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 혁신적이고 재미도 강화했지만...

지난 2020년 오랜만에 시리즈가 등장해 하늘을 비행하는 재미를 선사한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의 최신작,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가 지난 11월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

게임을 즐겨보니 전작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보다 더 혁신적으로 변화한 게임 시스템이 돋보였으며, 단순한 시뮬레이터를 넘어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콘텐츠를 강화한 점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아쉬움도 크게 남는 작품이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

뉴욕 비행
뉴욕 비행

먼저,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기에 앞서 가장 놀란 부분은 게임의 설치 용량이 겨우 11.6GB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버그인가 싶을 정도로 의아했으며, 모바일 게임처럼 11.6GB를 내려받은 후 게임 실행 시 추가 파일을 더 내려받는 구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게임의 전체 용량은 11.6GB가 전부였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이 스포츠 게임인 NBA 2K 시리즈마저 139GB, 최근에는 관리가 가능해졌지만 234GB에 달했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처럼 용량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모습이었다. 덕분에 게임을 지우며 여유 공간을 마련했던 기자는 당황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적으로 구현된 비행기 내부
사실적으로 구현된 비행기 내부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행

설치 용량이 이렇게 작은 이유는 게임이 거의 모든 데이터를 스트리밍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패스 등을 통해 게임을 설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이나 TV에서도 스트리밍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인 게임을 설치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런 유사한 시스템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에 적용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에서도 2PB(1PB는 1,000TB)에 달하는 지형 데이터를 스트리밍으로 처리하는 혁신적인 플레이 환경을 구성했는데, 이번에는 한술 더 떴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더욱 섬세하게 구성된 지형 데이터와 다양한 랜드마크, 그리고 다양한 동물까지 살아 숨 쉬도록 구현된 디테일이 놀랍다.

착륙 챌린지
착륙 챌린지

야경도 볼만하다.
야경도 볼만하다.

다만, 스트리밍 위주의 방식으로 준비됐기에 캐시를 위한 16GB 정도의 별도 공간이 필요하고,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또한, 초기 로딩 시간도 PC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약 2분 30초 정도로 상당히 길며, 게임 내 비행 전 데이터를 불러오는 과정도 짧지 않아 불편한 부분이 있다.

게다가 스트리밍 중심의 플레이 방식이기 때문에 서버 상황이 좋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문제와 우려도 있다. 지금은 해결됐지만, 출시 첫날에는 서버 문제로 인해 로딩 화면만 몇 시간씩 보고 있던 이용자도 있었다. 혁신적인 게임 시스템 구현에는 이런 아쉬운 부분이 따랐고, 기술이 더 발전하며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의 모든 데이터를 스트리밍으로 처리하지만 그래픽 수준이나 비주얼은 상당히 뛰어나다. 그러나 그만큼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PC를 요구한다. 기자는 5120*1440 해상도의 32:9 모니터와 지포스 RTX 4080 SUPER를 사용 중이다. 제법 괜찮은 수준의 그래픽 카드임에도 울트라 옵션에서 초당 30프레임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게임 속 비행기가 아니라 컴퓨터가 날아갈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아프리카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기린을 찾는 중
아프리카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기린을 찾는 중

여객기도 몰아 볼 수 있다.
여객기도 몰아 볼 수 있다.

DLSS와 같은 업스케일링 기술과 프레임 생성 기능을 켜면 초당 60프레임 수준으로 게임 구동이 가능했지만, 프레임 생성 특성상 화면이 지글거릴 수밖에 없어 프레임이나 그래픽 완성도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최근 게임들이 사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용량 최적화뿐 아니라 그래픽 최적화에서도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UMPC에서도 구동된다.
UMPC에서도 구동된다.

여담이지만, ROG ALLY X에서도 해상도를 720P로 낮추고 그래픽 옵션을 낮춘 뒤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 기능을 켜면 초당 30프레임 정도로 구동이 가능하다. 그래픽 퀄리티는 좋지 못하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플레이 부분은 전작보다 한층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됐다. 먼저 커리어 모드를 도입해 파일럿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커리어 모드는 비행 훈련과 연계되어 있어 비행의 기본부터 시작해 다양한 비행 기술을 익히는 재미가 있다.

