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곤충 잡기의 추억. '카부토 파크' 만든 두트 티니 게임즈

인디게임 '카부토 파크(Kabuto Park)'는 처음부터 큰 야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화려한 연출이나 방대한 콘텐츠 대신, 곤충을 수집하고 작은 힘겨루기 대결을 즐기는 단순한 구조를 앞세운다. 그러나 이 단순함 속에는, 최근 게임 시장에서 오히려 귀하게 느껴지는 명확한 개발 철학이 담겨 있다. 많은 게임이 규모와 볼륨으로 승부하려 할 때, 이 작품은 정반대의 방향을 택했다. 복잡한 시스템을 쌓아 올리기보다 하나의 핵심 경험을 또렷하게 다듬는 데 집중했고, 플레이어가 설명서를 읽듯 게임을 이해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카부토 파크'는 거창한 약속 대신, 손에 잡히는 즐거움으로 먼저 말을 건네는 게임이다. 첫 화면에서부터 이 작품이 무엇을 하려는지, 어떤 온도로 플레이어를 대하려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카부토 파크
카부토 파크

■ 혼자서 만들되, 혼자가 아니었던 개발

카부토 파크는 인디 개발자 Doot이 중심이 되어 만든 작품이다. Doot은 프로그래밍과 게임 디자인, 대부분의 아트 작업은 물론 프로젝트 관리와 마케팅까지 혼자 담당했다. 음악과 사운드는 작곡가 Zakku가 맡았고, 그는 일부 게임 디자인 결정에도 깊이 관여했다. 캐릭터와 배경 아트는 Blibloop, 홍보용 일러스트와 스팀 캡슐 이미지는 Eupholie가 제작했다.

이들은 과거에도 여러 소규모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최근작으로는 미나미 레인(Minami Lane)을 함께 선보인 바 있다. 규모는 작지만 서로의 강점을 잘 이해한 협업 구조가 게임의 완성도를 뒷받침했다. 겉보기에는 개인 개발에 가까운 형태지만,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동료들이 필요한 지점마다 자연스럽게 결합되면서 안정적인 제작 체계가 만들어졌다. 특히 사운드와 아트, 홍보 비주얼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또렷하게 완성했고, 소규모 팀 특유의 기민한 의사결정 구조는 방향 수정과 개선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두트 티니 게임즈
두트 티니 게임즈

■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한 게임

카부토 파크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개발의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새를 포획하는 게임이나 타워 디펜스 요소도 고민했지만, ‘새를 잡는다’는 설정이 직관적이지 않다고 느껴 방향을 바꾸게 됐다. 그 결과 선택된 소재가 바로 딱정벌레를 비롯한 곤충이다. 곤충은 포획과 수집, 그리고 대결이라는 구조와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무시킹, 보쿠노 나츠야스미 같은 작품에서 받은 감성적 영감도 게임 전반에 녹아들었다. 전투 시스템의 기본 골격은 과거 게임잼에서 제작했던 소규모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이처럼 카부토 파크는 거창한 시장 분석이나 트렌드 추종이 아니라, 개발자 개인의 취향과 기억에서부터 출발한 게임이다. 어린 시절 곤충을 관찰하며 느꼈던 호기심과 수집의 즐거움이 기획의 뿌리가 되었고, 그 감각을 현대적인 게임 구조 안에서 다시 풀어내는 과정이 이어졌다. 소재 선택부터 시스템 설계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는 ‘억지로 만든 콘셉트’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취향의 결과물에 가깝다. 그래서 이 게임은 복잡한 설명보다 직관적인 체험으로 먼저 다가가며, 플레이어에게도 개발자가 느꼈던 소박한 설렘을 그대로 전달하려 한다.

곤충 잡기의 추억을 담은 게임
곤충 잡기의 추억을 담은 게임

■ ‘건강을 해치지 않는 개발’이라는 철학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분명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의 삶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Doot은 장기간의 과도한 노동을 피하기 위해, 몇 년씩 개발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 대신 짧은 개발 주기의 작은 게임을 선택했다.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속도는 개발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결과물의 완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다. 그의 말처럼, “좋은 게임은 많은 작업량보다 좋은 결정에서 나온다.”

