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명일방주 엔드필드, ‘최애’ 아니면 ‘최악’
지난 17일부터 명일방주: 엔드필드(이하 엔드필드)의 베타 테스트가 시작됐다.
엔드필드는 수집형 타워디펜스 RPG 명일방주의 공식 후속작인 수집형 오픈필드 RPG로, 전작의 미래 시점을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이용자는 석관에서 깨어난 ‘관리자’가 되어 엔드필드 공업을 관리하고 각종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스토리, 명일방주 몰라도 된다!
많은 후속작 게임에서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엔드필드는 전작을 몰라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관리자’가 기억을 잃고 깨어나 처음부터 서사를 함께 쌓아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처음 접하는 부분은 ‘관리자’도 모르는 부분이니 관련된 설명은 대부분 주변인물에게서 들을 수 있다.
물론 전작을 플레이한 이용자는 알아차릴 수 있는 소소한 디테일이 존재하기는 한다. ‘석관’, 테레시아의 ‘하얀 꽃’, 페트리어트가 연상되는 ‘동상’, 중간중간 깔리는 명일방주 메인화면의 BGM 등 알아차리면 반가운 요소들이 종종 눈에 밟힌다. ‘수르트(레바테인)’, ‘안젤리카(질베르타)’ 등 전작의 캐릭터들도 일부 등장한다.
다만 이 부분은 메인 스토리에 큼지막한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 배경 요소들이기 때문에 몰라도 상관없다. 애초에 전작의 중후반부 메인스토리까지 모두 클리어했거나, 사이드 스토리까지 세세하게 본 이용자가 아니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비중이 적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까 봐 플레이를 주저하는 이용자들은 걱정을 넣어둬도 될 것 같다.
-전투, 나쁘지 않지만 타격감은 ‘숙제’
엔드필드의 전투는 최대 4명의 캐릭터를 편성해 진행할 수 있다. 적에게 강력한 일반공격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스킬 게이지’가 점점 차오르고, 일정량의 게이지가 찰 때마다 강력한 배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킬셋과 파생 효과(넉백, 띄우기 등)가 있고, 모션과 연출도 괜찮지만 ‘스킬 게이지’는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는 시스템이라 전투가 생각보다 길어질 때가 많다. 한 명이 스킬을 사용하면, 다른 캐릭터는 스킬 게이지가 더 찰 때까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
문제는 이 일반 공격의 타격감이 좋지 못해서 종종 허공을 치는 듯한 느낌이 난다. 이펙트나 타격음을 좀 더 강하게 집어넣거나 스킬 게이지 수급 속도를 늘리는 등 전투는 정식 출시 전에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
-가챠, 무기와 캐릭터가 분리됐다!
수집형 게임인 만큼 게임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많다. 테스트 버전에 모든 캐릭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일부만 보더라도 준수한 모델링이 느껴진다. 일러스트와 인게임 모습 차이 없이 잘 구현되었으며, 상향 평준화된 서브컬처 시장의 그래픽과 비교해도 훌륭하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을 뽑아갈 수 있는 것이 가챠, 엔드필드의 ‘헤드헌팅’이다. 캐릭터를 뽑기 위해선 ‘오로베릴’이라는 재화가 필요하다. ‘오로베릴’은 전작의 ‘합성옥’과 같은 존재로, 각종 퀘스트나 ‘파생 오리지늄’이라는 통합 재화를 소비해 대체할 수 있다. 참고로 캐릭터는 3성부터 6성까지 등급이 존재하고, 중복된 캐릭터를 뽑으면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잠재능력 시스템도 전작과 동일하게 마련돼 있다.
전작에서는 없었던 ‘무기’도 가챠로 뽑아간다. 무기도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3~6성까지의 등급이 존재하며 중복된 무기를 합쳐 잠재능력을 개방할 수 있다. 무기의 뽑기는 캐릭터 뽑기를 진행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일종의 부산물인 ‘무기고 징표’를 소모하거나 ‘오로베릴’을 일정 비율로 교환해 진행할 수 있다. (1 파생 오리지늄 = 75 오로베릴 / 30 오로베릴 = 10 무기고 징표)
베타 테스트 기준으로는 체감상 재화 수급이 그리 인색한 편은 아니었다. 초반부인 만큼 쉽고 빠른 성장속도를 감안해야겠지만, 하루에 80뽑기도 진행해 봤다(6성 캐릭터 한 명을 확정 획득할 수 있는 횟수다). 물론 이 부분은 정식 출시 때는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공업, ‘최애’ 아니면 ‘최악’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엔드필드의 핵심은 공업이다. 전투, 장비, 탐험 등 사실상 인 게임 내 모든 것이 통합 공업 관리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통합 공업 관리 시스템(이하 공업)은 일종의 베이스캠프에 작업장과 생산 라인을 구성해 자원을 가공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성형기’, ‘분쇄기’ 등 각종 장비들을 배치해 오픈 필드에서 채집한 재료들을 가공해 장비나 소모품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필드 곳곳에 보내는 ‘전력’의 생산지이기도 해, 이용자의 전략적 배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참고로 전기를 끌어온 곳에 의료타워, 총기타워 같은 것을 설치하면 직접 전투를 진행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적을 섬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이용자가 ‘직접’ 설치해야 하며, ‘필수적’이라는 점에 있다. 이용자가 맵을 돌아다니며 전류를 이어주는 ‘중계기’를 박아두지 않으면 주변에 있는 각종 기기들이 모두 먹통이 되며, 퀘스트 진행에 필수적인 맵의 이동이 막히기도 한다. 그렇다고 온갖 곳에 ‘중계기’를 설치하고 다니면 생산전력이 부족해져 별도의 에너지 생산기기를 제작하고 배치해 둬야 한다.
여기에 게임은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빠른 이해를 요구한다. 실제 공장처럼 컨테이너 벨트를 이용해 기기들을 연결하고, 일정 자동 공정 단계를 구축해두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필요 자원 수급 속도가 느려진다. 공업 시스템을 접하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능숙한 운영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물론 별도의 단계별 공정 가이드가 마련돼 있지만, 설명을 모두 스킵한 이용자나 비슷한 시스템을 접해보지 못한 이용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공업 시스템이 흥미로워서 자동 앵초가루 생산기도 만들고, 자동 공병 제작 라인도 구축하면서 게임을 즐겼지만, 해당 부분은 사람들이 엔드필드를 플레이하는 이유이자 플레이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하리라 본다. 게임이 공업 시스템을 더욱 단순화할지, 마니아층을 위해 더욱 복잡하고 세밀한 구성을 선보일지 운영 방향성에 따라 게임의 무게감도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추후에는 모바일 버전으로도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모바일로 이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반영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정리하자면, 엔드필드는 높은 퀄리티와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춘 게임이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기대하는 캐릭터의 모델링도 훌륭하고, UI나 음향 효과도 게임만의 매력을 잘 담고 있다. 공업 시스템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기는 하나, 취향에만 맞는다면 다른 게임에서 즐기기 어려운 색다른 재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엔드필드가 서브컬처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