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니지W' 그래픽에 최신 트렌드의 방치형 장르를 융합하다, '저니 오브 모나크'
필자가 엔씨소프트를 처음 담당한 것은 200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회사에 입사하고 모바일 게임과 e스포츠를 주로 다루다가, 2006년이 오기 전에 엔씨소프트를 첫 방문한 후 지금까지 왔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어느새 20년 됐다.
그동안 많은 이슈를 겪었다. 이용자 이벤트로 스키장에 따라간 적도 있었고, E3 게임쇼에서 개발자들과 함께 어울렸던 일도, 넥슨과의 주식 이슈, 넷마블과의 주식 스왑 등 굵직한 사건도 기억이 난다.
아예 엔씨소프트의 태동부터 현재까지를 다루는 기획 시리즈를 낸 적도 있으니, 나름대로 엔씨소프트에 대해 빠삭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본인에게도, '저니 오브 모나크'는 사건이었다. 지난 20여 년 간 엔씨소프트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가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형태의 게임이 나오다니?
그만큼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처음 플레이하는 30분 내내 놀라움이 가득했다. 엔씨소프트가 바뀌긴 바뀌었구나.. '리니지'가 이런 식으로 변화할 수도 있구나..라는 의미였다. 돌이켜 보면 '스틸독'이나 'MXM', '플랜츠 앤 좀비', '리니지 이터널' 같은, 빛을 못 보고 사라진 게임들에 대한 아쉬움이 놀라움의 근원일 수도 있다고 본다.
시대의 최신 트렌드를 접목한 '리니지' IP
'저니 오브 모나크'는 '리니지W'의 그래픽을 답습했다. 시작과 동시에 '리니지W'의 그래픽과 웅장한 BGM(배경 음악)이 이용자들을 반긴다. 그리고 곧바로 어? 하게 된다.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버섯커 키우기' 등의 방치형 시스템이 체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최신 트렌드의 방치형 RPG에 '리니지W'의 스킨을 덧씌운 게임이다. 때문에 옛날 '리니지'를 접할 때처럼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 클릭 한 번 한 번을 공들여야 하는 '리니지'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오히려 졸린 눈을 비비며 성의 없게 버튼을 클릭한다는 마인드로 접하는 게 좋다.
게임을 들어가 보면 원작에서 '왕자'였던, 절세 미남의 군주 캐릭터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리니지'에 있던 수많은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나 변신카드 등이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배치된 것을 보게 된다. 원작에서는 원거리 근거리 정도였던 캐릭터들인데, 다양한 속성 및 등급으로 표현되어 재가공되어 있다.
게임은 군주 캐릭터로 워밍업을 하면서 한 명 한 명 영웅 캐릭터를 키워가며 성장의 재미를 느끼면 그만이다.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때리고 능력을 높여간다. 우측에 간단한 퀘스트 창을 통해 스테이지 클리어와 주사위 10회, 몬스터 5마리 사냥을 무한 반복하고, 장비 인챈트와 영웅 및 스킬 관리 등을 통해 전투력을 높이는 식이다.
스테이지가 막히면 '내가 또 전투력을 올릴 방법이 없나?'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자. 초반에 UI(사용자 환경)가 낯설어서 어디를 강화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는데, 하나하나 알아보며 강화해 나가면 무과금으로도 전투력 20만 까지는 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캐릭터, 어떻게 하면 강해질까
우선 진행하는 퀘스트를 지속적으로 클리어할 필요가 있다. 무한 반복 식이지만, 뽑기권을 많이 준다. 이 게임을 관통하는 뽑기는 총 3가지로, 영웅과 마법 인형, 지휘 스킬로 구성되어 있다.
영웅은 말 그대로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같이 사냥하는 동료들로, 레벨업하고 스킬업을 시켜서 강화시켜야 한다. 마법 인형은 따라다니며 버프를 주는 인형들이며, 지휘 스킬은 내 캐릭터의 스킬이다.
뽑기를 주야장천 하다 보면 뽑기 레벨이 오르고, 그러면 점점 더 좋은 동료나 인형, 스킬이 나오기 시작한다. 중복으로 같은 것을 일정 개수 이상 뽑으면 초월을 통해 별을 달면서 쥐꼬리만큼씩은 더 강해진다. 궁극적으로 전설을 뽑기까지의 여정을 즐기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보스에게 죽게 되는 순간이 오면 캐릭터 스탯을 우선 올려야 한다. 일단 볼 것은 주인공의 장비다. 주사위를 굴리다 보면 가끔 좋은 장비가 나오는데, 그 장비를 착용하고 인챈트를 해서 최대한 높여준다. 최대 3번까지 실패해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
이후 캐릭터 옆 탭의 오라를 올려준다. 또 레벨을 올리다 보면 피의 서약이나 휘장이 열리는데 마찬가지로 키워준다.
재화는 늘 부족한데, 날마다 각 성장 던전들을 돌면서 수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각 던전에는 속성이 있어서 영웅들을 적절히 잘 배치할 필요가 있다. 불 속성 던전에 들어갈 때에는 반대 속성을 선택해서 대미지를 1/2로 경감시킬 수 있는 식이다.
