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남자 캐릭터라고? “오히려 좋아”
우리가 흔히 즐기는 게임에는 다양한 미소녀 캐릭터가 나온다. 특히, 남성 게이머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이라면 "네가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모두 준비했어"라는 느낌으로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해 이용자의 취향을 맞춰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알고 보니 남자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누군가는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좋아"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 시장에는 여자 캐릭터를 뺨치는 외모로 등장했지만, 사실 남자인 캐릭터가 다수 존재하며, 여자 캐릭터 못지않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가 격투 게임 '길티기어' 시리즈에 등장하는 '브리짓'이다. '브리짓'은 대부호의 가정에 태어나 영재교육을 받았으며, 예의 바른 아가씨로 자란 소년이다. '남자 쌍둥이는 그 땅에 화를 불러온다'라는 미신을 믿던 마을에서 쌍둥이 동생은 죽이거나 양자로 내보내게 되어 있었지만, 이를 불쌍하게 여긴 부모에 의해, 브리짓은 성별을 숨기고 여자아이로 자라게 됐다는 설정이다. 지금은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브리짓'은 아담한 덩치와 금발을 자랑하며, 귀여운 곰 인형 로저와 함께 등장해 누가 봐도 여자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게임 시리즈에 등장하는 '죠니'라는 캐릭터는 '브리짓'을 여자로 착각해 자신을 제외한 멤버가 모두 여자로 구성된 '젤리피시 쾌적단'에 입단시키려 했지만, 남자인 것을 알고 아쉬워했을 정도다.
특히, '브리짓'은 게임 외적으로도 여성적인 용모의 소년을 의미하는 '오토코노코'라는 개념을 정립한 캐릭터 중 하나로도 꼽힌다. '브리짓'이라는 캐릭터가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 끼친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브리짓'이 2002년 작품 '길티 기어 XX'를 통해 처음 등장한 것을 생각해 보면 '브리짓'의 등장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인 설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브리짓'은 귀여운 외모 덕에 '길티기어' 시리즈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길티기어' 시리즈 최신 작품인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참전 희망 캐릭터 설문조사에서 '브리짓'은 일본에서 계속해서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순위에 올랐다. 실제로 '브리짓'이 등장하는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의 시즌패스 2는 출시 당시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서 판매 1위에 등극했을 정도였다.
'페이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스톨포'는 분홍색 땋은 머리와 하얀 브릿지 그리고 가터벨트까지 차고 많은 남성의 시신을 끌지만, 사실 남자다. '페이트' 시리즈의 설정이 워낙 유명해서 중세 유럽의 전설 속 샤를마뉴의 12기사 중 한 명인 '아스톨포'도 여장남자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여장을 했다는 이야기는 없고 대단한 미남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페이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스톨포'는 귀여운 외모를 보여주는 만큼 천진난만하고 완전히 제멋대로인 마이스타일 캐릭터로 그려진다. 또 다양한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있어 게임에서도 다양한 보구를 활용해 부족한 능력을 메우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가터벨트까지 차고 등장하는 '아스톨포'의 여장은 그의 취미가 아니라고 한다. 샤를마뉴 12기사 중 하나인 롤랑이 사랑하던 여인에게 차이고 정신이 나갔던 적이 있는데 '아스톨포'가 이를 진정시키고자 여성의 옷을 입었다는 설정이다. 동료를 위해 여성의 옷까지 입을 수 있는 그의 대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3년 출시돼 SRPG 팬들에게 사랑받은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에 등장한 17세 소년 '로사도'도 귀엽고 매력적인 외모를 갖춘 남자 캐릭터다. 이르시온의 요정 마을 출신인 '로사도'는 게임 설정상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외모가 유지된다고 한다.
'로사도'는 빼어난 미모로 게임의 발매 전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정보가 하나씩 풀리면서 남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고, 이는 현실이 됐다. 그의 이름인 '로사도'는 스페인어로 '장밋빛의'라는 뜻으로 남성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라고 한다. 또 그의 목소리 연기도 남자 성우가 맡았다.
이런 배경을 모르고 '로사도'의 정체를 뒤늦게 안 게이머는 그제야 캐릭터를 봉인하는 등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사정으로 게임 출시 초반에는 비공식 투표 등에서 인기 하위권을 기록했으나, 게임 출시 후 1년이 지난 진행된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 총선거에서는 꽤 높은 순위에 자리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국산 게임 중에도 여자 캐릭터 못지않은 외모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끈 남자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이 캐릭터가 온라인게임 '클로저스'에 등장한 독일 출신 13세 소년 '미스틸테인'이다. 티저 영상을 통해 실루엣을 공개한 '미스틸테인'은 여자로 착각할 수 있을 법한 모습을 보여줬고, 실제 게임에서도 여성 캐릭터 못지않은 외모를 자랑했다.
'미스틸테인'은 게임 속에서도 계속해서 여자로 오해받는 설정이지만, 어엿한 남자 캐릭터다. 게임의 로딩 문구에도 "미스틸테인은 남자아이입니다."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과 달리 개발진은 '미스틸테인'의 코스튬으로 여성용 메이드복이나 수영복을 업데이트하며 이용자들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시간을 과거로 좀 더 돌리면 '창세기전 파트 2'에 등장하는 '베라모드'도 빼놓을 수 없는 여자보다 이쁜 남자 캐릭터 중 하다. '베라모드'는 '창세기전 파트 2'에서 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로 등장해 게임 속 인물들에게 여자라는 오해를 하게 만든다.
특히, 전작 '창세기전 3'의 히로인 캐릭터 '세라자드'가 '베라모드'라는 남성으로 환생했다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전작의 팬들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베라모드'는 '창세기전 파트 2'의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창세기전 시리즈 전반을 가로지르는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기에 이러한 파격적인 설정은 많은 팬들의 뇌리 속에 여전히 간직되고 있다.
아울러 출시 시기가 2001년으로 '길티기어 XX'의 '브리짓'보다 빨랐던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