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세로 부각된 수동 전투.. 자동 시스템의 삭제는 과연 정답일까

최근 한 증권사에서는 엔씨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두고 '댓글 다는 20대, 돈 쓰는 40대'라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직역하여, 댓글은 20대가 쓰고 돈은 40대가 쓴다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음미해 보면 '현재 게임 쪽 온라인 여론을 20대가 주도하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해석은 어떨까. 상대적으로 온라인 환경에서 조용한 40대가 실상은 게임사에게 가장 중요한 매출원이자 '얌전한 고객'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엔씨소프트를 염두에 둔 증권사의 문구라고 범위를 넓히면, '엔씨소프트에 부정적인 20대의 의견만 듣지 말고, 여전히 돈 많이 쓰는 40대가 엔씨소프트를 지지하니 투자해도 좋다'라는 문맥적 의미도 읽힌다.

적어도 저 문구가 현재 게임업계를 비중 있게 반영한 것이 맞다면, 게임사 입장에서는 20대도 40대도 중요한 고객으로 모셔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20대를 챙기지 않으면 온갖 구설수에 시달릴 것이고, 40대를 챙기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 별로 각자 다른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런데 이러한 세대적 특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게임업계의 여론이 하나 또 있다. 최근 시대적 흐름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수동전투' 대세론이다. 콘솔 게임 붐과 더불어, 수동전투는 국내의 많은 게임사들이 추구하고 있는 중요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수동 전투를 즐기는 게임 이용자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수동 전투를 즐기는 게임 이용자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실제로 각종 게임 커뮤니티를 살펴봐도 이는 명확하다. 웬만한 건 다 자동으로 해주는 시스템에 진부함을 느낀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아서 다 해주면 이게 무슨 게임이냐는 푸념이 온라인을 지배한다. 여기에 한국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의 주요 과금 시스템인 부분 유료화(확률형 아이템)까지 포함되면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라는 비난으로까지 주장이 확산된다.

사실 자동 시스템과 확률형 아이템으로 점철된 한국형 MMORPG에 반감을 가진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은 절대로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 이러한 '한국형 MMORPG'들이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다양한 리서치 기관에서도 MMORPG 모멘텀에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형 MMORPG가 한국 독자적으로만 발전하여, 갈라파고스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틀딱'('틀니'의 '틀'과 '틀니'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딱'을 합성한 노인을 뜻하는 신조어)이나 '꼰대'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이라는 표현처럼 온라인에서 MMORPG의 반감은 상상초월이다.

피곤에 지쳐 자동전투가 필요한 게임 이용자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피곤에 지쳐 자동전투가 필요한 게임 이용자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하지만 이러한 일방적인 '수동전투 찬양론'이나 무조건적인 과금 축소에 대한 우려나 반감도 적은 것이 아니다. 우선은 수동 전투라는 시스템에서 오는 피로감이 너무 크다고 호소하는 이용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적어도 남들만큼 잘하고 싶은데 손이 따라가지 않는 이용자들, 하루에 1시간 조차 오롯이 게임에 투자하기 어려울 만큼 바쁜 이용자들, 또는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오직 자신의 실력과 시간만을 투자해서 게임을 즐기라고 하는 건 강요에 가깝다며, 오히려 유료 아이템을 판매해 달라는 목소리도 쌓이는 중이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을 대표적으로 마주한 사례가 바로 최근 엔씨에서 출시한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이다. 두 게임 모두 수동전투와 확연히 적은 과금 모델로 온라인에서 각광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피로감의 호소와 작업장의 범람이라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난감한 것은 게임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대의 주장에 맞추려니 돈이 안되고, 40대의 주장에 맞추려니 여론이 무서운 '가불기'(가드가 불가능한 기술)에 걸려든 모양새다.

일례로 엔씨는 '리니지 클래식'에 퀘스트 자동 이동과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일부 유료 아이템만을 제한적으로 추가하는 선으로 양측에 대한 절충안을 내놨다.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리니지 클래식 자동전투 절충안 공지
리니지 클래식 자동전투 절충안 공지

문제는 이러한 상반된 주장이 서로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고 당연한 주장이지만, 조율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서로에 대한 조롱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꼰대나 하는 게임'이라는 주장에는, 'MMORPG의 부분유료화에는 욕을 하면서, 서브컬처 게임의 부분유료화에는 열광하는 이중성'이라는 비꼼이 따라붙는다. '리니지'를 욕하는 온라인 댓글들 이면에는 '리니지를 욕하는 95%는 리니지를 안 해본 사람들'이라는 수군거림이 이어진다.

그렇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 최근 보이던 MZ와 영포티의 대립이 묘하게 겹쳐 보인다. 세대 간의 갈등이 수동전투냐 자동전투냐로 갈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 고민해볼 포인트는 많다. 단순하게 보면 게임사 입장에서는 20대에게 반감을 크게 사지 않을 만큼의 과금 구조와, 40대가 피로해서 떠나지 않을 정도의 게임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나아가 플랫폼 별 반감을 적게 하고, 글로벌에서도 통할 게임을 만들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이상론에 근접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게임 생태계에서 게임사들은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동안에도 쉬운 길은 없었고,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에 있었다. 오히려 현재의 갈등을 인식 전환하여 생각해 보면, 모바일 게임에서 콘솔 게임까지 플랫폼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해프닝일 수 있다.

현재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방치형 게임인 '메이플 스토리'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게임 중 하나는 '원신'이다. 반대로 콘솔 게임인 '스텔라 블레이드'는 약 370만 장 판매를, 'P의 거짓'은 약 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모두 대단한 게임이고, 각자의 영역에서 큰 구설수 없이 잘 서비스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포켓몬 고'로 각 세대가 대통합되는 사례도 있었다.

먼 길도 한 걸음 부터다. 우선은 게임사가 철저히 고객 위주로 바뀌는 모습이 중요해 보인다. 과열된 현재의 분위기를 만든 원인이 원초적으로 게임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게임 이용자들도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서로 존중하고, 각자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혼탁한 시기에 적어도 게임세계에서 만큼은 갈등이 잦아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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