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래픽 카드가 500? 고환율에 비상 걸린 게이머들
연일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에 게이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엔비디아가 새롭게 공개하는 플래그십 그래픽 카드는 국내 가격이 각종 프리미엄을 더해 450~500만 원 선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그래픽 카드 외에도 각종 PC용 부품과 출시 예정인 신규 게임기 가격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환율로 인한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원·달러 환율은 1,467원 수준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1,400원 시대가 열렸고, 국내에서는 계엄 사태에 이은 정치적 불안 상황 등이 더해져 1,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산업군에서 환율 폭등에 의한 위기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치솟은 환율은 게이머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PC의 부품이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콘솔 게임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의 핵심 부품들도 해외 기업 제품이어서 고환율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로 PC 게이밍 시장에서는 이미 환율 상승이 대거 반영되어 부품값이 상승하고 있다. 현재 게이밍 성능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AMD 라이젠 7 9800X3D는 480달러(3일 기준 70만 5천 원 상당)의 수준의 가격이지만, 물량 부족까지 더해져 국내 유통가는 107만 원 선이다. 여기에 7800X3D 모델의 경우 지난해 5월만 해도 49만 원 수준에 거래되었으나 현재는 75만 원 수준이다.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그래픽 카드 시장은 더 큰 일이 났다. 게이밍 그래픽 카드 시장을 사실상 독점 수준으로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4090 카드는 소비자 권장가가 1,599달러로 국내 가격은 263만 원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유통가는 300만 원을 우습게 넘고 350만 원 이상에 비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상적으로 4090을 구매할 수 없는 중국과 AI 연구 등에 지포스를 사용하는 기업의 수요까지 몰려 비정상적인 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올해 출시 예정인 신제품 지포스 RTX 5090의 가격은 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각종 루머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며 지포스 RTX 5090은 2,600달러 수준의 가격대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포스 RTX 4090의 사례를 대입하면 국내에서는 450~500만 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지포스 RTX 5080의 가격이 1,599달러 수준이라는 루머가 나온다.
여기에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메인스트림급 그래픽 카드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뛰어난 성능의 게이밍 PC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부품인 CPU와 그래픽 카드만 더해도 중고 경차 한 대 값을 지급해야 하는 시장이 될지도 모른다.
아울러 이러한 고환율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콘솔 게임기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의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플레이스테이션 5의 노멀 디스크 모델의 경우 2020년 11월 출시 가격이 62만 8천 원이었으나 2022년 68만 8천 원으로 가격을 올렸고, 2024년 10월에는 74만 8천 원으로 가격을 더 높였다. 여기에 노멀 모델 대비 200달러 정도 가격이 상승한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의 경우 초창기 대비 2배에 가까운 111만 8천 원의 가격을 형성했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5의 경우 원·달러 환율보다 엔·달러 환율에서 엔화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시장 내 가격이 크게 인상됐고, 이것이 국내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 위안이 되지만, 달러의 강세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격을 또 높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여기에 올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닌텐도 스위치 2의 경우에도 큰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2017년 299달러에 출시됐고 국내 가격이 정식 발매 가격은 36만 원이었다. 성능이 대폭 향상되는 닌텐도 스위치 2가 399달러 수준만 기록해도 현재 환율상 국내 가격이 60만 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스마트폰도 환율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에 앞서 적정 환율을 책정해 제품을 내놓는다. 현재 환율 수준은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지금과 같은 환율이 지속되면 신형 아이폰의 가격이 얼마까지 올라갈지 쉽게 예상이 안 되는 상황이다.
주로 가을에 신형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애플과 달리 연초 신제품을 공개하는 삼성도 환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국내 게이머들은 환율로 인한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제 1,400원이 새로운 기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1,500원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게이밍 기기가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게이머들의 한숨은 앞으로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