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문이 선사하는 선택의 즐거움. '도어 퍼즐' 개발한 옴니콘
'게임을 다시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 순간 멈춰 있던 ‘도어퍼즐’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연세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 ‘풀씨’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는, 하나의 프로토타입을 지나 진짜 게임으로 성장했습니다.
1인 개발로서 스스로 기획하고, 그림을 그리고, 코드를 짜며 완성해가는 과정 속에서 '옴니콘'은 ‘혼자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도어 퍼즐’(Door Puzzle)》은 공간과 문의 규칙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지식 퍼즐 게임으로, 단순한 논리적 추리를 넘어 ‘직관적인 선택의 흐름’을 경험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자신만의 색으로 퍼즐의 재미를 다시 쓰고 있는 개발자 옴니콘(Omnicorn)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팀 설립 계기와 1인 개발
Q. 게임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Omnicorn: 일단 저는 대학생이고 연세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인 '풀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어 퍼즐’ 기획은 대학생 게임 동아리 연합회인 '유니데브'가 개최했던 '유니잼'이라는 게임 잼에서 기획자로 참여했을 당시 만들었던 게임입니다. 그때 당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잠시 기획을 멈춰두고 있었지만,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부족했던 부분들을 동아리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많이 배웠고, 덕분에 그 경험들을 통해 점점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가며 더 좋은 기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1인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Omnicorn: 동아리에서 기획자로 시작해 픽셀아트나 모델링, 그리고 예전에 배웠던 개발까지 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넓고 얕은 지식들을 많이 갖추게 되었고, 이 경험들 덕분에 지금의 1인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깃허브 레포지토리에 모든 작업을 혼자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는 주변의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 1인 개발이라고 하면 왠지 외롭고 혼자 틀어박혀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친한 기획자 오빠가 코딩하는 것을 보고 '어? 기획자도 코딩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용기를 얻어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출이나 아이디어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조언을 구했고, 디자인 패턴 같은 궁금증도 개발을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사실 저 혼자 한 개발이 아니라 도와주신 분들까지 포함하면 10~20명이 함께 만든 프로젝트라 늘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 'Omnicorn'의 의미와 개발 철학
Q. 회사 이름인 'Omnicorn'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지 궁금합니다.
Omnicorn: 'Omnicorn'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파란색과 유니콘을 모티브로 했어요. 유니콘은 뿔이 하나뿐인 특별한 동물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1인 개발자로서 기획, 개발, 아트를 모두 다루고 있으니, 한 가지만 특별한 게 아니라 다방면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뿔이 여러 개인 '옴니콘'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짓게 되었습니다.
Q. 이전 프로젝트들에서의 경험중 이번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었거나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Omnicorn: 사실 저는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스팀 라이브러리가 가득 쌓여있다거나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는 그냥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너무나 귀엽고 순수하고, 좋아하는 걸 얘기할 때는 술술 말하는 모습이 제 눈엔 너무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그런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어느 순간 제가 게임을 만들고 있는 이유가 되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 가고, 같이 일하며 배우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던 시간이였습니다. 특히 프로그래밍이 아닌 기획이나 아트, 연출 같은 부분들은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이 많아서, 책으로만 읽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도어 퍼즐’ 한눈에 보기
Q. 이번 게임의 제목과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Omnicorn: ‘도어 퍼즐’은 공간과 문의 규칙을 활용하는 스테이지식 퍼즐 게임입니다. 직소 퍼즐처럼 드래그 앤 드롭으로 맞는 위치에 조각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간단한 조작 방식과 지뢰 찾기처럼 단서를 발견하고 추리하는 특징을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도어 퍼즐’은 '이건 당연히 여기에 배치돼야 해'나 '이 조각이 여기라면 다음은 얘가 여기에 와야겠네'라는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선택의 흐름을 계속하게 해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퍼즐입니다.
