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잘하는 것에 집중, 무서운 ‘아는 맛’으로 무장한 슬레이 더 스파이어2

신승원 sw@gamedonga.co.kr

최고 동시 접속자 수만 57만 명. 현재도 꾸준히 2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유지하고 있는 ‘괴물 인디’ 게임이 최근 출시됐다.

그 주인공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2’다. 덱빌딩 로그라이크 장르를 대중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후속작으로, 출시 직후 스팀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지난 6일 출시된 이후 약 1주일이 지난 지금도 판매량 4위라는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2
슬레이 더 스파이어2

개인적으로 필자는 전작을 상당히 즐겁게 플레이했던 이용자 중 하나다. 스팀 버전은 물론 모바일 버전까지 구매해 장시간 비행할 때마다 신세를 졌을 정도다. 그래서 이번 슬더스2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는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리스크를 감수한 새로운 시도보다는 팬들이 바라던 ‘아는 맛’을 더욱 강화한 방향으로 나온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랜덤 보상을 획득한다. 전작에도 있었던 무난한 드로우 카드 흘려보내기
랜덤 보상을 획득한다. 전작에도 있었던 무난한 드로우 카드 흘려보내기

일단 게임의 기본 플레이 방식은 전작과 동일하다. 최대 5개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하면 ‘타격’과 ‘수비’ 등으로 이루어진 기본 카드팩을 받게 된다. 이걸로 각 스테이지의 몬스터를 물리치면 랜덤하게 등장하는 카드 3개 중 하나를 선택해 가져올 수 있고, 이를 반복하며 나만의 덱을 구축한 뒤 각 구역에 있는 최종 보스를 물리치는 것이 목표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총 다섯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중 세 명(사일런트, 디펙트, 아이언클래드)은 전작에 등장했던 캐릭터라 그런지 기본 덱의 카드 구성이 거의 동일하고, 전작에서 보았던 카드들도 상당수 등장한다. 물론 새로 추가된 카드도 있고 밸런스 조정으로 카드 효과가 약화되거나 강화된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비슷해 전작을 플레이했던 이용자라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라도 구조 자체는 단순하기 때문에 몇 판 플레이하다 보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일런트의 중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종말'
사일런트의 중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종말'

신규 캐릭터 2종(네크로바인더, 리젠트)의 경우에도 새로운 메커니즘이 추가되긴 했지만 전작의 카드와 시스템에서 가벼운 변주가 들어간 느낌에 가깝다. 체감상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작 캐릭터 ‘와쳐’의 카드셋과 메커니즘을 변형해 넣은 듯한 인상도 받았다.

처음 보는 텐트 유물!
처음 보는 텐트 유물!

물론 전작이 워낙 안정적인 재미를 제공했던 만큼 큰 변화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기본 시스템 자체가 이미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카드 종류가 다양하고, 엘리트 몬스터를 처치하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유물’ 등의 변수를 통해 매판 새로운 플레이가 만들어진다. 스킬을 사용하는 순서에 따라 클리어 여부가 갈릴 정도로 카드 간 시너지 설계도 탄탄하다. 덕분에 “이번 판만 이기고 끄자”를 반복하다 보면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기도 한다.

고대의 존재
고대의 존재

그리고 이 ‘아는 맛’을 한층 더 깊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몇 가지 신규 시스템도 추가됐다. 대표적인 것이 ‘고대의 존재’다. 보스를 처치해 각 막(구역)을 클리어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벤트로, 랜덤하게 나타나는 NPC가 체력을 회복시켜주고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게 해준다. 일종의 보스 클리어 보상 이벤트로, 전작에서 보스를 잡으면 보스 유물을 주던 시스템을 확장한 느낌이다.

이 선택지 구성이 꽤 재미있다. 적을 잡고 나온 카드를 두 번 바칠 때마다 새로운 유물을 얻는 보상부터 휴식 장소에서 요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보상(카드 2장 제거 및 최대 체력 9 상승) 등 보스를 잡을 맛이 나는 보상도 있다. 코스트를 하나 얻는 대신 1턴 동안 AI가 대신 플레이하게 하는 보상 같은 다소 실험적인 ‘즐겜’ 요소도 준비돼 있다.

물음표 방 이벤트도 다양해진 편이다
물음표 방 이벤트도 다양해진 편이다

여기에 ‘인챈트’라는 카드 강화 시스템도 새롭게 등장한다. 카드에 특수 효과를 부여하는 시스템으로, 일반적으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고대의 존재 이벤트나 물음표 방에서 획득할 수 있다. 이 인챈트 역시 카드 효과를 강화하는 ‘주입’, 특정 효과를 반복 발동시키는 ‘소용돌이’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운 좋게 잘 맞는 인챈트가 붙으면 무너질 것 같던 덱이 단번에 살아나기도 한다. 여러모로 플레이 변수를 크게 늘려주는 요소다.

그리고 전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멀티플레이 요소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 4인까지 협동 플레이가 가능하다. 인원 수에 따라 적의 체력과 공격력이 높아지고, 파티 단위로 맵 경로를 선택하게 된다. 갈림길에 도달하면 모든 이용자가 어느 경로로 이동할지 투표를 진행하며, 동점이 나오면 무작위로 선택된다.

아쉽게도 랜덤 매칭은 없다
아쉽게도 랜덤 매칭은 없다

협동 플레이 전용 카드들도 추가됐다. 다른 이용자의 공격 피해를 증폭시키는 디버프 카드나 아군에게 다양한 보너스를 제공하는 지원 카드 등 협동 플레이에 특화된 카드들이 등장한다. 다만 인원 수에 따른 적 체력과 공격력 보정이 꽤 큰 편이라 파티 전원이 공격 중심 덱을 선택하면 순식간에 전멸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사람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웃을 일도, 울 일도 자주 만들어지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파티 게임으로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은 구성이었지만, 랜덤 매칭 기능이 없어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게 흠이다.

아울러 게임은 아직 얼리액세스 상태인 만큼 완벽한 완성도를 갖춘 상태는 아니다. 일부 캐릭터는 제대로 성능을 내기까지 준비 과정이 지나치게 긴 느낌이 있어 밸런스적으로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왼쪽 카드가 전작의 '무감각'
왼쪽 카드가 전작의 '무감각'
상당히 징그러운 카드
상당히 징그러운 카드

또한 전작에 비해 아트 밀도가 높아진 것은 장점이지만 가시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단점도 생겼다. 예를 들어 전작의 파워 카드는 완전한 원형 테두리로 표시돼 한눈에 구분이 됐는데, 이번에는 애매한 둥근 사각형 형태로 바뀌면서 스킬 카드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 일부 몬스터 일러스트는 사실적인 묘사가 강화되면서 다소 거부감을 주는 디자인도 보인다.

요약하자면, 슬레이 더 스파이어2는 시스템적으로 아주 큰 변화가 있는 작품은 아니다 보니 캐릭터와 적, 카드가 일부 추가된 전작의 확장팩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기대했던 이용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되리라 본다.

하지만 반대로, 전작의 경험이 좋았던 이용자나 완성도 높은 덱빌딩 로그라이크를 찾던 이용자에게는 충분히 깊이 빠져들 만한 재미를 제공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전작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용자라면 전작에 등장했던 적들이 강화되거나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는 연출 등에서도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거친 슬레이 더 스파이어2가 인디 게임계에 또다시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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