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전의욕 자극하는 '패스오브엑자일2’, 어렵지만, 편의성 늘었다
디아블로 시리즈와 함께 핵앤슬래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패스오브엑자일’의 정식 후속작 ‘패스오브엑자일2’가 지난 7일 얼리액세스 서비스를 시작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게임답게 얼리액세스 판매만으로 스팀 전 세계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국내에서도 공식 홈페이지가 터질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올해 주목할만한 신작이 많지 않았던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 오랜만에 희소식이다.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디아블로4가 최근 확장팩 증오의 그릇을 출시했지만, 많은 버그로 인해 실망감이 커지면서, ‘패스오브엑자일2’에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다보니, 전작보다 강화된 액션성, 그래픽 등을 호평하는 이들도 많지만, 반대로 너무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은 편이다. 요즘 소울라이크 장르가 유행하면서 어려운 게임들이 유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대만 맞아도 터져버리는 매콤한 난이도 때문에, 기존에 ‘패스오브엑자일’을 오래 즐겨왔던 이들조차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패스오브엑자일’과 ‘패스오브엑자일2’의 카니발리제이션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정말 전작과는 아예 다른 개념의 게임으로 등장했다.
‘패스오브엑자일2’가 전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구르기, 방패 막기 등 새로운 액션의 추가를 통해 조작의 재미를 더한 것이다. 다른 게임에서 흔한 피하기 동작 하나 추가된 것으로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예 전투의 매커니즘이 달라질 정도로 엄청난 변화다. 자세히 보면 그래픽, 사운드도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됐지만, 전투 메커니즘이 달라진 것이 너무 충격적이라 눈에 안 들어올 정도다.
1편의 경우에는 스킬 슬롯이 연결되어 있는 장비를 착용한 후, 메인 공격 스킬 하나에 여러 가지 보조젬을 붙여서 공격력을 극대화시킨 후, 화면에 보이는 적들을 쓸어버리는 전형적인 핵앤슬래시 게임이었다. 적들의 공격이 너무 아프다보니, 방어력 보다는 공격력을 극대화시켜서, 맞지 않고 죽이는 스타일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패스오브엑자일2’는 적의 공격을 계속 회피하면서 싸우는 액션 위주의 게임이 됐다. 특히 각종 기믹으로 무장한 보스전은 1편처럼 화력으로 녹여버리는 플레이를 할 수 없어서, 다양한 패턴을 피하면서, 여러 스킬을 활용해 싸워야 한다. 한 대만 맞아도 치명적인 게임이다보니, 1편보다 훨씬 더 숨막히는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1편은 어느 정도 장비만 갖춰지면 마우스 버튼 하나만 눌러도 즐길 수 있어서 라면 먹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패스오브엑자일2’는 엄청나게 손이 바쁜 게임이 됐다.
바뀐 스킬젬 시스템도 이런 변화를 더욱 크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예전에는 장비에 홈을 판 후 이를 연결하고, 그 홈 색깔에 맞는 스킬 보조젬들을 삽입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보조젬을 장비가 아닌 스킬 자체에 장착하도록 변경됐다. 예전처럼 홈이 뚫리고, 다 연결되어 있는 장비를 힘들게 구할 필요도 없고, 미사용 스킬젬을 클릭하면 자신이 원하는 스킬로 바로 변경할 수 있다.
1편의 경우 6홈이 연결되어 있고, 아무 색깔의 젬이나 삽입할 수 있었던 타뷸라라사를 구하는 것이 이 게임의 1차 진입장벽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장비 없이도 다양한 스킬 조합을 실험해볼 수 있게 됐다. 대신, 스킬 보조젬들은 종류별로 단 한 개씩만 사용할 수 있으며, 스킬젬을 추가로 장착시킬 수 있는 홈을 뚫기 위해서는 하위 쥬얼러 오브라는 새로운 커런시를 획득해야 한다.
1편처럼 한가지 스킬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세팅을 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전투도 다양한 스킬을 적절히 활용하는 스타일로 변화했다. 석궁 하나로 돌격소총, 저격총, 샷건 등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을 소화하는 머서너리나, 번개와 냉기 두 가지 속성의 구성되어 있는 스킬로 원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몽크 등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액티브 스킬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느낌이다.