저는 언제나 좋은 퍼즐 게임을 만들려면 좋은 퍼즐인 동시에 좋은 게임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래서 ‘도어 퍼즐’의 퍼즐 기믹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예쁜 연출과, 편리한 UX, 그리고 적은 규칙으로도 난이도가 점점 어려워져서 스스로도 '좋은 퍼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다른 퍼즐 게임과 비교했을 때 ‘도어 퍼즐’만의 차별점이나 특별한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Omnicorn: 레퍼런스로 삼았던 게임 중에 아트적으론 모뉴먼트 밸리를 참고하였고, UX적으로는 플로우 프리라는 모바일 게임을 레퍼런스로 참고해 작업했습니다. 실제로는 시간 남을 때는 늘 '플로우 프리'를 켜서 플레이하듯이, 저 또한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어 퍼즐’은 사실 한 두 스테이지가 매력적인 퍼즐게임이라기보단 푸는 과정 자체가 점점 쌓여서 시간의 발자취를 만드는 게임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렇게 설계를 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스테이지를 클리어 했을 때 보통은 숫자로 나타냈던 부분들을 연출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어 '네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들이 이만큼의 성과를 냈고’, '그것들이 이만큼 쌓여서 이렇게 큰 것들이 되었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은 공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Q. 게임에 반영된 개발자님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이 녹아들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Omnicorn: 이번 BIC에서 "이거 수학 퍼즐이네"라는 피드백을 들었는데 실제로 초기 기획서는 공간을 '노란색 공간', '초록색 공간'처럼 명칭의 설명보다 그래프 이론을 이용한 퍼즐 기믹의 설명 기획서였습니다. 원래 수학 전공이다 보니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계산하여 명백하게 답이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을 즐겨서 그런 부분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이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 이유로는 드래그 앤 드롭의 방식이 UX적으로 맞는 퍼즐이라 아무래도 PC보단 모바일에 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게임 개발자로서 '나는 플레이를 많이 안 해봤는데 준비되지 않은 기획자 아닐까'라는 자격지심이 있었는데, 모바일 퍼즐 게임을 만들면서 레퍼런스를 찾다 보니 의외로 저는 모바일 퍼즐을 즐기는 플레이어였습니다. 오히려 모바일 쪽 레퍼런스와 경험이 많고, 어떤 플레이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서 그런 것들이 아마 좀 녹아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개발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Omnicorn: 원래 이 프로젝트는 올해 2월에 끝맺을 프로젝트로 'Nexon Dream Members(NDM)'라는 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하고 끝내려고 했던 프로젝트가 어쩌다 보니까 상도 받으면서 '재미있다. 더 해보고 싶다.'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된 것이었습니다. NDM 때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뷰 전환에 대한 개편이었습니다. 원래 NDM 버전에서는 푸는 과정 자체가 3D의 공간감을 느끼게 하고 싶어 아이소메트릭 뷰로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시성이 떨어지고 잘 안 보이는 피드백을 받았고, 그걸 고민하느라 3~4개월 정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가 "퍼즐을 풀고 나서 아이소메트릭 뷰로 바꾸는 방법은 어때?"라며 좋은 아이디어를 줬고, 유니티의 시네마씬 기능을 사용해 전환이 되는 방식으로 바꾸어 해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게임적으로는 가장 큰 변화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려운 고민들을 같이 해주며 도움을 주고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는 친구들이 곁에 있어 정말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향후 계획과 플레이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Q.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지, 그리고 개발 중이신 게임을 어떻게 어필해 나가실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Omnicorn: ‘도어 퍼즐’의 최종적인 목표는 '일상의 틈에 쌓여 많은 플레이 시간 만들기'로 잡혀 있지만 그러기엔 아직 콘텐츠 볼륨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각했습니다. 이번 BIC에서 만난 플레이어분 중 어떤 분이 "저 어젯밤에 이거 다 깼어요"라는 피드백을 주셔서, ‘이 게임이 밤을 새면 다 깰 수 있는 양이구나’ 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일주일 밤은 새야 다 깰 수 있는 양으로 콘텐츠 업데이트와 스테이지 업데이트를 해나가는 게 지금의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 ‘도어 퍼즐’ 자체가 굉장히 잘 된다면, 아예 이름을 ‘도어 퍼즐’로 지은 김에 '물방울 퍼즐', '기어 퍼즐' 등 이런 식으로 이름을 가져간 후속작 퍼즐들을 시리즈로 쭉 만들어 아예 새로운 기믹으로 스테이지식 모바일 퍼즐들을 만들고 싶은 큰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웹툰 작가님의 후기로 '지하철에서 제 웹툰 보시는 분을 봤어요'하는 글을 봤었는데, 저도 살짝 그런 느낌으로 지하철에서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작지만 큰 소망도 있습니다. 이 꿈과 소망들아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테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분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기억하시면 좋겠는지 궁금합니다.
Omnicorn: 핸드폰을 딱 켜서 '심심하네 뭐 하지'라며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아니면 그때 꽂힌 가벼운 퍼즐 게임 같은 것 처럼 저한테도 그런 퍼즐 게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도어 퍼즐’도 굉장히 오랜 습관적으로 켰던 그런 게임들같이 응급실에 가서 하거나, 자기 전에 잠깐 하거나, 지하철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일상의 틈에서 생각을 이어주는 퍼즐, ‘도어 퍼즐’
‘옴니콘(Omnicorn)’은 단순히 퍼즐을 설계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는 순간”을 설계하는 창작자입니다. ‘도어 퍼즐’은 복잡한 규칙 대신 직관적인 배치와 공간의 논리를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 추리를 완성하게 만들어 “좋은 퍼즐은 좋은 게임이어야 한다”는 그만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게임입니다. 구조적인 설계와 일상의 짧은 틈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함까지 느낄 수 있는 ‘도어 퍼즐’은 가볍지만 깊이 있는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현재 옴니콘은 콘텐츠의 볼륨 확장과 다음 스테이지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며, 지하철 안이나 잠들기 전, 혹은 그냥 일상의 틈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어 퍼즐’이 켜지는 게임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작은 문 하나를 맞추는 단순한 행위가 결국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여는 열쇠가 되길 바라며 플레이어의 하루 속에 잔잔히 스며드는 ‘도어 퍼즐’의 다음 걸음을 기대해 봅니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