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의 첫 e스포츠 대회 ‘퍼스트 스탠드’ “무엇을 남겼나?”
라이엇 게임즈의 새로운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국제 e스포츠 대회 퍼스트 스탠드가 지난 9일 한화생명 e스포츠의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처음 공개될 때부터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이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와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등 국제 대회가 존재하는 가운데, 연초 새롭게 도입되는 대회라는 점. 그리고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처음 도입된 대회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첫 도입부터 호평을 이끌어낸 ‘피어리스 드래프트’]
‘피어리스 드래프트’(이하 ‘피어리스’)는 이전 세트에 사용한 챔피언을 이후에 사용할 수 없는 형태의 운영 제도다. 특히, 5판 3선승제의 마지막 세트까지 진행될 경우 총 50개에 달하는 챔피언이 금지 목록에 포함되는 만큼 선수들의 챔피언 폭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이 ‘피어리스’가 처음 도입된 ‘퍼스트 스탠드’가 5개 지역의 첫 번째 스플릿 최상위 팀이 한자리에 모여 경쟁을 펼친 대회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에서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많은 기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는 실제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매 경기 이색 픽과 깜짝 조합이 등장했고, ‘제드’, ‘케일’, 미드 ‘블라디미르’, ‘카시오페아’ 등 기존 공식 대회에서 보기 힘든 챔피언이 다수 모습을 드러내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라이엇 게임즈는 ‘피어리스’ 도입 이후 매치 당 평균 경기 수가 증가해 일방적인 경기가 크게 줄었고, 상대적으로 선택받지 못했던 챔피언이 고르게 선택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을 정도로 데이터 부분에서도 큰 변화를 보일 정도였다.
이에 라이엇은 지역 리그와 MSI 그리고 LOL 최고 권위의 e스포츠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까지 동일하게 ‘피어리스’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국제 e스포츠 대회의 주력 시스템으로 성장시킬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화생명 e스포츠의 국제 대회 첫 우승]
한화생명 e스포츠(이하 ‘한화생명’)의 국제 대회 첫 우승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한화생명은 그야말로 절대자에 가까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첫 경기부터 중국 LPL 대표로 출전한 탑 e스포츠(TES)를 2:0으로 격파한 이후 전승 가도를 달린 한화생명은 4강전에서 다시 만난 TES를 그야말로 부숴버리며 결승에 진출. 결승에서 만난 유럽 LEC의 ‘카르민 코프’(KC)를 3:1로 격파하며, 창단 첫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마법형 챔피언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미드라이너 ‘제카’ 김건우가 라이즈, 블라디미르 등의 챔피언으로 팀을 캐리하는 등 완전히 달리진 모습을 보여주었고, 새롭게 영입된 ‘제우스’ 최우제가 더욱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등 선수들의 고른 활약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TES의 부진도 이슈 중 하나였다. 중국 LPL 팀 중 가장 LCK를 위협하는 팀으로 평가받았던 TES는 이번 대회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첫 경기부터 한화생명에게 패배하는 것을 시작으로, 상대적 약팀으로 평가받았던 KC에게 2:0으로 완패당하더니, 대만의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에게도 무너지는 등 경기 내용이 극도로 좋지 못했다.
이에 비해 유럽 LEC 대표로 출전한 KC는 G2, 프나틱 등 기존 유럽 강호보다 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한화생명에게 첫 번째 세트 패배를 안길 정도로 맹렬한 기세를 뽐냈고, 결승전에서도 1세트 승리를 가져가는 등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등극. 추후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UI는 해결해야 할 숙제]
다만 새롭게 도입된 중계 UI(이용자 인터페이스)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번 대회에서 라이엇은 새로운 형태의 중계 UI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UI는 킬/ 데스와 드래곤 영혼 획득 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던 기존 UI와 비교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졌고, 크기 역시 매우 작아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했다.
실제로 새로운 UI로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 역시 “누가 이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뭔가 멋있어 보이려고 가독성을 버렸냐?” 등의 혹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인플루언서들 역시 현재 상황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할 정도로 새로운 중계 UI는 스포츠 방송의 본질인 정보 전달 부분에서 완전히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어 이후 대회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숙제로 남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