무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차이가 크지도 않고 특정 포켓몬이 생각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표절 논란이 크게 일었죠.
이에 많은 이용자가 포켓몬 컴퍼니에 '팰월드'에 대해 문의를 했는데요. 포켓몬 컴퍼니도 몰려드는 문의 끝에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포켓몬 컴퍼니는 "올해 1월에 출시된 타사 게임에 대한 문의가 다수 접수됐다. 당사는 포켓몬의 지식 재산권이나 자산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다. 포켓몬과 관련된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죠.
반면 포켓페어의 미조베 타쿠로 대표는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팰월드는 타사의 지식 재산권을 존중하며 개발됐고, 법적 검토를 문제없이 통과했다."며 저작권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팰월드'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지금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호요버스의 '원신'도 처음 등장했을 당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비슷한 느낌을 줘 표절 논란이 크게 일었습니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은 표절을 밥 먹듯 진행해 비난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죠.
호요버스 중국 본사 미호요 류웨이 대표는 표절 논란이 일었던 당시 '원신'을 개발하던 개발진들이 울면서 자신을 찾아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개발진이 첫 테스트로 게임을 선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비판이 쏟아진 것입니다. 그때 류웨이 대표는 자신들을 증명하기 위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원신'을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후 2020년 9월 게임이 전 세계 시장에 발매됐고, 단숨에 글로벌 주요 시장을 석권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구성, 다양한 원소 조합을 활용한 전투 등 '원신'만의 재미 요소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표절 논란은 꼬리표처럼 '원신'을 계속해서 따라붙어 다니고 있습니다.
관련해 류웨이 대표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개발진들에게도 존중과 숭배의 대상입니다. 원신 개발 초기에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오픈월드 액션 RPG 게임 개발에 대해 많은 영감을 준 작품이라고 작년의 '이용자들에게'라는 편지로 언급했습니다."라며 우회적으로 표절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죠.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사들이 '원신'과 비슷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웃프고' 씁쓸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일본과 중국을 살펴봤으니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례를 볼까요? 국내에서는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다툼과 그 사이에 있는 IP를 사들인 크래프톤의 모습이 대표적인 표절 분쟁 중 하나라고 봅니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미출시 게임 P3(가칭)'의 애셋을 무단 도용했다는 혐의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다크앤다커'는 던전 크롤러 장르 게임으로, 16명의 게이머가 던전에 진입해 장비와 보물을 모아 던전을 탈출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스팀을 통해 진행된 테스트가 동시접속자 수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넥슨의 미출시 작품인 'P3'와 너무 닮았고, 아이언메이스 구성원 중 넥슨 출신 개발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결국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법정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됐지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 IP와 관련한 글로벌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다툼이 있지만, 게임성이 뛰어나도 해외에 팬들이 많아 성공 가능성을 본 것입니다.
물론 자사에서 개발 중인 게임에 '다크앤다커'의 IP를 붙이는 형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크래프톤은 이번 사태와는 별개의 문제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떤 논란이 있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크래프톤의 움직임에 당시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게임 시장에서는 표절과 관련된 분쟁이 계속해서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봅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이 그저 표절이나 베끼기를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님을 다시 되새기며, 게임 업계가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