이 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개발 방식 전반에 반영됐다. 기능을 하나 더 넣기보다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했고,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몸을 소진하는 대신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쌓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개발 속도는 느려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방향 수정의 여유가 생겼고 게임의 정체성도 더 또렷해졌다. Kabuto Park가 과도한 규모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도 단단한 완성도를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건강한 개발이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이 일관된 기준이 자리하고 있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개발 속도 유지하는데 신경썼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개발 속도 유지하는데 신경썼다

■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구조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곤충을 잡고, 힘겨루기 대결을 통해 여름의 곤충 챔피언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곤충을 포획하고, 각 곤충의 특성을 살려 밀어내기 방식의 대결에 참가한다. 희귀한 곤충, 독특한 외형의 곤충, 전략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곤충 그리고 반짝이는 ‘샤이니’ 곤충까지.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곤충 컬렉션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도록 설계됐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초반 진입 장벽이다. 게임은 매우 단순한 규칙으로 시작하며, 새로운 시스템은 단계적으로 소개돼 플레이어가 길을 잃을 일이 없다.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더 많은 곤충을 잡고, 더 많은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어려운 설명이 아닌, 직관적인 반복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수집과 대결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게임 전반을 이끌고,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 가게 된다. 시스템은 단순하지만 곤충의 개성과 조합에 따라 전개는 매번 달라지며, 그 과정에서 ‘나만의 컬렉션’을 완성해 간다는 감각이 가장 큰 동기가 된다. 어렵게 배워야 할 규칙 대신, 직접 부딪히며 익히는 재미가 이 게임이 지향하는 핵심 경험이다.

곤충들의 힘 겨루기
곤충들의 힘 겨루기

■ 작지만 밀도 있는 전략

카부토 파크는 수집과 전략의 ‘균형’을 중요하게 다룬다. 과도한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지 않으며, 전략은 깊이가 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몇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는 분량 덕분에 대작 게임 사이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구조를 갖췄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 역시 곤충 간 힘겨루기 대결 시스템이었다. 단순함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선택의 재미를 살리고, 특정 곤충만 유리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Doot은 “성능이 아니라 취향으로 곤충을 선택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철학은 전투 설계 전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곤충과의 교감
곤충과의 교감

■ 플레이어의 한마디에서 완성된 테라리움

개발 중 받은 피드백 중 인상적인 의견도 있었다. “포획과 대결 외에도 곤충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이를 계기로 추가된 것이 테라리움 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수집한 곤충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이 공간은 곤충에 대한 애착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보너스 기능이 아니라, 수집의 의미를 확장하는 장치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셈이다.

다양한 곤충을 감상할 수 있는 테라리움
다양한 곤충을 감상할 수 있는 테라리움

■ 국경을 넘는 공감

Doot은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한국 플레이어들이 게임과 아트 스타일을 좋아해 주고 있다는 점에 감사함을 전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 직접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곤충이라는 소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카부토 파크는 그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발견하는 경험을 전한다. 이 점이 문화와 언어를 넘어 공감을 얻는 이유다. 개발자의 개인적인 취향에서 출발한 작은 게임이 국경을 넘어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지닌 따뜻한 감성과 보편성을 보여준다.

스팀에서 99% 이상의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스팀에서 99% 이상의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작지만 오래 남는 게임

카부토 파크는 대형 RPG처럼 강렬한 서사를 남기려는 게임은 아니다. 대신 플레이어의 기억 속에 “잠시 즐겼지만 기분 좋았던 게임”으로 남기를 바란다. 누군가 이 게임을 계기로 게임 개발을 시작하고 싶어졌다고 말했을 때, Doot은 그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현재 카부토 파크는 스팀에서 99% 이상의 매우 긍정적 평가를 기록하며, 작지만 단단한 인디게임의 좋은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목표보다 손에 잡히는 재미를 택한 선택, 무리한 확장보다 건강한 개발을 우선한 태도, 그리고 플레이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과정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카부토 파크의 여정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했고, 느리지만 단단했다. 그래서 이 작은 게임은 대작들 사이에서도 조용히 빛난다. 결국 좋은 인디게임이란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다듬어졌는가에 달려 있음을 이 작품이 자연스럽게 전한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