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 모델은 기본! 돈독해진 게임과 패션 [동아게임백과사전]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겁니다.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실제 TV 광고나 잡지 화보에 등장해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말이죠.
이러한 상상은 이미 게임 시장에서 현실이 되어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게임 캐릭터가 패션 모델로 활약하고, 유명 패션 브랜드가 게임과 협력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하나의 확실한 트렌드가 되었죠.

먼저 게임 캐릭터가 모델로 활약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XIII' 주인공 라이트닝입니다. 라이트닝은 2015년 루이비통의 2016 S/S '시리즈 4' 캠페인 모델로 발탁되었는데요.
실제 컬렉션 의상과 가방을 착용하고 화보와 영상에 등장한 가상 캐릭터의 모습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가상 캐릭터가 하이패션 브랜드의 공식 모델이 된 역사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라이트닝의 모델 발탁에는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파이널 판타지' 사랑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죠.
라이트닝은 이보다 앞선 2012 S/S 시즌에도 '파이널 판타지 XIII-2' 캐릭터들과 함께 브랜드 프라다의 봄여름 신상 컬렉션 모델로 활약한 바 있습니다. 하이패션과 게임 캐릭터 협업의 상징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데요. 당시 보여준 뛰어난 비주얼과 매력이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2016년 넥슨이 준비한 야심작 FPS 게임 '서든어택2'의 캐릭터 '미야'는 코오롱스포츠 여름 래시가드와 원피스형 티셔츠 등 라인의 광고 모델로 선정되었습니다. 미야는 서든어택2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용병으로, 개성 강한 복장과 빼어난 외모에 전투 능력까지 갖춘 '전장의 아이돌' 캐릭터입니다.
'미야'의 코오롱스포츠 광고 제작에는 실제 모델과 '미야'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사용됐는데요. 여름을 맞이해 이색적이고 참신한 마케팅을 구상하던 중 서든어택2에서 아름답게 표현된 미야에 관심을 가진 코오롱스포츠와 넥슨이 힘을 합쳐 완성한 이색적인 시도였습니다.

지난 2022년 여성향 게임 '러브 언홀릭'에 등장하는 '정하이'는 실제 모델 에이전시인 메이저 아티스트와 계약하고 디자이너 브랜드 '그리디어스'와 협업하며, 캐릭터를 마치 연예인처럼 관리하고 운영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3D 캐릭터가 아닌 2D 게임 캐릭터가 실제 모델 에이전시에 소속되고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 계약을 맺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지금도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캐릭터가 단순한 그래픽을 넘어, 브랜드 룩을 입고 보여주는 주체이자 패션 캠페인의 핵심 비주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캐릭터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을 넘어, 패션 브랜드 자체가 게임 세계관 안으로 깊숙이 침투하여 디지털 의상과 현실 상품을 동시에 아우르는 입체적인 협업 구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먼저 럭셔리 및 하이패션 브랜드는 게임을 중요한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과 '리그 오브 레전드'의 협업은 챔피언 스킨, 인게임 아이템과 더불어 현실 캡슐 컬렉션까지 연계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루이비통은 2019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우승 트로피(소환사의 컵) 전용 트렁크를 제작하고 LoL과 장기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루이비통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LoL 기반 디지털 콘텐츠와 패션 캡슐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발렌시아가는 '포트나이트'와 협업하며 하이패션 스킨과 현실 한정 컬렉션을 동시 전개해 디지털 의상이 하나의 지위나 상징처럼 소비되는 흐름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PUBG 배틀그라운드'와도 인게임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패션 브랜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젠틀몬스터는 '오버워치', '철권 8' 등과 협업하여 게임 캐릭터 콘셉트를 안경 디자인에 반영하고, 게임 속에도 관련 아이템을 노출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에는 라이트닝처럼 단순히 캐릭터가 모델로 나오는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면, 이제는 인게임 스킨, 디지털 패션 아이템, 오프라인 캡슐 컬렉션까지 하나로 묶어 게임 세계관과 패션을 동시에 소비하게 만드는 입체적인 협업이 주류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상황입니다.
게임과 패션의 동행이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