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5] 올해 나옵니다! '붉은사막' 완성에 올인한 펄어비스
‘붉은사막’이 드디어 나온다. 하지만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펄어비스는 2024년에 게임스컴에서 처음으로 시연 버전을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연말에 글로벌 게임쇼에서 정식 출시 일정이 공개된다고 밝혀 2025년 상반기에 정식 출시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정작 더 게임 어워드에서 공개된 출시 일정은 2025년 4분기다. 게다가 정확한 날짜도 밝히지 않아서,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그것이 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펄어비스의 2024년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붉은사막’의 새로운 소식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 때 2만 66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게임스컴에서 ‘붉은사막’ 시연 버전이 공개된다는 소식 때문에 상승세로 돌아서 4만7650원까지 상승했으나, 게임스컴 시연 버전이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다보니, 3만원대로 급락했다.
그리고 지스타 참가 소식 때문에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가, 증권가 예상과 달리 TGA에서 2025년 4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발표돼, 다시 2만원대로 추락했다. 2024년 게임주 중에서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반복해서 오갔던 주식은 많지 않다.
‘붉은사막’이 펄어비스의 미래를 바꿀 기대작이라고 하나, 이렇게 게임 관련 소식 하나에 주가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도깨비를 발표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보다 펄어비스의 체급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매출 4038억에 영업이익 430억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률 높은 회사였던 펄어비스는 주력 수입원인 검은사막의 매출 감소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2023년에 매출 3335억에 영업적자 164억을 기록한 적자 회사로 전환했으며, 2024년 역시 3274억, 영업적자 242억(증권가 추정)으로,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신작 개발을 위한 영업이용 증가로 적자가 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나, 4000억을 넘어섰던 매출이 3000억원대 초반까지 줄어든 것은 분명한 위험 신호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2017년 상장 이후 주목할만한 신작이 ‘검은사막 모바일’ 하나 뿐이었고, 새로운 수익원이 없이 ‘검은사막’ IP 하나로 버티는 동안 ‘붉은사막’, ‘도깨비’ 등 차기작 개발을 위해 계속 인원을 늘려왔으니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게임스컴, TGA 등 ‘붉은사막’ 마케팅이 본격화되면서 마케팅 비용도 크게 늘었다.
지출이 늘어난 만큼, 기존 게임들이 더 힘을 내줘야 실적이 유지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초 검은사막에 새롭게 공개한 ‘아침의 나라’와 ‘아침의 나라 서울’이 치밀한 고증과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로 호평받기는 했으나, 늘어나는 비용 지출을 만회할 정도의 드라마틱한 수익 개선은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018년에 인수한 CCP 역시 신작 이브 에코스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펄어비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펄어비스가 발표한 2024년 실적을 보면 검은사막 IP의 수익은 아침의 나라 서울이 발표된 1분기에만 668억으로 선방했고, 2분기 600억, 3분기 540억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분기도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있기는 하나, 3분기 대비로는 반등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2024년 6월에 판호를 획득한 ‘검은사막’이 2024년 10월에 드디어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실패 때문에 성공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사전예약 300만이라는 수치를 보면 현재 인기 순위 30위권에 머물러 있는 성적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순차적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면서, 긍정적인 리뷰가 늘어나고 있다. 뽑기 위주의 모바일 신작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보여줄 수 있는 만한 BM(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보니 매출 증가가 더디긴 하지만, 꾸준히 플레이하는 이용자가 늘어난다면 든든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 보인다. 현재 중국 시장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 위주이기 때문에 ‘검은사막’급의 PC온라인 게임은 선택지가 별로 없다.
또한, 4분기에 카라자드, 프리오네 등 새로운 등급의 장비들이 추가되면서, 기존에 최상위 등급 장비를 갖추고 있던 이용자들에게서 새로운 지출을 이끌어낸 것도 4분기 실적 반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검은사막’이 중국에서 예상보다 선전한다고 하더라도 펄어비스의 2025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수익원이 되어야 할 ‘붉은사막’의 출시가 4분기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출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지난해보다 마케팅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3분기까지는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붉은사막’의 출시 시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4분기에도 ‘붉은사막’ 실적이 거의 반영 안될 가능성도 있다. 2025년에도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서도 ‘붉은사막’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긴 하지만, 2025년 전체적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일제히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펄어비스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붉은사막’을 서둘러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랜 기간 공들인 게임인 만큼, 기대치에 걸맞는 완성도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또한, 콘솔 게임 업계의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는 GTA6가 3분기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더욱 완성도에 신경을 써야 되는 상황이 됐다.
싱글 중심의 콘솔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밝히긴 했으나, GTA온라인처럼 지속적인 추가 결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더하기 위해 개발 기간이 더 늘어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마블 스파이더맨2는 6개월만에 1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면서 80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투자금이 4000억이 넘어갔기 때문에, 투자금 대비 2배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지난 2023년 호평을 받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300만장 판매고를 올린 것을 보면 1000만장을 파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붉은사막’이 ‘검은사막’ 만큼이나 꾸준한 매출원이 되어야 하는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1000만장을 팔아도 만족스러운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결국 콘솔 패키지 형식으로 팔더라도, GTA온라인처럼 지속적인 소비가 일어날 수 있는 라이브 서비스가 더해져야만 펄어비스가 원하는 든든한 대들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펄어비스가 공개한 ‘붉은사막’ 영상을 보면 주인공 클리프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싸우는 모습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4종의 보스전만 시연 버전이 공개된 상태이다보니, 게임 흥행의 관건이 될 오픈월드 콘텐츠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선보일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출시 시기가 더 연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개발비 상승을 감수하고 출시 시기를 연말로 늦춘 것은 3분기에 몰아닥칠 GTA6 광풍에 휩쓸려서 잊혀지기 보다는, 어느 정도 잠잠해진 뒤에 예상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선보여서, 다음 년도까지 라이브 서비스 콘텐츠로 흥행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GTA6가 갑자기 출시를 4분기로 연기한다는 최악의 상황만 아니라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완성도다. 엘든링이 전세계를 휩쓸었을 때도 호그와트 레거시가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인 것처럼, 완성도만 뒷받침된다면 입소문을 타서 흥행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GTA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라고 하나,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니 말이다. 그리고 ‘붉은사막’이 이용자들의 기대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야만, ‘도깨비’까지 흥행 기대감을 이어나갈 수 있다. ‘붉은사막’ 개발진들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