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에서 팀으로 성장. ‘안티 브이 리부트’ 개발한 데프캣 스튜디오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며 자기들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개척자들”

처음엔 단 한 사람의 작은 도전이었고, 그 도전 위에 공감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팀’이라는 형태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BIC 2025에서 첫 선을 보인 ‘ANTI V REBOOT’(안티 브이 리부트)》는 완성도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먼저 보이는 작품으로, 데프캣의 신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1인 개발자로서 스스로 벽을 넘고 버텨 온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의 데프캣은 함께 걸으며 팀의 정체성을 스스로 다져온 과정 속에서 자신들만의 방향을 분명히 만들어 왔습니다. 이 게임 속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을 하나씩 찾아가듯, 개발 과정 또한 팀에게는 자신들의 길을 확인하며 다듬어 온 시간이었습니다. 데프캣이 바라보는 퍼즐의 세계가 어떤 경험을 전하려는 것인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안티브이리부트
안티브이리부트

■ 팀 설립 계기와 팀워크

Q. 먼저, 게임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데프캣: 데프캣 스튜디오는 원래 제가 사용하던 ‘devfcat’이라는 닉네임으로 1인 개발을 하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데모 버전을 시연한 자리에서 팀원들을 처음 만나게 되며 시작되었습니다. 또래 개발자들 중에서 저만큼 게임을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각자 좋아하는 걸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팀을 결성했습니다.

Q. 회사 이름에 담긴 의미와 추구하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데프캣: 저희 회사의 이름은 ‘Dev + F + Cat’의 조합에서 앞글자만 따온 ‘Devfcat’으로, ‘개발자’와 ‘고양이’, 그리고 발을 의미하는 ‘Foot’의 첫 글자를 합쳐 진짜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서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은 이름입니다. 이 이름에 담긴 의지처럼, 저희 팀 데프캣은 아주 화려한 그래픽이나 기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좋아하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로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현재의 팀원 구성과 서로 만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데프캣: 처음에는 지금 작품의 프로토타입을 들고 ‘잼파이’라는 게임 행사에 참가해 시연을 하다가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시는 또래 팀원분을 거기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의 방향성이 잘 맞는다고 느끼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함께하자는 이야기가 오가면서 먼저 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플레이엑스포나 여러 가지 게임 행사들을 거치며 지금의 기획 담당을 알게 되었고,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잘 맞아 세 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되어 현재는 총 3인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1인 개발을 오래 하다 보니 프로그래밍과 프로젝트 전반을 담당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처음 만나신 분은 마케팅 그리고 최근에 합류하신 분은 기획을 담당하여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서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은 회사명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서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은 회사명

Q. 3인으로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데프캣: 저는 1인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과 프로젝트 전반을 맡고 있으며, 처음 합류한 팀원은 마케팅과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합류한 팀원은 기획을 맡아 콘텐츠 구성을 총괄하고 있고, 이렇게 세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기반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그 구조와 협업 과정 속에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각 구성원이 ‘하고 싶은 것’을 반드시 하나씩이라도 게임 안에 담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저희 팀은 “좋아하는 걸 하자”는 마음으로 모인 만큼, 그런 걸 포기하면서까지 굳이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각자가 원하는 것을 반영하는게 팀 운영의 핵심적인 신념이여서 이 부분을 꼭 지켜 나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그걸 극복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데프캣: 퍼즐 장르 특성상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다 보니, 테스트 과정에서 서로의 체감 난도가 크게 달랐던 것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구간은 한 명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또 다른 팀원에게는 너무 쉽게 느껴지는 식으로 의견이 자주 갈렸습니다. 그때는 밤샘을 하며 피드백을 주고받고 마감에 맞추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되었고 팀으로서 어떻게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직설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방식을 익혀서 서로에게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Q. 팀의 이전 프로젝트 경험과, 이번 작업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데프캣: 팀으로서는 이번 BIC 전시작이 첫 작품이지만, 각 팀원이 갖고 있던 개인 경험들이 이번 개발 과정에 큰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저는 1인 개발로 여러 플랫포머와 스토리형 게임을 출시해 온 경험이 있어, 이번 ‘ANTI V REBOOT’의 코어 시스템과 전체적인 개발 구조를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케팅 담당 팀원은 여러 게임 행사 운영 경험이 있어 인디 개발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빠르게 수집하고 정리하며 프로젝트 방향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최근에 합류한 기획 담당 팀원은 공모전 수상 경험과 더불어 AI나 API 등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아, 팀이 시도하지 못했던 방식들을 제안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더하고 있습니다.

