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된 하드코어 MMO 시장 "Kick이 중요하다."
흔하디흔한 요리를 한순간에 일품요리로 바꿔 놓는 결정적인 한 수. 이것을 흔히 '셰프의 킥(Kick)'이라고 부른다.
같은 재료, 같은 도구, 같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요리라도 이 '셰프의 킥'이 더해지면 그 요리는 기존의 결과물과 완전히 달라져 더욱 다채로운 맛을 준다.
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시스템과 콘텐츠라도 개발사에서 이 '셰프의 킥'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첨가한다면,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두어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이미 다수의 인기 게임이 포진해 있고, 사실상 공식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무방한 '하드코어 MMORPG'의 경우에 이 독특한 시스템의 위력은 더더욱 커진다. 익숙한 시스템과 콘텐츠에 완전히 새로운 요소를 첨가하여 '뻔한 요리'가 아닌 새로운 게임의 맛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인 블루포션게임즈의 '에오스 블랙'이 대표적인 예다. '에오스 블랙'은 지난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에오스 레드'의 세계관을 이은 후속작으로, 사냥과 육성을 극대화한 콘텐츠와 다양한 게임 시스템을 통해 PvP 위주의 하드코어 MMORPG 장르의 재미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하드코어 MMO'를 표방한 작품인 만큼 '에오스 블랙'은 사냥을 통한 파밍과 장비 강화를 중심으로 한 육성. 그리고 거래소를 활용한 자유로운 경제 시스템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찌 보면 기존 게임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 게임의 'Kick'은 바로 철저한 응징과 복수를 유도하는 '치욕 시스템'이다.
이용자 간의 PK(플레이어 킬링)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치욕 시스템'은 정식 대결을 통해 승리한 이용자가 패배한 이용자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다. 이 대결에서 패배한 이용자는 모든 장비가 일정 시간 봉인되고, 얼굴에 복면을 쓴 채 속옷만 입은 상태로 전환되며, 승리한 이용자가 도시를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 강제로 끌고 다닐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진행된 CBT(비공개 테스트)에서 공개된 치욕 시스템은 생각 이상의 모습으로 등장해 도시 곳곳에 치욕을 당하는 이용자를 가두는 공개 감옥이 마련되어 있으며, 다른 이용자를 끌고 다니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치욕 시스템'은 기존 '하드코어 MMORPG'보다 더욱 치열한 PK를 펼칠 수 있는 '에오스 블랙'의 게임 콘텐츠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기 충분했고, 이에 CBT 기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레드랩게임즈의 'ROM'(리멤버 오브 마제스티 / 이하 '롬')은 독특한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시도로 'Kick'을 시도했다. 바로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와 '작업장 벤'으로 대표되는 과감한 운영이다.
지난 2월 2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롬'은 뛰어난 그래픽이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인 게임은 아니다. 그래픽은 일반적인 모바일 MMO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육성과 던전 시스템 역시 ‘하드코어 MMO’의 문법에 충실하게 구현됐다.
여기까지는 기존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롬’의 개발사 레드랩게임즈는 엔씨의 ‘리니지W’ 이후 시도한 적 없는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라는 과감한 수를 뒀다.
‘하드코어 MMO’는 플레이하는 이용자층이 일정한 장르다. PC방 문화가 절정을 달리던 2000년대와 2010년대 초 온라인 게임을 즐긴 경험이 있는 이들이 주로 즐기는 장르이며, 이 시대를 겪지 못한 이용자에게는 굉장한 호불호를 지녀 새로운 층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다.
더욱이 레드오션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게임들이 서비스되고 있어 기존 게임이 새로운 게임에 잠식당하는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장르인 것이 사실. 이에 레드랩게임즈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중화권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게임을 선보이는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로 이른바 ‘모수를 늘리는’ 것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현재까지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서비스 직후 ‘롬’은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2위를 비롯해 대만 구글플레이에서도 매출 최상위권에 올랐고, 주력 시장인 중화권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는 중이다. 한국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동시 서비스를 통해 게임 초반부터 글로벌 이용자들의 경쟁을 이끌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작업장 벤'으로 대표되는 과감한 운영도 인기 상승에 큰 몫을 했다. ‘롬’은 게임 내 재화인 ‘골드’의 영향력이 타 게임보다 크며, 골드 수급이 곧 전투력 상승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온라인게임의 고질병인 ‘작업장’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인 것이 사실.
이에 레드랩 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와 협력하여 강도 높은 작업장 제재에 들어갔고, 출시 일주일 만에 2만 5천 개에 이르는 계정에 영구 정지 제재를 가했고, 3월 중순까지 영구 정지를 당한 계정은 무려 13만 4,344개까지 이어질 만큼 현재도 활발히 작업장을 제재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하드코어 MMO는 이미 문법이 완성된 장르인 만큼 새로운 콘텐츠 즉 ‘Kick’이 있고없고에 따라 게임의 수명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라며, “뽑기 아이템에 대한 규제와 새로운 게임 규제법안이 등장한 가운데, 이제 이 장르에서 Kick은 차별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