이외에도 주사위를 돌리다 보면 낮은 확률로 낚시나 오만의 탑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낚시를 통해서 장비 복구권을 얻을 수 있으니 알아두자. 또 영지 기능도 있어서, 여기서 액세서리를 제작해서 주인공에게 착용시켜야 하고, 피의 서약이나 휘장도 영지를 통해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리니지와는 다르다! 리니지와는!
'리니지'를 오래 봐온 입장에서는 '저니 오브 모나크'가 낯설 수 있다. 그간 '리니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그룹을 편성해서 싸우는 형태인 점과, 아예 방치한다는 점에서 '너무 하는 것이 없어서 게임 같지 않다', '이 게임의 목적이 도대체 뭐냐?' 라고 말하는 골수 '리니지' 팬들의 의견도 들었다.
사실 '리니지'는 자동 사냥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하는 게임이다. 그렇게 '늘 게임을 해야한다'라는 강박 관념을 가진 이들에게 '저니 오브 모나크'는 엄청나게 낯선 게임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이 게임은 그래픽만 '리니지W'일 뿐, 내용은 아예, 완전히 다르다. 등장하는 몬스터나 배경 등이 낯익지만, '저니 오브 모나크'의 근간은 확률이다. 방치형 RPG를 즐겨온 분들이라면 요즘 트렌드 중 하나가 '운빨'인 것을 알 것이다. 이 게임도 그렇다.
일단 주사위를 통해서 장비가 나오고, 장비 인챈트도 확률을 통해 진행된다. 낚시나 오만의 탑도 확률에 의존한다. 영웅과 마법 인형, 지휘 스킬도 전부 뽑기이다.
물론 엔씨소프트는 아주 약간이지만 '리니지' 시리즈와의 연계점을 넣어놓았다.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기존의 '리니지M', '리니지W'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코드를 제공한다.
주변에 '리니지' 플레이하던 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부랴부랴 게임을 깔아서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저니 오브 모나크'가 출시되고 오히려 '리니지M'이 다시 인기 순위 2위에 오르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엔씨와 '리니지'가 아니었다면, 깔 게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2가지다. 우선 방치형RPG의 퀄리티적인 측면을 보면, 상당히 퀄리티가 높은 수준이다.
기존의 '리니지' 리소스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만, 신작 방치형 RPG 중에 이만한 그래픽 리소스와 연출, 사운드 등을 갖춘 게임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많지 않다고 본다. 엔씨소프트니까 이만한 그래픽 리소스와 연출 등을 투입시킨 것은 명확하다.
게다가 과금적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무과금으로도 전투력 30만을 넘긴 사람들이 수두룩 하고, 현재 랭킹에서도 상위권에 무과금 이용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그만큼 퍼주기를 해준다.
영웅 장비 1100원, 그리고 등급을 5단계까지 올려주는 아이템도 합리적이다. 꽤나 광고 보기를 유도하는 부분이 있어서 광고 월정액 결제가 7000원 정도로 있긴 한데, 타 게임에서도 존재하는 수준이다.
향후에 공성전 등의 엔드 콘텐츠가 들어가면 과금 유도가 심화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평균보다 훨씬 퀄리티 높은 방치형 RPG라는데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엔씨소프트이기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갈리게 된다. 최신 방치형 RPG를 따랐다고 해도, 엔씨소프트였다면 뭔가 더 차별화를 둘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기대감에서 오는 아쉬움이 짙다. '저니 오브 모나크'가 출시된 뒤에 급락한 주가도 그러한 실망감에 기인한다.
'엔씨소프트인데, 이렇게 전형적일 수밖에 없었냐', '무게감이 떨어진다'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아 몰라 무조건 엔씨니까 까자고 하며 신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도 결국 '엔씨소프트라면 방치형RPG라도 뭔가 다르겠지'라는 기대감에서 온다고 본다. 하물며 엔씨소프트가 '티모시 샬라메'를 영입하는 등 거대한 마케팅으로 기대감을 부풀려 왔으니 더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엔씨소프트, 역동성으로 무장한 극적인 변화를 보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엔씨소프트의 극적인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증거물로 보인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우연히 개발자들의 술자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고,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플랫폼에 올리는 출시 준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게임 개발은 8~9개월에 마무리 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엔씨 역사상 이토록 단기간에 출시한 게임이 있을까, 지금까지 엔씨소프트의 내부 논법과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다.
또 이 개발자들이 오로지 '저니 오브 모나크'만 개발하는 이들이 아니라, '리니지M'을 다루면서 짬을 내어 개발해 낸 게임이라는 점을 들으니 오히려 '상당한 도전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든다.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이정도 속도로 개발했다면 향후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꾸준히 변화를 주창하고 있고, 'TL'이나 이번 '저니 오브 모나크'만 봐도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 과거와 달리 'TL'을 통해 다시 이용자들의 마인드에 귀 기울이고 변화를 줘서 글로벌 성공을 이뤄나가는 한편, 최신 트렌드를 갖춘 게임을 극도의 단기에 완성해 내고 출시하는 모습에서 변화의 역동성을 느낀다.
자회사 분할, 수많은 구조조정, 그리고 'TL'의 글로벌 성공과 '저니 오브 모나크'의 탄생. 극적의 변화 속에서 엔씨소프트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