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수 보니 긴장했네? 난도 올린다?” 독특한 바이오피드백 게임들
“호흡이나 심박수 등 내 생체 신호에 따라 게임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면 어떨까?”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게임들이 존재한다. 일명 바이오피드백 게임은 이용자의 생체 데이터를 활용해 게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심박수, 표정 인식, 피부 전도도, 시선 추적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감지해 게임 내 요소에 영향을 주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진 환자의 잠재의식을 탐험하며 퍼즐을 푸는 정신 스릴러 게임 ‘네버마인드’가 있다. 이 게임은 이용자의 긴장도를 측정해 난도를 조정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다. 심박수가 높아지고 표정이 굳어질수록 화면이 왜곡되거나 장애물이 추가되어 더욱 어려워지고, 반대로 평정심을 유지하면 퍼즐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어의 감정 상태가 게임의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한 이용자는 “각종 판타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두려움을 먹고 강해지는 괴물’이 게임으로 구현되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네버마인드’는 스팀에서 만나볼 수 있고, 심박수 감지 기능을 활용하려면 특정 바이오피드백 장비가 필요하다. 표정 인식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선 플레이하는 기기에 웹캠이 있어야 하고, 심박수를 측정하기 위해선 애플 워치, 심박 측정기 등을 연동해야 하는 방식이다. 다만, 개발사는 “바이오피드백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본적인 게임의 재미도 탄탄하게 마련해 뒀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개념을 적용한 카드 게임도 있다. ‘챔피언즈 오브 더 셴가’는 보석을 획득하고 카드를 수집해 마법서를 완성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이용자는 전용 장비인 ‘마법 전송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진행하는데, 이 장비는 귀에 클립하거나 티셔츠에 부착해 심박수와 호흡을 감지한다.
게임의 핵심은 호흡 조절이다. 차분하고 느린 호흡을 유지하면 카드의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보석의 힘이 강해져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빠르고 얕은 호흡을 하면 보석의 힘이 약해져 불리해진다. 자연스럽게 명상과 복식 호흡을 유도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챔피언즈 오브 더 셴가’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좀 더 교육적인 성격을 띠는 어린이 전용 게임도 있다. ‘마이티어’는 퍼즐게임, 액션 플랫포머 게임 등 다양한 25개 게임으로 구성된 패키지로, 아이들이 심박수 모니터를 착용하고 자신의 감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플레이할 수 있다. 심박수가 상승하면 게임 난도가 높아지고 조작이 어려워지는 반면, 심박수를 낮추는 법을 배우면 게임 진행이 원활해진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감정 조절을 익히게 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이티어는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감정을 색상으로 표현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차분한 상태는 파란색, 중립적인 상태는 회색, 불안하거나 흥분한 상태는 빨간색으로 전용 UI가 나타난다. 감정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게임은 심호흡, 점진적 근육 이완, 마인드풀니스 등 감정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애니메이션으로 안내해 아이들이 직접 실험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눈치가 빠른 이용자라면 알아차렸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바이오피드백 게임은 게임 치료의 목적을 띠고 있다. 실제로 ‘마이티어’는 보스턴 어린이 병원에서 개발한 치료용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보스턴 어린이 병원, 하버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실시한 3건의 임상 실험에서 약물 치료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결과를 얻었다. 아울러 ‘마이티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분류에 따라 정신 건강 장애의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1등급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로 인정받았다.
이런 바이오피드백 게임에 대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피드백 게임은 빠른 피드백으로 감정 조절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 의료 및 심리 치료 분야에서 각광받은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좋은 연구 방향이긴 하지만 단순한 치료 목적만이 아닌, 네버마인드처럼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더욱 실감 나는 게임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차세대 게임 개발에 이런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