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일본 골목을 누비는 고양이가 된다. ‘A Wonderful Cat Life’를 만드는 manekineco games
1980년대 일본 서민 동네를 배경으로 한 고양이 체험 게임 'A Wonderful Cat Life'가 인디 게임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플레이어가 길고양이가 되어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특별한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경험을 담은 게임으로 개인 개발자 manekineco games가 제작 중이다.
그는 2012년 iOS용 게임 'CAT&LINE'을 출시하며 활동을 시작한 인디 개발자로, 아직 ‘인디 게임’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지 않던 시절부터 꾸준히 게임을 만들어왔다. 어느덧 게임 개발을 시작한 지 14년이 넘었다.

■ 30년 넘게 마음속에 남아 있던 게임
'A Wonderful Cat Life'의 아이디어는 매우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개발자는 대학 졸업 후 게임 개발 회사에 취직했지만, 당시 회사에서는 업무도 자리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몇 주 동안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보고할 예정이 없는 기획서를 계속 작성해야 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때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서민 동네에서 고양이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이 아이디어는 이후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는 동안에도 30년 넘게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의 작품이었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회사 프로젝트로 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유니티를 이용하면 개인 개발로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본격적인 제작이 시작됐다.

■ 1980년대 일본 동네를 배경으로
게임의 배경은 1984년, 일본의 서민 동네다. 개발자가 초등학생으로 지내던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개발자는 어린 시절의 자유롭고 끝이 없을 것 같던 체력, 무엇이든 흥미롭게 느껴지던 감정을 다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길고양이 ‘케다마’의 시선
플레이어는 아기 고양이 ‘케다마’가 되어 마을을 탐험하게 된다. 눈을 떠보니 버려져 있던 케다마는 길고양이 로단과 집고양이 미케를 만나며 길고양이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간다.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훔치기도 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을을 뛰어다니기도 하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작품은 보상이나 목표 중심의 게임 구조보다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보내던 자유로운 시간을 다시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을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약 10cm 높이의 시점에서 마을을 바라보게 된다. 이 시점에서 동네는 마치 거대한 놀이터처럼 느껴진다. 처마 밑에서 지붕 위, 전봇대 위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자동차 아래를 지나거나 집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처럼 길고양이만의 기동력과 자유로운 움직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단순한 조작
조작 방식에서도 접근성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플레이어도 즐길 수 있도록 일반적인 3D 게임에서 사용하는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 카메라 조작을 제거했다. 대신 두 개의 버튼만으로 달리기와 점프 등 주요 액션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개발자는 실제 인디 게임 행사에서 어린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이러한 설계가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 “아무것도 얻지 않아도 즐거운 시간”
게임에는 메인 스토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다양한 활동들이 등장한다. 장난감으로 놀기, 캡슐 자판기 돌리기, 신사에서 오미쿠지 뽑기, 매미 잡기, 과일 따기 등 어린 시절 동네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이 구현되어 있다. 앞으로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활동 같은 요소도 추가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활동을 해도 특별한 보상이나 업적이 없다는 것이다. 개발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만 해보는 경험이야말로 더 순수하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 개인 개발이기에 가능한 자유
'A Wonderful Cat Life'는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 진행하는 개인 프로젝트다. 게임 속 3D 오브젝트는 Blender로 하나씩 직접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래밍 역시 스스로 공부하며 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작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다. 회사 프로젝트는 팬이나 회사의 요구, 일정과 예산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 작품은 오로지 개발자가 좋아하는 것만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선물 상자 같은 게임이 되길”
개발자는 이 작품을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마음껏 담은 선물 상자 같은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클리어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게임 속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완성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발자는 앞으로도 이 세계를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