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커츠따라 진데스 따라" 3000층에서 느낀 '저니 오브 모나크'의 매력
본 필자는 ‘방치형 게임’. 이른바 ‘키우기 게임’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고, '방치형 게임'이라고 하더니 생각보다 신경 쓸 것도 많은데다, 일정 구간을 지나서 난도가 급격히 올라가 플레이가 어려워지는 것도 그리 탐탁하지 않았다.
이에 리니지 IP(지식 재산권) 중 최초의 비(非) MMORPG 장르로, 출시된 '저니 오브 모나크' 역시 "엔씨에서 신기한 것을 내놨으니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출시 2주가 지난 현재 3천 2백 층(스테이지) 근처까지 도달할 정도로 꾸준히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 ‘저니 오브 모나크’를 이토록 오래 플레이하게 만든 여력은 플레이할수록 좋은 영웅, 좋은 장비를 뽑을 확률이 높아지는 기묘한 시스템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 수록 소소한 과금으로도 육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른바 '득템의 재미'가 큰 몫을 했다.
이 게임은 뽑기 상점과 주사위 레벨 등급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높은 등급의 영웅과 장비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리니지류 게임을 해본 이용자들을 알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높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하거나, 장비 강화 확률이 정말 극악으로 치닫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에 오토로 주사위를 굴리며 레벨을 높이다 보니 어느덧 주사위 레벨은 33레벨을 돌파했고, 영웅 뽑기 상점 등급도 9레벨까지 높아졌다. 그리고 현재는 전설 등급의 장비와 영웅도 매일 하나 이상 수급할 정도인지라 "오늘은 어떤 전설을 만날까"라는 기대감까지 품게 만들게 했다.
그렇다고 과금을 많이 한 것도 아니었다. 본 필자가 쓴 과금은 ‘광고 제거 상품’ 그리고 홧김에 질러버린 천 원짜리 상품 3개가 전부였다. 도합 1만 원이 살짝 넘는 금액을 쓴 셈이다. 물론 “그것도 과금이다”라고 할 이용자도 있겠지만, 리니지 IP나 여타 키우기 게임과 비교해보면 이건 ‘새 발의 피’도 안되는 수준이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전설 영웅을 획득하면 상점에서 ‘다이아’(유료 재화)로 영웅 확정권을 제공하는 상품도 꾸준히 이용했다. 이 게임은 의외로 ‘다이아’로 살 수 있는 품목이 많아 게임 플레이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현재 필자는 ‘진 데스나이트’, ‘커츠’, ‘질리언’, ‘엑시드’ 등의 영웅을 주력으로 사용 중이다. 이 조합이 맞춰지기까지 수많은 영웅을 사용했고, 매일 뽑기를 진행하면서 등급을 높였으며, 주사위에서 나온 장비를 인첸트하여 도감을 맞춰 현재 전투력은 67만 가까이 맞춰 놓았다. (이렇게 세팅해도 결투장 골드 등급 이상은 가지 못한다. 그곳부터는 ‘진짜’들의 세계다.)
스탯 역시 상위 이용자들과 비교해 볼품이 없으나, 전설 장비를 어찌어찌 수급하여 현재는 방패와 액세서리를 제외하고 모두 전설 장비로 채워 놓았다. 물론, 모두 인챈트하다가 깨져서 파손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저니 오브 모나크’는 파손 장비라고 스탯이 깎이지 않는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이 육성 이외에도 의외의 재미가 존재했다. 바로 채팅이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리니지를 하다가 넘어오거나 ‘키우기 게임’을 처음 해보는 이용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상당수가 ‘저니 오브 모나크’에서 제공하는 리니지 IP 쿠폰을 받으려고 온 이들이었다.
이에 이들은 “이건 그냥 지켜만 봐야 하느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질문이 많았는데, 의외로 게임 내 채팅에서는 이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는 이용자들이 많았고, 서로 게임의 버그를 지적하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상당했다.
필자도 게임을 지켜보는 것이 지루해져 이런저런 답변을 해주면서 채팅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대다수가 리니지에 추억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었고, 연령대도 얼추 비슷하다보니 2시간 이상 채팅을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과거 게임 내 PK가 현피(현실 PK)까지 이어졌던 이야기나, 어지간한 중고차 가격 이상을 매달 움직일 정도로 혈맹 군주가 누렸었던 막강한 권력, 친구들과 게임을 사러가다 불량배를 만났던 이야기 등 80~90년생이라면 공감할 만한 주제가 끊임없이 올라와 마치 라디오를 눈으로 보는 느낌까지 들었다. 근 5년간 플레이한 온라인게임 중 가장 만족스럽고, 즐거웠던 2시간일 정도로 말이다.
물론, 채팅 서버 중 ‘한국어1 채널’은 가급적 방문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 채널은 한국 인터넷 사회의 어두운 면이 모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비규환’이 펼쳐지는 곳이다. (물론, 잠이 올 때, 지루해질 때 잠시 방문하면 정신이 번쩍 드는 순기능도 있기는 하다.)
이에 가급적 10~20채널을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장비를 자랑하면서 남을 깎아내리거나, 자기 경험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며 다른 의견을 무시하고, 뜬금없이 욕설만 내뱉는 비루한 이들은 즉시 ‘차단’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점만 주의하면 ‘저니 오브 모나크’의 채팅은 의외로 게임 플레이에 한 축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재미를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저니 오브 모나크’는 필자에게 2주간 아침 기상 이후 게임을 확인하는 일종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이 루틴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선결제한 ‘광고 제거 상품’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이다.
혹자는 ‘저니 오브 모나크’에 대해 “매출이 낮다.”, “기대 이하의 성과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과 성장의 속도가 핵심 요소인 MMORPG로 점철됐던 리니지 IP에 이렇게 천천히 여유롭게 갈 수 있는 작품이 하나쯤 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것이 본 필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