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국 게임사의 실력 보여준 ‘검은 신화: 오공’
공개 초기 영상을 제외하면 보여준 것이 없이 베이퍼웨어라는 의심까지 샀었던 중국 게임사이언스가 개발한 ‘검은 신화: 오공’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시에 앞서 게임을 스팀(PC) 버전으로 만나 볼 수 있었으며, 직접 즐겨본 ‘검은 신화: 오공’은 싱글 플레이 게임 개발력도 세계급으로 성장한 중국 게임의 현주소를 만나 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게임은 색다른 느낌의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을 기다려 왔던 게이머나 ‘검은 신화: 오공’이 그동안 영상을 통해 보여준 모습에 관심을 보여준 이용자라면 큰 고민 없이 즐겨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뷰의 경우 보도 제한 사항이 있어 자세하게 다루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음을 밝힌다.
‘검은 신화: 오공’은 삼장법사와 손오공 등이 서역에 불경을 얻으러 가면서 81가지 고생을 겪는 이야기를 담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용자는 전설로만 남아있는 돌 원숭이가 남긴 여섯 가지 유물인 ‘육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천명자를 플레이할 수 있다. 서유기를 몰라도 게임 플레이에 큰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알고 있는 쪽이 게임에 더 몰입해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게임의 비주얼이다.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제작한 ‘검은 신화: 오공’은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준다. 초반 챕터의 숲이나 사막에 가까운 황무지나 눈이 가득한 설원 등의 배경이 참 인상적이다. 오픈월드는 아니지만 꽤 거대하게 구성된 한 챕터의 맵 곳곳을 누비며 풍경을 살펴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불교 세계관이 짙은 서유기이기에 불상이나 사원과 같은 모습도 게임에 등장하며, 서양 중심의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느낌이기에 더욱 새롭다. 등장하는 몬스터나 보스급의 몬스터도 동양의 색채가 강하며, 동물 형태의 몬스터나 주인공 원숭의 털묘사도 수준급이다. 주인공의 장비를 교체할 때 외형도 함께 변화해 보는 맛도 있다.
PC 버전의 경우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해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사양 등의 문제로 레이트레이싱을 켜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그려낸 표현이 우수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참고로 PC 버전은 21:9 해상도를 네이티브로 지원한다. 게임 플레이화면은 물론 컷 연출 등도 울트라 와이드 화면비로 즐길 수 있다. PC 사양의 경우 현재 스팀에서 ‘검은 신화: 오공’ 벤치마크 툴을 배포하고 있으니 테스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은 소울라이크 스타일과 유사하다. 챕터 진행 과정 중간중간 마련된 신사에서 운기조식을 통해 회복하면 다시 모든 몬스터가 살아나고, 신사에서 아이템 구매나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게임은 기본적인 난도가 있는 편이지만, 경험치를 잃어버리는 등 죽음에 대한 페널티가 없어 플레이가 좀 더 수월하다. 성장 트리의 스킬을 해금하는 것은 어디서든 가능하며, HP 회복에 사용하는 호리병 강화나 특수한 제조 작업은 가능한 지역이 따로 있는 식이다.
게임의 액션도 소울라이크 스타일을 가져가면서도 ‘검은 신화: 오공’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더했다. 기력을 활용해 달리기, 점프, 공격, 회피를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며, 게임의 액션은 패링과 같은 방어보다 회피에 중점을 뒀다. 적의 공격을 정확하게 회피하면 잔상을 남기며, 순간적으로 슬로우가 걸린다. 정확한 타이밍에 적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을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는 주로 곤봉을 활용해 진행한다. 곤봉을 활용한 공격은 약공격과 강공격으로 나뉘며, 약공격을 통해 봉술 게이지를 채우고 모은 봉술 게이지를 소모해 강력한 공격을 먹이는 형태다.
그리고 봉술은 벽곤, 입곤, 착곤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먼저 벽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게 되며 강 공격 시 적당한 거리에 있는 적에게 강력한 공격을 먹일 수 있다. 특히, 이동 간에도 버튼을 눌러 게이지를 채울 수 있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다음으로 입곤은 봉을 공중으로 늘려 공중에 자리를 잡는 것이 특징이며, 적의 지상 공격을 피하거나 공중으로 늘린 곤봉으로 강력한 공격을 먹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착곤은 강공격 시 봉을 가로로 늘어나게 만들어 멀리서도 강력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특정 봉술을 활용하면 좀 더 쉽게 대응이 가능한 보스들이 등장해 세 방식을 골고루 바꿔가면서 활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봉술 외에도 법력을 소모하며 활용하는 다양한 도술도 게임의 특징이다.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분실을 소환하거나 적을 멈추게 하는 정지술도 사용할 수 있다. 또 몸을 바위처럼 만들어 적의 공격을 버티는 것도 가능했다. 특히 바위 육신 체술은 다른 게임의 패링처럼 방어 이후 틈을 만들어 줘 게임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별도의 변신이나 요괴의 능력을 활용하는 요소도 준비됐다. 특히, 보스급 몬스터를 물리치고 얻을 수 있는 변신의 경우 변신 상태에서 별도의 HP 게이지를 가지고 있어 위급 상황에 큰 도움이 되며,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전체적으로 무작정 공격을 계속해서 펼치는 것보다 적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봉술과 다양한 도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게임 플레이 도움이 된다. 특히, ‘검은 신화: 오공’은 엘리트 몬스터는 물론 보스 몬스터가 엄청나게 많이 준비된 게임으로,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재미가 강점인 게임이다. 게임이 가진 전투의 재미를 게임 플레이 내내 즐길 수 있다.
또 게임 내에 무기와 장비 제작 시스템 등도 마련되어 있고, 연단을 통해 제작한 아이템으로 각종 능력을 일시적으로 보충할 수 있다. 무기나 방어구 제작의 경우 시스템적으로 각 챕터에 등장하는 적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수준으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없게 구현되어 있다. 점점 강해지는 자신을 느끼면서도 게임을 진행하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아울러 맵 곳곳을 탐험하는 재미도 있다. 언리얼 엔진 5을 활용해 만든 챕터의 맵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러 곳을 탐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숨겨진 장소에서 보물을 찾거나 강력한 몬스터와 대결을 통해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검은 신화: 오공’은 전체적으로 뛰어난 수준의 액션 게임이지만, 일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싱글플레이 게임 제작 노하우가 조금은 부족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공중에서 패턴을 보여주는 보스들의 경우 적에게 시점을 고정해 두면 카메라 시점이 하늘을 쳐다봐 조작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맵을 탐험하는 경우에도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이 눈으로 구별하기가 힘들다. 직업 가서 투명한 벽을 느끼고 나서야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픽적으로 실사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느낌이다.
게임의 전체적인 현지화의 경우 정식 버전이 아니기에 일부 몬스터 소개가 영어로 등장하긴 했지만, 다른 부분은 크게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다. 다만, 각 스킬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세세했으면 더 좋았으리라 본다. 또 다음 챕터와 챕터 사이의 연결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다. 이를 채워주는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약간은 갸우뚱할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중국 게임 개발사의 실력을 보여준 ‘검은 신화: 오공’이 중국 게임의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에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고 중국 게임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