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가 미국 대통령? 게임이 그린 2025년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지나고 2025년, 을사년이 찾아왔다.
지금 우리는 현실 속 2025년을 살아가고 있지만, 과거 몇몇 게임들은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가상의 2025년을 묘사한 적이 있다. 과연 게임이 그린 2025년은 현실과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2]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콜 오브 듀티의 아홉 번째 작품,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2(이하 블랙옵스2’)는 2025년을 배경으로 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게임은 약 13년 전인 2012년 발매된 FPS다.
재밌는 점은 작중 세계관 상 미국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에 있다. 볼랙옵스2의 여성 대통령인 ‘마리온 보즈워스’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모델링상 힐러리 클린턴의 얼굴이 일부 반영돼 있다. 정확히는 앙겔라 메르켈과 힐러리 클린턴의 얼굴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2024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경쟁한 힐러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다. 블랙옵스2의 세계에서는 힐러리가 경합에서 승리했을지도 모르겠다.
총기나 군사시설에 대한 고증을 확실하게 따지지는 못하겠지만, 게임에서 보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장치를 제어하는 태블릿,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현시점에서는 큰 이질감 없는 장치들이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로봇 장치를 제어하는데 활용하고, HUD로 전투의 보조를 받는 등 현 2025년과 닮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외에도 게임 내 정치인이 유튜브를 통해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카메오로 게임 내에 출연했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여전히 현실에서 ‘지미 키멜 라이브’의 진행을 맡고 있는 등 현실과 일치하는 부분도 많아 지금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면 보다 새로운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겠다.
[세가가가]
자학개그가 일품인 게임, ‘세가가가’도 2025년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 중 하나다. 2001년 드림캐스트용으로 발매된 이 게임은 세가의 게임 업계 점유율이 3%로 떨어진 상황에서 시작된다. 세가는 여전히 드림캐스트를 판매하고 있지만, 라이벌인 도그마(닌텐도와 소니 패러디) 회사에게 대항하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게임은 세가의 게임 업계의 점유율 탈환을 노리는 프로젝트 ‘세가가가’를 실행시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이야기는 2001년 말 세가가 드림캐스트의 저조한 판매량 등 각종 악재와 적자로 인해 하드웨어 사업을 철수했다는 백스토리를 알고 있으면 더욱 재밌다.
게임의 설정상 세가는 ‘여전히’ 드림캐스트를 판매하고 있어야 하지만 세가가 하드웨어 사업을 접은 만큼 게임과 현실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2001년 4분기 세가는 520억 1,900만 엔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사업이 좋지 않았고, 결국 2024년 사미와 합병됐다. 안타까운 일이나, 당시 회사의 어렵고 아픈 부분까지 웃음으로 승화시켜 게임을 낸 건 박수를 보낼만하다.
세가의 최후는 게임과 달랐지만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여전히 현실과 닮은 부분이 있다. 이용자는 세가의 부흥을 위해 각종 게임을 제작해야 하지만, 게임 시장의 활황과 불황으로 인해 바뀌는 게임 판매 수량과 자연재해와 같은 흐름으로 인한 출시일의 변동, 제멋대로 일하는 팀원 등 어쩐지 익숙한(?) 고난들을 넘어가야 한다. 개발부서에 장기간 감금되어 이성을 잃고 폭주한 개발자들이 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게임을 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고난들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피어(F.E.A.R.)]
호러 FPS 액션 게임인 피어도 있다. 피어는 2025년 어느 날, 극비의 초능력자 지휘관인 팩스턴 페텔이 갑자기 다수의 복제병사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키며 발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초자연현상 전문 특수부대 F.E.A.R.를 조직, 이용자는 이 F.E.A.R.의 신입 대원이 되어 각종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현실에서 복제 인간은 아직 멀고 먼 이야기 같지만, 의외로 생명 복제 기술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4년 1월에는 중국 과학원을 포함한 연구진이 체세포 핵 이식과 함께 ‘태반 교체’라는 과정을 추가한 정교한 기술로 인간과 93% 일치하는 붉은털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이 기술로 탄생한 복제 원숭이 ‘레트로’는 2020년에 출생하여 현재도 건강하게 생존 중이다. 복제 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생명복제 기술의 발달’ 정도는 현실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
아울러 게임 내에서 F.E.A.R. 팀은 SFOD-D(델타 포스)와 협력하여 작전을 수행하기도 하는데, 델타 포스는 실제로 고위험 군사 작전에서 활동하는 미군의 정예 특수부대다. 게임 발매일 전에도 델타 포스가 창설됐다고 추정되는 만큼 우연의 산물은 아니겠지만, 델타포스는 여전히 특수부대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그 명성이 높은 만큼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렇게 게임 속 2025년은 현실과 비슷한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게임 외에도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 지구방위군4(지구방위군 2025) 등 다양한 2025년 배경 게임들이 있으니 직접 플레이해 보며 현실과 다른 부분을 짚어나가는 재미를 느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