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도 안 되는 오픈마켓 ‘스팀 게임’, 사도 될까?
최근 인건비 상승을 비롯한 게임 개발비의 증가로 게임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과거 6~7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었던 콘솔 게임 가격이 10만 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일 정도다. 게임사 입장에서야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이겠지만, 이용자의 시선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
이런 상황에서 스팀 게임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확하게는 스팀에 제품을 등록할 수 있는 스팀 키를 판매하는 것인데, 50%가 넘는 할인가로도 게임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솔깃한 제안으로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유혹적인 가격이라고 한들 구매를 지양했으면 한다.
1. 계정 영구 정지는 물론, 돈세탁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구매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픈마켓이 어떻게 스팀 키를 저렴하게 판매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오픈 마켓은 크게 ‘국가 우회’와 ‘불법 수단으로 구입한 개인 스팀 키 재판매’라는 방식으로 저렴하게 제품을 확보한다. 두 방법이 결합된 경우도 있다. 여기서 ‘국가 우회’란 환율 차이로 인해 다른 국가보다 게임 가격이 저렴하게 측정된 곳에서 게임 키를 대량 구매한 뒤 재판매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이 급등하자 이용자들이 터키, 아르헨티나 등 서비스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국가를 우회한 뒤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물론 이런 행위는 스팀 약관 위반이다. 스팀은 이용자 약관에 ‘게임 콘텐츠에 대한 지리적 제한을 우회하거나 해당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가격으로 구매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거주지를 대체하기 위해 IP 프록시 또는 기타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위반 시 계정에 대한 액세스를 종료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요약하면, 저렴한 스팀 키를 사용하기 위해 국가를 우회하다가 걸리면 스팀 계정이 영구 정지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 한번 저렴하게 구매하려다 지금까지 모은 모든 게임을 잃을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싸게 구입한 스팀 키가 도난 카드나 장물을 ‘세탁’하기 위해 내놓은 물건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 스팀 키는 회수 처리가 되고, 이용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키를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 소유에 대한 권한을 보호받기 어렵다.
돈을 아끼기 위해 게임을 싸게 구매했다가, 정작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2. 개발사에게 수익이 아닌 피해가 간다고?
“어쨌든 돈을 준 건 맞으니까 개발사의 수익에는 문제가 없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박리다매 형식으로 많이 팔 수 있으니까 이득일 것 같은데. 저는 그래서 좋아하는 게임사의 게임을 (오픈 마켓을 통해서) 싸게, 많이 사요.”
일각에서는 계정 우회는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고, 게임 개발자에게는 수익이 돌아가니 도움이 된다는 의미의 주장을 펼치곤 한다. 약관 위반이지만 게임 개발자들을 위해 비슷한 행위를 반복하겠다는 뜻이다. 정말로 개발자들에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마켓을 통해 스팀 키를 구매할 경우 개발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인디게임사 ‘노 고블린’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들이 온라인 게임 판매 사이트 ‘G2A’ 때문에 극심한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G2A’는 타인의 카드를 도용해 게임을 구매하고 되파는 업자가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플랫폼이다.
당연히 ‘G2A’을 통해 구입한 게임은 카드 주인의 신고로 취소 처리될 수 있고, 그 순간 게임 개발사는 수익을 잃는 것은 물론 입금 취소 비용까지 지불해줘야 한다. 수익은 하나도 얻지 못했는데 손해만 중첩되는 것. 이 때문에 ‘노 고블린’의 공동 창업자 댄 티스데일은 “G2A을 이용할 바에 불법 복제된 게임을 플레이하고, 남는 돈은 좋은 곳에 기부하거나 사용하세요.”라고 강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3. ‘공식적인’ 세일이라면 스팀에서도 같은 할인가를 만나볼 수 있다고?
궁극적으로, 다른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세일이 개발사나 유통사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진짜’라면 스팀에서도 근시일 내에 비슷한 할인가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
스팀이 배포한 개발자 가이드에 따르면 ‘개발사는 머지않아 스팀 고객에게도 유사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 한 해서만, 다른 상점에서 다른 시기에 스팀 키에 대한 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어서 ‘단독 사업체가 스팀 키를 판매하고 스팀 고객에게는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해당 키 요청은 거부될 수 있으며 키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잃을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게임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공식적으로 발행한 키를 판매하는 마켓이라고 해도 근 시일 내에 스팀에서도 비슷한 할인 행사를 만나볼 수 있는데 구태여 위험도가 높은 오픈 마켓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외부 마켓을 이용할 경우 구매한 게임이 ‘한국 매출’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장기적인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니, 모두 안전하게 스팀 세일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