AI 캐릭터와 힘을 합쳐 퍼즐을 풀어가는 게임
AI 캐릭터와 힘을 합쳐 퍼즐을 풀어가는 게임

■ 《ANTI V REBOOT》 한눈에 보기

Q. 이번에 전시한 게임과,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데프캣: 이번 BIC에서 전시한 ‘ANTI V REBOOT’은 기억을 잃은 개발자 주인공이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 세계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설계했던 AI 캐릭터 ‘P’와 ‘V’를 만나 함께 퍼즐을 풀어나가는 퍼즐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이 AI 캐릭터들과 관계를 쌓아가며 암호 데이터를 수집해 탈출을 시도하게 되고, 퍼즐 자체의 진행뿐 아니라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몰입감이 게임 전반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 됩니다. 퍼즐 구조는 단순 조작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흐름에 맞춰 설계되어 있으며, 두 요소가 자연스럽게 맞물릴 때 플레이 감각이 완성됩니다.

Q. 개발중 영향을 받은 레퍼런스가 있을까요?

데프캣: 레트로 게임들을 비롯해 여러 퍼즐 장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조작 방식에서는 고전 게임인 ‘팩맨’처럼 한 방향 입력으로 장애물에 닿을 때까지 이동하는 구조를 참고해 적용했고, 퍼즐 구성 면에서는 소코반 스타일의 배치 설계와 공간 활용 방식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예전에 유행했던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의 미니게임 감성도 참고하여, 단순히 난이도를 높이기보다 “짧은 흐름 속에서 몰입감을 주는 방식”을 가져오려 했습니다.

AI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몰입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AI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몰입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이 게임만의 차별점이나 특별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데프캣: 퍼즐 장르 특성상 구조적인 유사점은 있을 수 있지만, 저희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차별점은 퍼즐 자체보다 그 퍼즐을 함께 풀어나가는 ‘P’와 ‘V’ 두 캐릭터의 관계성에 있습니다. 이 둘은 단순한 보조 요소가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체로서, 플레이어가 세계를 탐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성격과 역할이 드러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름 역시 각각 ‘Player’와 ‘Villain’에서 시작된 것으로, 제가 1인 개발 시절 작업했던 이전 프로젝트의 캐릭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설정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P’와 ‘V’의 관계가 퍼즐 해석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플레이 경험 속에서 또 하나의 해답처럼 작동한다는 점이 저희 게임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작품에 녹아든 개인적 경험이나 감정이 있을까요?

데프캣: 1인 개발을 하던 시절에는 방향을 잡는 것부터 공부해야 할 내용까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고 슬럼프도 자주 겪었던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게임 내에서 기억을 잃고 방황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스토리에 속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스토리에는 이런 일들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이 전개될 예정입니다.

Q. 개발 중 재미있었던 비하인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데프캣: 사실 개발 초창기에는 지금과 같은 완성도가 아니라 선화 수준의 아트로만 구성된 상태였는데, 그때 마케팅 담당 팀원을 만나 도쿄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인디게임 행사에 한번 전시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날 아침까지 전시용 영어 번역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었고, 순간 망설여졌지만 결국 밤을 새워 게임 전체를 번역해 제출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팀원들을 만나게 되었고, 프로젝트도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날의 선택이 팀 데프캣의 출발점이었고, 함께 동거동락하며 쌓아온 시간들이 저희에겐 가장 큰 행운이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BIC 참가 모습
BIC 참가 모습

■ 향후 계획과 플레이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Q.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지 아니면 지금 개발 중이신 게임을 어떻게 어필하실 계획인가요?

데프캣: 저희 ‘데프캣’은 작은 팀이지만 각자의 게임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 담겨진 팀으로 상업적인 성공이 목표라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녹인 게임을 만들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런 꿈을 가지고 플레이어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마음에 오래 남되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어떻게 기억해 주었으면 하나요?

데프캣: 플레이해 주신 분들이 “이 게임은 정말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어졌구나”라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ANTI V REBOOT’는 저희가 개발 과정 자체를 즐기며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그 즐거움이 플레이 경험으로도 자연스럽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이 닿아서 “이 팀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는 기대를 남길 수 있는 개발팀으로 기억되면 가장 기쁠 것 같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조각을 맞추며 증명해 온 팀의 세계, 'ANTI V REBOOT'

‘데프캣’이 선보인 ‘ANTI V REBOOT’는 단순한 퍼즐 액션 게임이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끝까지 작품으로 완성해 낸 팀의 기록이자 결과물입니다. 서로의 취향을 포기하지 않고 조각처럼 맞춰 쌓아 온 시간은 곧 팀의 정체성이 되었고, 이 게임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기억을 되찾아가는 주인공처럼, 이 프로젝트 또한 팀이 스스로의 방향과 철학을 확인해 온 여정이기도 합니다. 함께하는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을 담아낸 ‘데프캣’의 이 걸음이 앞으로 어떤 세계로 이어질지, 다음에 맞춰질 새로운 퍼즐 조각을 기대해 봅니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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