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고로 도배하는 조선 이변, 재밌을까?
최근 스마트폰을 켰다 하면 나오는 광고가 하나 있다. 유튜브, 인스타, X(구 트위터) 가릴 것 없이 등장하는 ‘조선 이변’의 것이다. 광고 스타일도 다양해서 선정적인 이미지로 성인가 게임처럼 광고하는가 하면, 캐릭터끼리 대결을 펼치는 액션 게임처럼 광고하기도 해 당최 어떤 장르의 게임인지조차 알아볼 수가 없다.
그렇게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조선 이변 광고를 보게 된 지 며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게임을 직접 다운로드해 봤다.
처음부터 필자를 반겨준 건 인터페이스가 전부 망가진 인 게임 화면이었다. 누가 잡아당긴 것처럼 화면이 가로로 길게 펴지면서 모든 글자가 납작하게 늘어나 읽을 수가 없었다. 영상도, 이미지도 모두 알아볼 수 없어서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결국 별도의 태블릿을 준비해 게임을 실행했을 때는 멀쩡했으니, 게임을 개발할 때 한 가지 환경에서 만든 인터페이스를 일괄 적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스마트폰은 세로가 긴 기종이다 보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면이 뭉개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시작은 삐꺽거렸지만 초반부의 플레이 경험이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조선 이변의 정체는 방치형 요소가 섞인 MMORPG로, 좀비가 창궐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 내용 전개가 상당히 빠르지만 부정적으로 다가올 정도는 아니었고, 초반에는 자원과 경험치를 막 퍼주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몇 시간 만에 100레벨 정도가 올랐으니, 빠른 성장을 원하는 이용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법했다.
하지만 이 장점은 플레이하면 할수록 퇴색됐다. 길만 걸어도 레벨이 오를 정도로 빨랐던 성장은 특정 궤도에 오르는 순간부터 둔화되더니, 과금을 하지 않으면 레벨이나 전투력 부족으로 던전, 시왕(보스 전투 콘텐츠) 등의 콘텐츠를 클리어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가장 놀랐던 건 성장을 위한 오프라인 방치 시스템을 유료로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조선 이변에서 오프라인 방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자동사냥 카드’라는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오프라인 자동사냥 카드’를 사용하면 오프라인 방치 가능 시간이 5시간 축척되고, 최대 20시간까지 모아둘 수 있는 식이다.
문제는 이 ‘오프라인 자동사냥 카드’는 유료 재화인 ‘금괴’로만 구매할 수 있고, 오프라인 방치 사용 유무에 따라 성장 속도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난다는 점이다. 방치 보상 외에도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지만, 심각할 정도로 파편화돼 있어서 하루 종일 게임에 시간을 쏟지 않는 한 순조로운 성장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임에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비 강화, 장비 보석 등의 시스템부터 신령, 탈것, 스킨 세트, 펫, 룬, 경맥, 연요 등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콘텐츠가 세분화 돼있다. 너무 많아서, 콘텐츠 아이콘이 화면의 절반을 가릴 정도다. 태블릿을 기준으로도 이 정도라면 스마트폰에서는 얼마나 답답한 화면이 나올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플레이할 원동력도 부족했다. 레벨업을 해서 얻는 성취감이나 레벨업의 목표가 될만한 요소가 없다는 의미다. 랭킹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랭커’를 노리지 않은 평범한 이용자의 목표가 되기는 부족하고, 안 깨지던 던전을 클리어해봤자 엇비슷한 패턴의 적을 다음 스테이지에서 다시 만나게 될 뿐이니 영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PVP를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매크로의 비중이 커서 다른 PVE 콘텐츠와 큰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많은 이용자가 궁금해했던 ‘조선 좀비물’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것 치고는 비전문가인 필자도 알아차릴 만큼 무성의한 고증도 눈에 밟혔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강시와 같은 중국의 색이 짙은 몬스터들이 자주 출연했고, 중국 의상인 한푸와 치파오와 같은 의상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종종 일본의 오니와 기모노와 같은 요소도 볼 수 있었다.
중국 게임사인 아폴로 테크놀로지(Apollo Technology)가 개발한 게임인 만큼, 한국 서비스를 위해 여러 명칭과 배경만 수정해서 발매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물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완전한 픽션 세계관이나 중국풍으로 출시했다면 이런 거부감은 없었을 것 같다.
요약하자면, ‘조선 이변’은 초반의 빠른 성장이 장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해지는 과금 유도와 파편화된 콘텐츠, 느려지는 성장 속도로 피로감이 높은 게임이다. 또한, 무성의한 고증과 무리한 한국화 시도로 ‘조선 좀비물’을 기대하고 온 이용자에게는 특히 실망스러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게임이 장기적인 흥행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