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메트로배니아 입문자에게 딱, ‘이나야: 라이프 애프터 갓’

신승원 sw@gamedonga.co.kr

“기력 없는 게이머나 메트로배니아 입문자에게는 진짜 좋은 게임이겠다” 이는 ‘이나야: 라이프 애프터 갓(이하 이나야)’를 플레이하고 느낀 감상이다.

이나야
이나야

이나야는 엑소제네시스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헤드업에서 퍼블리싱한 2D 액션 메트로배니아 게임이다. 이용자는 고아가 된 ‘이나야’의 시점으로 잃어버린 부족을 찾아다니며 찬란했던 고대 문명의 폐허를 탐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밀한 난이도 조정 시스템이다. 이나야는 ‘산책(쉬움)’, ‘모험(보통)’, ‘시련(어려움)’에 이어 ‘조정 가능’이라는 세부적인 난도 선택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책’의 경우 처음부터 더블 점프가 제공되고, 적의 체력과 공격력이 낮아져 탐험과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모험’은 일반적인 게임 난이도로, 기본적인 도전을 즐길 수 있는 단계다. ‘시련’에서는 보스에게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고 적들의 체력과 공격력이 증가한다. 맵에 있는 길(플랫폼)도 더 복잡해진다.

세세한 난도조절
세세한 난도조절

그리고 ‘조정 가능’ 모드는 전투와 탐험의 난이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길 찾기는 쉽게 설정하면서도 강력한 보스와의 전투를 원하는 이용자라면, 플랫폼 난도는 ‘산책’으로, 전투 난도는 ‘시련’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모험’ 난도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특정 지역에서 막혀 플랫폼 난도만 쉬움으로 조정했다. 그러자 전투 난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길 찾기와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보다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난도는 게임 도중 설정을 통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

무기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무기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보스나 적을 처치하여 얻은 재화로 무기와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서 점차 난도가 쉬워지게 되는데, 이러한 세부적인 난이도 설정 덕분에 끝까지 게임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특히, 메트로배니아 장르에 익숙하지 않거나 빠르게 게임을 클리어하고 싶은 이용자에게는 매우 친절한 시스템으로 다가올 것 같다.

처음에는 단 하나의 무기로 시작하지만, 보스를 처치하고 새로운 지역에 도달해 새로운 무기를 얻을수록 이전에 지나갈 수 없었던 길이 열리는 방식도 상당히 독특했다.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검(블레이드), 주먹, 철퇴(블레일) 총 3가지로, 각각의 무기에 따라 탐험 방식이 달라지는 점이 흥미롭다.

무기를 바꿔가며 길을 뚫는다
무기를 바꿔가며 길을 뚫는다

검은 가시덩굴을 잘라 길을 열거나 하단 공격으로 가시밭길을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며, 주먹은 벽을 부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기능과 후크를 이용한 이동 기능을 제공한다. 철퇴는 벽에 있는 주홍색 장판이나 광석에 매달릴 수 있어 위쪽 길로 이동하는 데 사용된다. 이처럼 무기의 활용 방식이 탐험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한 전투 도구가 아니라 게임 진행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무기의 사용을 유도하고 더욱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게임의 핵심 요소인 보스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각 보스는 개성이 뚜렷한 기믹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등에 가시가 돋아있는 보스는 하단공격을 이용해 패링을 위주로 공격해야 하고, 벌 형태의 보스는 빠르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찌르기 공격을 반복하는 기믹을 사용한다. 보스의 디자인과 패턴이 일관성 있게 조화를 이루어 각 보스가 생김새에 맞는 전투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게임의 디자인 퀄리티도 엿볼 수 있었다.

스토리의 퀄리티도 뛰어났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통한 전달력이 좋았다. 스토리상 이나야는 스승 콘수 아래에서 수련하며 성장하고, 이후 불의의 사고로 모험을 떠나게 되며 새로운 지역과 퀘스트를 수행하게 된다. 퀘스트를 마친 후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여기서 주요 스토리라인이나 보스 조우 장면 등은 고퀄리티 2D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된다. 이 애니메이션과 아트 스타일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스토리를 더욱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었다. 서양풍 데포르메 스타일의 그림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만족할 만한 비주얼이다.

대사가 잘려서 보인다
대사가 잘려서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이나야는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지만 번역 글자가 깨지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메인 화면에서 ‘크레딧’이 ‘크레 ’으로 표시되거나, 대사 중 “하지만 이건 내 추측일 뿐이고”가 내 추 일 뿐이고”까지만 보이는 식으로 문장이 잘려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부분 다른 문장과 단어들을 보고 뜻과 뉘앙스를 짐작할 수는 있긴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피로감을 느끼거나 실망해 스토리를 모두 넘기게 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나야는 이용자의 선택이 스토리의 진행과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에 무게를 둔 만큼 빠른 수정이 필요해 보였다.

요약하자면 이나야는 세밀한 난이도 조정 시스템과 흥미로운 탐험 요소를 갖춘 메트로배니아 게임으로, 초심자에게는 친절한 입문작이면서도 숙련자에게는 충분한 도전 욕구를 제공하는 설계가 돋보인다.

28일 따끈따끈하게 정식 출시된 이나야가 게임을 개선해 새로운 메트로배니아의 성공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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