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물관이 이렇게 재미있는 공간이었나? 경영에 탐사 재미까지 담은 투 포인트 뮤지엄
경영 시뮬레이션은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장르에 속한다.
익숙해지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나만의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초반에는 돈은 없고, 공간은 넓으니,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초반에 자금이 많이 주어지긴 하지만, 아무생각없이 막 짓다보면 수익은 계속 줄어들고, 정작 건설해야 할 필수 건물은 지을 돈이 없어서 중도 포기를 하게 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에도 공간 배치 문제로 인해 열심히 건설했던 지역들을 전부 날리고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가 된다.
이전에 병원과 대학을 무대로 초보자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보였던 세가의 투 포인트 스튜디오에서 이번에 신작으로 박물관을 경영하는 투 포인트 뮤지엄을 선보였다.

테마 병원 개발진들이 설립한 회사답게 이전 작품들도 코믹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게임 플레이로 호평받았었는데, 그동안 출시했던 게임들 덕분에 경험치가 많이 쌓였는지, 역대급 재미로 돌아왔다. 출시 3일만에 전 세계 800만장을 돌파한 몬스터헌터 와일즈 광풍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과 스팀에서 압도적인 긍정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재미 덕분에 판매 순위에서 꽤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투 포인트 뮤지엄은 박물관이 배경인 만큼, 다양한 전시물로 볼거리가 가득한 박물관을 꾸미고, 찾아온 손님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단순히 유물들만 전시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도 배치해야 하고, 목이 마른 관람객들을 위해 커피 판매대, 자판기도 배치해야 하고, 주기적인 유물 보수, 도난 방지, 전시물들을 관람객들에게 잘 설명해주는 큐레이터 코스 설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해야한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복잡해보일 수도 있지만,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경험이 있다면, 익숙한 일이다.

시리즈 게임이다보니 기존 투 포인트 시리즈와 거의 흡사해서, 이전 시리즈 경험이 있다면 바로 적응할 수 있고, 경험이 없더라도 캠페인 미션 안내를 따라서 플레이하다보면 썰렁했던 박물관이 점점 더 핫플레이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롤러코스터 타이쿤2를 한창 즐기던 시절이 떠올라서 반가웠다.

박물관 경영이다보니, 모든 업무가 박물관 내부에서 진행될 것 같지만, 이 게임의 핵심 재미는 박물관 밖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을 고용해서, 공룡뼈, 신기한 해양 생물 등 신기한 전시물들이 묻혀 있는 여러 지역을 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탐사 진행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파견 보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작위로 가져오는 탐사물을 확인하는 방식이지만, 뭐가 나올지 모르다보니, 탐사물이 담긴 상자를 열 때 두근두근한 마음이 생긴다.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탐사 지역이 계속 넓어지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선사 시대 유물이 묻혀 있는 지역이라면 당연히 선사 시대 지식을 가진 학자가 필요하고, 때로는 해양 생태 전문가, 식물 전문가 등 다양한 특기를 가진 이들을 필요할 때도 있고, 박물관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야 새로운 탐사 지역이 열릴 때도 있다. 가끔은 탐사 도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서 파견을 보낸 직원들이 부상 당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탐사를 통해 박물관에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박물관 규모가 커지다보면, 새로운 박물관들도 열린다. 처음에는 선사 시대 전문 박물관으로 시작하지만, 일정 수준을 달성하면 해양 생물 위주로 운영되는 박물관도 생기고, 귀신들과 함께 하는 초자연 박물관, 우주, 과학까지 확대된다.
관리해야 할 박물관이 늘어날수록 신경써야 할 일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초보자 입장에서는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각 박물관 별로 완전히 다른 성격이기 때문에 꾸미는 방식도 달라지고, 발견되는 유물들도 달라지며, 여러 박물관을 골고루 발전시켜야 다른 박물관에 새로운 요소들이 해금되는 방식이라 흥미진진함이 오래 유지된다.

또한, 경영 시뮬레이션을 즐기다보면 예쁘게 꾸며놨는데 구조 문제 때문에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그 때마다 현자타임이 오게 된다. 그런데 이 게임은 박물관이기 때문에 이 스트레스는 덜한 편이다. 실제 박물관에서도 주기적으로 테마를 바꾸고, 전시물들 위치를 바꾸는 것처럼, 여기서도 전시되어 있는 유물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집어 들어서 원하는 위치로 옮기면 그만이다.
일반적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초보자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초반 튜토리얼이 지나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헤매게 된다는 단점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투 포인트 뮤지엄이 다른 경영 시뮬레이션보다 진입 장벽이 낮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직원들의 인건비가 비싸고, 탐사, 휴식 등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직원 관리가 좀 어려운 편이긴 하나, 최근에 등장했던 다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배우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라면 첫 입문작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