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검은 신화 오공, 파피 플레이타임... 스토어에 넘치는 ‘짝퉁’ 게임들!
표절과 모티브, 패러디, 오마주의 경계는 여전히 애매하다. 명확한 판단 근거가 존재하지 않고, 개개인이 느끼는 편차가 상당히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게임업계에서는 표절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부 게임들은 원작과 지나치게 유사한 이름, 이미지, 설정 등을 사용해 이용자들의 착각을 유도하며 여러 스토어에 등록되고 있다.
최근에는 내년 2월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이하 PS 스토어) 출시가 예고된 ‘애니메 라이프 심(Anime Life Sim)’이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의 표절 논란이 일었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외형, 마을의 구성 방식,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핵심 콘텐츠까지 원작과 지나치게 흡사하다.
게임의 공식 소개 페이지에는 ‘꿈의 집을 짓고 동물 이웃들과 친구가 되며 끝없는 모험을 떠나라’라는 메인 문구와 함께 낚시, 화석 발견, 벌레 잡기, 정원 가꾸기 등이 게임의 주요 콘텐츠로 언급돼 있다. 동물 주민들과 함께 섬을 누비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대표적인 콘텐츠들과 동일하다.
캐릭터 디자인도 원작의 플레이어 캐릭터인 ‘주민대표’와 혼동될 정도로 데포르메와 이미지가 유사하다. 이미지만 보고 충분히 원작 게임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다.
닌텐도 e스토어에는 액션 RPG ‘검은 신화: 오공’을 닮은 ‘오공 썬: 검은 전설(Wukong Sun: Black Legend)’이 등장했다. 2D 플랫포머 게임이라는 점에서 게임 플레이 방식은 명백한 차지점이 존재하지만, 문제는 이름과 표지 이미지가 ‘검은 신화: 오공’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있다.
‘오공 썬: 검은 전설’의 표지는 검은 바탕을 배경으로 진지한 표정의 원숭이 캐릭터가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플레이 화면에는 원색과 단순한 데포르메를 사용한 것을 보면 ‘검은 신화: 오공’과의 착각을 유도하는 마케팅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표절이 의심되는 애니메 라이프 심과 닌텐도 스토어에 올라온 오공 썬: 검은 전설에 대해 닌텐도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하지만 과거 닌텐도가 ‘포켓몬’ IP를 모방했다는 의혹을 받은 ‘팰월드’를 상대로 게임의 서비스 중단과 5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적 있는 만큼, 사건이 커지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모바일 플랫폼도 표절 의심작품들로 말썽이다. 유명 공포 게임 ‘파피 플레이타임’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장한 파피 플레이타임: 챕터 3’와 ‘파피 플레이타임 챕터 4’라는 작품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름이 동일해서 정식 후속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원작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게임들이다.
심지어 이 유사작들은 게임 설명란에 ‘허기 워기(원작 괴물)에게서 탈출하라’라는 원작의 스토리라인까지 그대로 언급하고 있다. 원작 측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게임의 챕터 3와 4를 출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컸다.
‘파피 플레이타임’의 개발사인 모브 엔터테인먼트는 여러 차례 구글에 저작권 침해 신고를 했으나, 유사작이 삭제된 후 같은 URL로 재등록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모브 엔터테인먼트는 구글과 유사작을 출시한 다이고 게임2020에게 게임을 내리고 최소 15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제공하라고 고소했다.
국내 유명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IP를 활용한 넷마블의 액션 RPG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와 유사한 작품이 등장했다.
‘나 혼자 만렙 삼국’은 원작과 유사한 구조의 이름은 물론, 홍보 이미지까지 원작 주인공 ‘성진우’의 캐릭터로 제작했다. 원작 웹툰의 명대사인 ‘일어나라’를 ‘일어나’로 일부 변경해 홍보에 사용하기도 했다. ‘삼국지’를 모티브로 삼은 것과는 달리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와의 혼동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표절 의심 작품들, 일명 ‘짝퉁’ 작품들의 경우 다운로드받으면서 무심코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 관련 수집 내역에 동의할 수도 있고, 환불과 같은 금전적 문제에서도 보호받기 어렵다. 실제로 ‘나 혼자만 만렙 삼국’의 이용자 커뮤니티에는 “환불 연락도 보지 않고, 다른 계정으로 연락하면 차단당한다”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짝퉁 게임’들을 완전히 근절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따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IP를 표절하는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각 게임 마켓을 운영하는 플랫폼들이 관리와 검증을 진행하게 된다. 문화체육부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한 구글(구글 플레이 스토어), 원스토어(원스토어), 에픽게임즈 코리아(에픽게임즈 스토어), 한국 닌텐도(닌텐도 e숍) 등이 구체적인 예다. 이런 스토어들이 게임을 승인하기 전 게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쏟아지는 물량이 많은 만큼 IP 표절 여부를 모두 심사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표절’의 기준도 애매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하지만 신고가 접수된 게임들마저 세세하게 살펴보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용자들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을 다운로드하기 전 게임의 배급사나 개발사를 한 번씩 확인해 보길 권장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