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내 손으로 살린다! 이용자가 만든 ‘환상서유기‘와 ’악튜러스’
게이머라면 기억이나 마음 한편에 자리한 추억의 게임이 한 개쯤은 있으리라 본다. 어린 시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게임이나 친구들과 즐기면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게임들 말이다. 이 때문에 요즘 게임 시장에는 과거 게임을 리마스터나 리메이크 작업을 거쳐 재발매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80~90년대 게임들이 다시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바라고 있던 게임에 대한 소식이 없어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남아있는 게이머들도 많으리라 본다. 판권 문제나 판매량 우려 등 현실적인 여러 이유로 모든 추억의 게임이 돌아오는 것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억의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직접 추억의 게임을 살리고 있는 이용자들이 있어 눈에 띈다
먼저 ‘환상서유기:이터널’이다. 이 게임은 지난 1998년 발매된 국산 RPG ‘날아라 슈퍼보드-환상서유기’의 후속작이다. ‘날아라 슈퍼보드-환상서유기’는 KTC 미디어가 개발하고 E2 소프트가 배급한 게임이다. 게임은 ‘날아라 슈퍼보드’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서유기 원전과 다양한 신화를 반영한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재치 있는 유머 코드 등을 담아내 이용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다만 아쉽게도 개발시기 우리나라에는 IMF 사태가 터졌고, 게임이 제작진이 원했던 것보다 미완성된 상태로 발매되고 말았다. 후반 이벤트는 스킵되기도 했고, 게임 속 NPC들도 미완성으로 발매된 게임에 대한 아쉬움을 대사로 전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했고, 국산 RPG 중 최고로 꼽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환상서유기:이터널’을 개발한 이탄현 씨도 ‘날아라 슈퍼보드-환상서유기’를 재미있게 즐긴 이용자 중 한 명이었고, ‘환상서유기의 후속작을 해보고 싶다.’라는 일념 아래 지난 2017년 1월부터 직접 개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원작의 개발진을 만나 응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 씨는 기존에 개발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진도는 쉽게 나아가지 못했고, 처음에는 응원을 해줬던 사람들도 사기나 먹튀 등의 냉담 반응을 보였다. 결국 소통 창구를 닫고 개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소통 창이 닫히면서 이용자들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옅어진 가운데, 이 씨는 개발 이후 약 6년이 지난 23년 12월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환성서유기:이터널’ 완성판을 배포한다는 글을 올렸다. 긴 시간 동안 믿고 기다려 준 많은 분께 감사를 전하며 엔딩까지 마련된 게임의 완성판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배포를 시작했다.
현재는 다양한 업데이트를 거쳐 초기 배포 버전보다 최고 레벨과 HP 등이 대폭 증가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된 버전이 배포되고 있으며, ‘환상서유기’를 기억하는 많은 이용자들이 블로그를 찾아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산 RPG 명작으로 꼽히는 ‘악튜러스’를 개선해 선보인 ‘악튜러스 N.O.V.A. MOD’도 인상적인 팬메이드 콘텐츠다. ‘악튜러스’는 2000년 발매된 RPG로 국내 PC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이 컸던 손노리와 그라비티가 개발을 맡은 작품이다. 유통은 위자드소프트가 맡았다. 이 게임은 스타 게임 제작자 손노리 이원술 대표와 당시 그라비티 대표를 역임했던 현 IMC 게임즈 김학규 대표가 만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두 스타 제작자의 20대 열정이 가득 들어 있는 작품인 ‘악튜러스’는 3D 맵과 2D 캐릭터의 조합을 통해 상당히 세련된 그래픽으로 이용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또 게임은 방대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신과 인간의 대립을 그리며 당시에는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설정을 더해 심오한 이야기를 전했다.
‘악튜러스’는 많은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2000년 발매된 ‘창세기전3 파트’와 함께 당시를 대표하는 RPG 반열에 올랐다. 여담이지만. ‘악튜러스’의 특색있는 그래픽은 이후 그라비티에서 발매된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으로도 이어졌고,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지금까지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악튜러스’와 비슷한 시기 발매된 ‘창세기전’ 시리즈가 모바일과 스위치 등으로 재탄생되며 이용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악튜러스’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감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언젠가는 ‘악튜러스’ 차기작이 나오길 바라는 이용자 FrostStorm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직접 그래픽과 다양한 시스템을 개선한 팬메이드 콘텐츠인 ‘악튜러스 N.O.V.A. MOD’를 선보였다.
‘악튜러스 NOVA모드’는 4K 해상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게임 속 대부분의 텍스처를 개선했으며, 화면 비율도 16:9로 최적화했다. 여기에 주요 장면의 그래픽 연출적 디테일을 살리고 편의성도 개선했다. 이 외에도 밸런스 조정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게임의 강화와 개선이 이뤄졌다.
팬 메이드 모드 콘텐츠인 만큼 적용해 즐기려면 정품 패키지가 필요하며, 현재는 공식상으로는 패키지의 로망 소유자만 가능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관련해 모드 제작자인 FrostStorm은 최근 원작 관계자와 만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