게임내 주 메뉴
게임내 주 메뉴

다양하게 마련된 콘텐츠
다양하게 마련된 콘텐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를 통해 비행 시뮬레이터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이용자들도 커리어 모드를 즐기며 다양한 비행 훈련을 통해 그 매력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커리어 모드는 이용자가 성장하면서 개인 비행기부터 시작해 제트 엔진 여객기와 화물기, 인명 구조 비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커리어 모드만 즐겨도 엄청난 플레이타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 사진사라는 콘텐츠도 준비됐다. 미리 선정된 지역을 비행하며 주어진 조건에 따라 사진을 촬영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랜드마크를 살펴보거나 동물들도 만날 수 있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의 디테일과 구현력에 감탄하게 된다. ‘지구 시뮬레이터’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액티비티 콘텐츠 부문에서는 착륙 챌린지나 저고도 비행 등의 상황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착륙 챌린지가 다양하게 준비된 점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디스커버리 비행과 주간 준비 및 기록 경쟁용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어 즐길 거리가 부족할 염려는 적다.

기본적인 비행을 배울 수 있다.
기본적인 비행을 배울 수 있다.

한국어로 알려준다.
한국어로 알려준다.

여기에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한층 강화된 점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용자가 아바타를 만들고 비행기에서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해 비행기를 더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으며, 비행 준비 과정에서 굄목 제거 등도 진행할 수 있어 더 사실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아울러 이번 작품에서는 AI가 삭제되고 부기장이 도입됐다. 다양한 비행 상황에서 부기장이 정보를 제공해 비행을 배우기에는 전작보다 더 적합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AI가 있는 편이 자동으로 많은 것을 처리할 수 있어 좋았지만, 일장일단이 있다.

당연히 실시간 날씨나 비행기들의 실제 비행 데이터를 지원하며, 이에 맞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스트리밍으로 데이터를 제공받는 만큼 세계 유명 도시들의 묘사가 매우 상세하며,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비행하며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평소 가고 싶었던 장소나 거주 지역의 상공을 날아다니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면허를 따야 본격적인 시작이다.
면허를 따야 본격적인 시작이다.

커리어 모드에서 다양한 비행을 만날 수 있다.
커리어 모드에서 다양한 비행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한국어를 처음부터 제공한다. 번역에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다양한 훈련을 한국어로 즐길 수 있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음성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를 통해 한국어로 제공된다.

다만, 애저를 통해 제공되는 AI 음성은 사람의 연기처럼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특히, 한국어 발음이 어색한 것은 물론 영어 발음조차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있어 사용자들에게 ‘웃음벨’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국내 비행기 국적 기호인 HL(호텔 리마)을 쓰인 그대로 ‘에이치 엘’로 읽는 부분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외에도 게임은 키보드, 컨트롤러, 호타스 등 다양한 조작 체계에 대응하며, 전문가가 아닌 이용자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어시스트 기능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비행 시뮬레이터를 위한 컨트롤러인 호타스보다 일반 게임용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수월했다. VR HMD가 있다면 VR로도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하자.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의 서울 상공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의 서울 상공

별도 구매 시너리가 적용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에서 서울 상공
별도 구매 시너리가 적용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에서 서울 상공

결론적으로 전작보다 다양한 부분을 개선하며 돌아온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4’는 비행 시뮬레이터 팬들에게 다양하고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높은 PC 사양 요구, 긴 초기 로딩 시간, 성의 없는 AI 더빙, 텍스처 로딩 실패, 일부 비행기 모델의 누락, 그리고 ATC(항공교통관리) 관련 문제 등 여러 아쉬운 점이 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구매했던 시너리와 같은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미흡한 점들은 게임을 미완성으로 느끼게 하며, 공식 포럼에는 버그 리포트와 사용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개발진이 빠르게 대응해 게임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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