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추억 속에만 있어줘"… 돌아와서 망친 '그때 그 시절' 명작들
요즘 게임 시장에는 과거 추억의 게임들이 계속해서 리메이크나 리마스터로 제작되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며 최신 기기로 과거의 게임을 다시 즐기기 원하는 게이머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짙어졌다. 추억에 있던 게임의 후속작이 등장할 때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 본다.
때문에 현재 게임 시장에서 추억은 가장 강력한 구매 동기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맞이한 결과물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의 배신감은 신작의 실패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추억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 게이머들은 추억으로 남겨둘 것이란 탄식을 자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용자들의 추억을 난도질하며 마음을 아프게 한 추억 파괴 게임들을 살펴보자.

먼저 최근인 지난해 12월 등장한 국산 RPG의 전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새롭게 준비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리파인)'이다. 이 작품은 지난 1994년 출시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리메이크 버전인 2002년 작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를 근간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게임은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닌텐도 스위치와 PC에 맞춰 개발해 한층 뛰어난 픽셀 아트를 준비했으며, 전투의 개선 등을 진행해 한층 나아진 게임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이용자들의 평가는 최악 수준으로 치달았다. 게임이 각종 오류로 제대로 된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 콘솔 기기인 스위치에서도 게임이 강제로 종료되기도 했고, 워낙 오래된 게임을 다시 만들다 보니 고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게임 특유의 개그와 위트는 낡았고, 새롭게 준비한 전투 시스템도 곳곳에서 삐걱대는 소리를 냈다. 지금은 개발사에서 계속해 패치를 통해 게임을 수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다른 국산 RPG 대표작 창세기전 시리즈도 비슷하다. 국산 RPG의 자존심이었던 '창세기전' 시리즈는 '창세기전 3 파트 2' 이후 약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온라인 게임 '창세기전4'로 돌아왔다.
약 8년간의 개발 기간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돌아온 '창세기전4'는 이용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2016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조악한 그래픽과 최적화 실패는 물론, 시리즈 주인공들을 모두 등장시켰음에도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여기에 모든 게임 시스템이 반복 노가다 작업으로 도배되어 있는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이야기가 어울렸다. 결국 '창세기전4'의 인기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개발사인 소프트맥스의 주가도 함께 폭락했다. '창세기전4'는 소프트맥스 몰락의 결정타가 되었다.

소프트맥스는 역사의 뒤로 사라졌지만, '창세기전'은 다시 이용자들에게 돌아왔다. 닌텐도 스위치로 2023년 출시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그 주인공이다. 창세기전 2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팬들에게 기대를 모아온 작품이다.
하지만 출시 이후 이용자들의 기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한 리메이크였음에도 불구하고, 민망한 수준의 텍스처와 프레임 드랍, 투박한 모델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게임을 개발한 레그 스튜디오는 출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튜디오 폐쇄의 길을 걷고 말았다.

2023년 스팀에 등장한 '오투잼 온라인'은 공포 그 자체였다. 추억의 게임이 돌아온다는 기쁨도 잠시, 등장한 게임은 엉망인 UI, 한국 게임임에도 한국어가 입력이 잘 되지 않는 문제, 열악한 모바일 버전 이식 의혹, 음악 게임임에도 형편없는 음질, 불안정한 기술적 문제 등 문제가 아닌 부분이 없었다.
또 이용자들이 지적한 큰 문제는 월 정액제라는 과금 모델이었다.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매달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 이용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투잼 온라인'은 이용자들의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 속에 역대 최악의 게임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레전드 게임 오투잼의 부활이 다른 의미로 레전드가 됐다.

추억 파괴는 국산 게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90년대 오락실을 주름잡았던 '스노우 브라더스'의 부활 소식은 올드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2024년 약 30년 만에 출시된 '스노우 브라더스 원더랜드'는 팬들이 원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락실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스노우 브라더스'의 매력은 정교한 2D 도트 그래픽과 직관적인 고정 화면 액션에 있었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어설픈 3D 액션 게임으로 변모했다. 시점의 변화는 게임을 산만하게 만들었고, 원작 특유의 '몬스터를 굴려 일망타진하는 쾌감'은 조작감의 부재와 함께 사라졌다.

시대를 주름잡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워크래프트 3'의 리마스터 버전인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2018년 블리즈컨에서 화려한 시네마틱 연출과 리메이크된 캠페인으로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켰다.
블리자드는 개선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더욱 발전한 맵 에디터, 대대적으로 수정한 캠페인 등 엄청난 발전과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2020년 출시된 게임은 이 약속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거의 '사기'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리포지드를 좋게 보여야 했기 때문인지 클래식 버전마저도 안 좋은 방향으로 손봐 게임 환경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장인 정신으로 대변되던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시킨 사건이었다.
덤으로 한국에서는 글꼴 버그로 엘프의 '엘'이라는 글자가 '깐'으로 표기되며 '깐프'라는 희대의 명단어를 탄생시켰다. '워크래프트 3: 깐포지드'라 조롱받기도 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