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덕분에 한글화 늘었는데, 퀄리티가 문제네

최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 등을 통해 출시된 게임들이 정식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이나, 국내 유통사를 통해 정식 발매된 게임 정도는 되어야 한글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많은 관심을 모은 베데스다의 ‘스타필드’의 경우 MS를 통해 국내 유통됐는데도 불구하고 한글 지원을 하지 않아 욕을 먹을 정도로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게임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간혹 아마추어 팬들이 만든 한글패치가 공개되면, 출시된지 한참된 게임이 갑자기 스팀 국내 판매량 인기 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있었을 정도다.

해외 게임들의 한글 지원이 대폭 늘었다
해외 게임들의 한글 지원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요즘은 국내 유통사도 없이 글로벌 출시된 게임들도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폭 늘다보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 개발사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국내 스팀 판매량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한글 지원 게임들이 많아진 것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AI를 활용한 번역 덕분이다. 여러 국가의 언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 로컬라이즈 업체에 의뢰해야 했지만, 요즘 AI 번역이 대중화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도 한글 번역 결과물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스타필드의 경우 엄청난 비용 부담과 시간 때문에 베데스다가 한글 지원을 포기했지만, 이용자들이 AI를 활용해 일본판 자막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하루만에 그럴싸한 한글패치가 나와 화제가 됐다.

AI로 하루만에 만들어 화제가 된 스타필드 한글패치_출처 디시인사이드 스타필드 갤러리
AI로 하루만에 만들어 화제가 된 스타필드 한글패치_출처 디시인사이드 스타필드 갤러리

이용자 입장에서는 AI 번역 덕분에, 국내 유통사가 없는 해외 신작까지 빠르게 한글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니 상당히 반가운 일이긴 하다. 다만, 문제는 번역 퀄리티다.

한글과 어순이 같고, 예전부터 자동 번역 연구가 활발했던 일본어는 AI 번역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번역 결과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글과 어순이 다른 영어 번역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정도이지, 전문가 수준의 변역을 기대하긴 힘들다.

최근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핵앤슬래시 시장에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라스트 에포크’의 경우에도 한글 자막을 지원하긴 하나, AI 번역 결과물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영어 버전을 다시 봐야 이해가 될 정도로 번역 오류가 많아 게임성을 망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식적으로 AI 번역을 활용했다고 밝힌 것은 아니나, 폴란드어 번역본을 보면 챗GPT에서 번역하기 힘드니 명확하게 입력해달라는 실패 메시지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한국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이용자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만 엉망인 라스트 에포크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만 엉망인 라스트 에포크

이런 문제는 번역 뿐만 아니라 AI 일러스트에서도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다수의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최근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하고 있지만, 손가락이 여섯 개로 나오는 등 부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와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업계 흐름상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AI 덕분에 예전에는 개발사들이 신경쓰지 않았을 한글자막도 더 많이 지원받게 됐으니, 이용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긴 하다.

다만, AI가 완벽해지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게임사가 더 특별하게 신경써야 할만큼 판매량이 높은 시장으로 커지는 것, 그리고 개발사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보내는 것만이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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