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차트에서 한국 게임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상위권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한때 상위권을 장악하던 한국 게임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2025년 초부터 심화되어 현재는 상위권 차트에서 한국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한국 게임 산업 구조의 변화와 광고 플랫폼에 의한 이용자 수 유입 경쟁. 그리고 모바일 스토어의 매출 구조 변경 등 단순히 매출 순위로만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은 '광고 전쟁'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앱스플라이어의 2024년 게임 마케팅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UA(유저 확보 비용) 지출은 약 290억 달러 규모이며, 한국은 약 15억 달러 수준의 주요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권에서 광고 단가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센서타워가 발표한 2025년 한국 게임 시장 인사이트 자료에서도, 2025년 1~9월 한국 모바일 게임 디지털 광고 지출이 2억 달러(한화 약 2,851억 원)를 넘어섰다고 분석했을 정도로 한국은 엄청난 광고 마케팅 비용이 투자되는 시장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마케팅 비용 상승에는 해외 게임사 특히, 중국 기업들의 영향이 크다. 이 중국 게임사들은 단순 광고를 넘어 게임을 출시한 이후, 실시간 서비스 환경에서 이용자 행동에 맞춰 콘텐츠, 이벤트, 보상, 밸런스 패치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라이브 옵스’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라이브 옵스’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DAU’(일일 활성 이용자 수)다. 장기 게임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밸런스 붕괴 및 과금 경쟁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이탈을 신규 이용자를 유치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으며, 이에 ‘UA’(유저 확보 비용)를 지속적으로 늘려 이 DAU 수치를 유지하는 중이다.
실제로 현재 매출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전략 게임들 상당수가 이 전략을 기반으로, 장시간 공격적인 광고를 집행하는 중이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도 매출 최상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마케팅 중심의 시장 흐름은 한국 게임사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몇몇 장르에 게임들이 편중되어 있고, 중국 본토에서 거둬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기반으로 장기간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체력을 지닌 중국 게임사들과 경쟁하기에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기반으로 ‘라이브 옵스’를 운영 중인 해외 게임들에게 한국 게임들이 순위권에서 밀리는 것은 어찌 보면 시장 변화의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매출 순위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여 국내 게임들의 매출이 극단적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모바일 플랫폼의 결제 구조 변화로 인해 모바일에 집중되어 있던 매출이 타 플랫폼으로 분산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 게임 시장 매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플레이의 경우 2024년부터 ‘사용자 선택 결제’를 허용했다. 한국 역시 2022년부터 ‘개발자 제공 결제’를 허용하고 있었으며, 2024년 이후 인앱 결제와 외부 결제의 가격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 변화는 게임사에 새로운 전략을 열어줬다. 과거 인앱 결제만 허용되어 플랫폼 수수료 24~30%를 무조건 분배해야 했던 것과 달리 이제 자체 플랫폼 결제를 유도하여 매출의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상당수 게임사들은 PC 버전이나 웹 결제에서 더 많은 재화를 주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들 역시 같은 가격이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에서 결제를 진행하는 중이다. 모바일 앱은 이용자들의 유입을 유도하는 창구로 사용하고, 실제 결제는 PC 클라이언트나 자체 플랫폼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된 엔씨의 ‘아이온2’는 출시 7일 동안 약 25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고, 46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는 수치가 발표되기도 했을 정도의 성과를 올렸지만,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에 간신히 진입한 것에 그쳤다.

여기에 지난해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초반 구글플레이 매출 최상위에 머무른 이후 지속적으로 순위가 하락했지만, 출시 7개월 차 기준 누적 매출 약 3,000억 원을 돌파했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매출 순위와 실제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났다.
이처럼 모바일 차트에서 순위가 내려갔다고 해서, 해당 게임의 전체 매출이 그대로 감소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모바일 플랫폼의 결제 방식 변화로 매출 상당수가 모바일 밖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현재 모바일 게임 차트에서 벌어지는 한국 게임들의 실종은 해외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광고 집행으로 인한 상승, 장르 편중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모바일 플랫폼의 외부 결제로 인한 매출 집행 구조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더욱이 한국 대형 게임사들 중 상당수가 모바일 게임에서 벗어나 PC,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매출 순위에서 한국 게임이 줄어드는 것은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 게임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게임 매출을 키우는 데 반해 한국 게임사들은 모바일을 벗어나 외부 결제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라며, “한국 게임사들 역시 모바일 플랫폼을 벗어나 해외 AAA급 게임에 준하는 대형 멀티플랫폼 게임에 초점을 맞춘 만큼, 한국 게임 산업이 모바일 플랫폼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으로의 변화를 맞이하는 구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