최근 주목 받았던 머서너리 화염 유탄 빌드를 보면 유탄을 그냥 발사하면 뒤늦게 터져서 답답하지만, 화염벽을 세운 뒤 그곳을 향해 유탄을 발사하면 즉시 터지면서 더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식이다. 기자도 호기롭게 근접 캐릭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경험해보겠다며 몽크를 선택하고 좌절했다가, 나중에 중거리에서 싸울 수 있는 빙하 폭포 위주로 세팅을 바꾸면서 보스들을 하나씩 클리어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로 전투가 바뀌다보니, 전작을 플레이했던 이들조차 너무 어려워서 플레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스킬을 소환수 버프 계열로 채운 뒤 이동만 해도 적들이 녹아내리던 네크로맨서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회피용으로 추가된 구르기도 적을 통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손이 꼬이면 순식간에 적에게 둘러 쌓여 죽게 된다. 필드에 나오는 졸개들도 겁날 정도이니, 보스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1편의 경우에도 적들이 강하기 때문에 한방에 터지는 경우가 많아서, 근접 캐릭터들이 외면을 당했는데, ‘패스오브엑자일2’도 여전히 근접 캐릭터는 커런시(화폐)를 많이 확보한 고인물들의 예능캐릭터다. 첫 직업으로 워리어를 선택했다면 바로 종료하고, 다른 원거리 계열로 다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개발진들의 인터뷰를 보면 1편보다 편의성을 강화하면서 더 초보자 친화적인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1장 보스를 못 넘어가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투를 제외한 부분에서는 맞는 말이긴 하다.
1편의 경우 무슨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패시브 노드를 찍을 엄두가 안나서, 고수들의 빌드를 참고해서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패스오브엑자일2’에서는 패시브 노드가 굉장히 직관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자신만의 빌드에 도전해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거미줄처럼 복잡하긴 하지만, 초반 선택지를 많이 줄여서, 고민을 덜 하게 만들었으며, 노드를 잘못 찍었더라도, 금화를 쓰면 초기화하고 다시 찍을 수 있다.
또한, 중간에 보면 능력치 올려주는 노드도 있는데, 정해진 능력치만 획득할 수 있었던 기존과 달리, 힘, 민첩, 지능 중에 자신이 원하는 능력치를 고를 수 있도록 해뒀으며, 특정 노드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면 자신의 전투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미리 알려준다. 예전에는 중간에 노드 잘못 찍었으면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커런시를 소모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획기적인 변화다.
커런시가 대폭 줄어들면서, 아이템 제작도 많이 간편해졌다. 예전에는 한땀 한땀 폐지를 모으는 심정으로 커런시를 모아서 카오스 오브로 바꾸고, 그것으로 필요한 핵심 아이템을 구입하는 흐름이었지만, 이제는 초반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아이템 드랍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전보다 필요한 아이템을 만들어 써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하나만 먹어도 로또 맞은 기분이었던 엑잘티드 오브가 심심치 않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 개발진들이 아이템 제작을 좀 더 활성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전직, 성역 등의 콘텐츠들도 이전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로 등장했으며, 1편에서도 이제 겨우 추가해준 거래소를 ‘패스오브엑자일2’에서는 시작부터 지원해주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커런시를 거래할 수 있다. 단, 거래소는 커런시 거래만 지원하고, 개별 아이템 거래는 여전히 채팅으로 만나서 거래해야 한다.
현재는 1장부터 3장까지만 열려 있는 상태이고, 모두 클리어하고 전직까지 마무리하면 더 어려운 난도의 1~3장이 열려서, 엔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아틀라스 맵핑까지 도전하게 된다. 대부분 캠페인 클리어도 어려워할 정도로 전투가 어렵다보니, 벌써부터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1편보다 더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면서, 이 시리즈를 몰랐던 유입자들이 많아지다보니, 처음 느끼는 매콤함에 더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다. 다만, 전작을 플레이해본 이들은 전작과 아예 달라진 새로운 도전에 놀라고 있으며, 10년 넘게 계속 발전해온 전작처럼 패스오브엑자일2가 어떻게 더 발전하게 될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스팀에서 최고 동시접속자 58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변화를 만족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아이템 드랍율이 지나치게 낮고, 초반 서버 불안으로 거래소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보니, 적절한 아이템을 갖추지 못해서 게임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얼리액세스 시작단계이니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임 내에서 영상으로 어떤 스킬인지 바로 알 수 있게 설명을 해주는 등 콘텐츠 가이드가 많이 보강됐고, 카카오게임즈에서도 각종 가이드 영상을 제공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예전에 1편을 빠르게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게임만 연구하는 장인들이 만들어둔 효율적인 빌드를 보면서 따라했기 때문이고, 지금은 제대로 된 빌드가 없는 상태라서 더 헤매고 있는 것뿐이다. 많이 매콤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작과도 다르고, 계속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매콤함이니, 어렵다는 말에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단 근접 캐릭터, 특히 워리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