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무 잘 만들어서 더 열받는 '진 여신전생5 벤전스'
기기 별로 게임을 별도로 내놓을 정도로 치열했던 90년대 게임기 경쟁 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한 게임사 아틀라스가 이번에도 또 하나의 완전판을 출시했다.
지난 2021년 출시된 '진 여신전생5' 이후 3년 만에 완전판으로 돌아온 '진 여신전생5 밴전스'가 그 주인공이다.
'진 여신전생5 밴전스'는 2021년 원작에 신규 시스템과 시나리오가 추가된 작품으로, 닌텐도 스위치 전용으로 발매되었던 전작과 달리 PS5/4, Xbox 시리즈 X/S, 'PC'(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원작 역시 엄청난 플레이타임을 자랑했지만, 새롭게 추가된 '복수의 여신' 시나리오를 합쳐 무려 160시간에 달하는 플레이 타임을 자랑하며, 기존 작품에 등장한 DLC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번 '진 여신전생5 밴전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향상된 그래픽이었다.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전작의 경우 연출은 뛰어났지만, 그래픽 퀄리티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그래픽이 더욱 수려해졌고, 프레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보는 맛이 더욱 살아난 듯한 모습이다.
이 중에서도 캐릭터 스킬 연출과 동영상 컷 신의 퀄리티가 상당히 뛰어나 같은 장면을 보고 있어도 스킵 버튼을 누를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새롭게 추가된 악마와 스토리 연출의 퀄리티도 상당했다. 이번 '진 여신전생5 밴전스'에는 40여 종의 악마가 추가되었으며, ‘복수의 여신’ 편에만 등장하는 악마가 등장한다.
이 신규 악마들의 경우 캐릭터 하나는 기막히게 구현하는 아틀라스의 특기가 발휘되어 하나하나 뛰어난 매력을 보여주며, 이중 스토리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4인의 여신은 스킬 연출부터 컷신 등장까지 엄청난 퀄리티로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게임 시스템은 게임의 시스템은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었지만, 다양한 시스템이 추가되어 편의성을 높인 모습이다. 먼저 새로운 이동 수단인 ‘마가츠로’가 추가되어 맵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마가츠로’는 중요 미션 지역에 고정 배치되어 있지만, 이용자가 직접 찾아낼 수도 있으며,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이 ‘마가츠로’는 서브 퀘스트에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이동이 워낙 편리하고, 플레이 시간을 단축해주다 보니 새로운 맵에 방문하면 이 ‘마가츠로’를 찾는 것을 우선시할 정도였다.
악마전서 합체와 회복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용혈의 경우 ‘악마의 뒤뜰’이 추가됐다. 이 ‘악마의 뒤뜰’은 악마와 나호비호 등과 대화할 수 있는데, 일정 플레이를 통해 조건을 맞출 경우 아이템을 주거나 능력치가 상승하는 등의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번 작품에 처음으로 등장한 게스트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원작의 경우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는 주인공 1인을 제외하고는 없었지만, 이번 '진 여신전생5 밴전스'는 스토리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서포터로 합류해 육성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캐릭터들의 능력치는 크게 높지는 않지만, 전용 연출이 존재하고, 무엇보다 스토리 캐릭터를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주인공 ‘나호비호’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속성이 새롭게 추가되어 다양한 형태로 육성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고, 이용자가 직접 악마를 조종할 수 있는 색다른 미션이 등장하는 등 원작과 비교해 재미의 밀도가 훨씬 높아진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진 여신전생5 밴전스'는 최근 등장한 JRPG 중에서도 상당한 퀄리티와 짜임새 있는 콘텐츠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와 여전히 세기말적인 암울한 배경 등 JRPG를 선호하는 이용자라면 환영할 만한 재미를 가득 담은 게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이 작품에서 보여준 아틀라스의 완전판 정책은 논란이 될 법한 모습이다.
아틀라스는 다른 게임 시리즈인 페르소나 시리즈 등 자사의 게임을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두 번 판매(그것도 Full 프라이스)하는 정책을 여전히 고수 중이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경우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기존 게임에 새로운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을 수도 있으나, 이번에 출시된 '진 여신전생5 밴전스'는 조금 사례가 다르다.
본 기자가 놀란 부분은 스토리였다. 사실 2021년 출시된 원작의 경우 다소 난해한 스토리덕에 이용자들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본 기자 역시 엔딩을 보고 나서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원래 여신전생이 그렇지 뭐, 오컬트잖아”라고 넘겼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진 여신전생5 밴전스’는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기존 이야기에 새로운 스토리가 더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원작의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원작의 난해했던 스토리가 더욱 명확해졌고,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제대로 설득력을 주게 되었다. 한마디로 완전판으로 인해 작품이 완성된 듯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신규 캐릭터들의 매력이 뛰어나고, 이들이 기존 스토리에 미치는 비중 역시 상당해 3년 전 원작을 구매한 이들에게 “그럼 내가 샀던 게임은 뭐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든다.
아틀라스가 완전판 정책으로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다만 원작을 구매하며 자신들의 게임에 애정을 보인 이들에게만큼은 완전판 구매 시 별도의 특혜를 주거나, 원작 게임과는 다른 형태의 재미를 주는 형태로 최소한의 존중을 해주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 본 기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