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RPG의 고전, 드디어 완전한 3D로 등장
서양식 RPG의 대표작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 앤 매직....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서양식 RPG 게임이라는 점과 무지하게 장수하는 시리즈물이라는 점이다.
울티마는 아쉽게도 9편에서 시리즈의 막을 내렸지만 온라인으로 그 무대를 옮겨 계속 살아남아있고, 위저드리는 7년의 공백기간을 깨고 3D로
부활해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마이트 앤 매직은 본 시리즈만
9편이 발표되었고, 레전드 오브 ~, 히어로즈 오브 ~ 등 마이트 앤 매직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까지 합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타이틀이 존재한다. (도대체 몇 개야 !!!) 이렇게 오랫동안 시리즈를 유지하려면 게이머들의 입맛을 계속 충족시켜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두가지
방식을 취하기 마련이다. 첫 번째 방식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게이머의 입맛을 리드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기존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면서 조금씩 단점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지금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마이트 앤 매직은 두 번째 방식을 택한 대표적인 작품인데
6편까지는 매니아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7,8으로 가면서 스토리만 바꾸어 출시했다는 비난을 받을만큼 변화없는 모습을 보여줘서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 게 했었다. (모든 게임이 3D로 출시되는 시기에 3D 배경, 2D 스프라이트 캐릭터라니 정말
너무했다.) 하지만 이대로 시리즈를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나보다. 이번에 출시된 9편에서는 구닥다리 엔진을 버리고 리스텍 엔진을 사용하여
전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엄청나게 긴 플레이 타임
서양 RPG 게임이니 긴 플레이 타임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마이트 앤 매직의 플레이 타임은 정말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길다. 마을의 끝에서
끝까지 움직이는데 약 1분정도 걸릴 정도로 엄청나게 큰 맵에다가 (다행히 뛰기 옵션이 있어서 느리다는 느낌은 없다.) 총 65개의 퀘스트,
400여명의 NPC 등 수치만 봐도 질릴정도로 엄청나게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을 시작한다면 족히 한달은 폐인생활을
해야할 것 같다.
드디어 완전한 3D를 지원한다.
9편이 전작들과 가장 다른점은 바로 완전한 3D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8편까지는 6편에 사용되었던 엔진(배경은 3D, 캐릭터는 2D
스프라이트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뛰어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만 바꿔서 출시했다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었는데 더 이상 팬들의 비난을
무시할 수 없었는지 9편에서는 얼마 전에 발매되었던 레전드 오브 마이트 앤 매직에서 사용했던 리스텍 2.5 엔진을 사용해서 제작되었다.
지금이야 3D를 사용하지 않은 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들정도로 3D가 보편화되어 있으니 뒷북도 이만저만한 뒷북이 아니지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만 봤을 때는 거의 혁명적인 변화이다. 배경, 몬스터의 디테일이나 마법의 광원효과도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맨날 앞모습만 보여주던 NPC들도 360도로 회전하면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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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그리 좋은 그래픽이라고는 할 수 없을 듯 하다. 만약 이런게 7편이나 8편에서 지원이 됐다면 그래픽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을테지만 같은 시기에 출시된 엘더 스크롤 3 : 모로윈드, 네버윈터 나이츠 같은 완벽한 3D 게임들과 비교한다면 정말 평범한 수준에 불과하다. 몬스터들의 디테일에 비해 NPC의 디테일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고 (단지 뒷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외에는 전작의 NPC와 별 차이를 느낄 수가 없다.) 똑같은 모양의 NPC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 (등장 NPC가 400명이나 되니 어느정도 이해는 가지만 단순히 외관만 같은 것이 아니라 대화창에서도 얼굴, 옷차림까지 똑같은 경우가 많으니 무성의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종족별로 달랑 한 장밖에 없는 페이퍼 돌 화면 (사람인지 드워프인지....)과 무기의 변화에 따라 외관의 변화가 전혀 없다는 점도 그래픽이 나쁘다고 느껴지는 커다란 이유이다. (FPS에서도 무기의 변화는 보여주는데 마이트 앤 매직에서는 화살 날라가는 모습만 보일뿐 칼 휘두르는 모습은커녕 팔도 안보인다...)
등장 캐릭터
잠시 8편에서 외도를 하긴 했지만 9편에서는 다시 고전적인 방식으로 돌아왔다. (8편에서는 처음에 한명의 캐릭터만 선택하고 나머지 캐릭터는
나중에 고용하는 방식을 택했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 4명의 캐릭터가 주어지 고
(인간, 드워프, 엘프, 하프오크) 나중에 따로 퀘스트 해결에 도움을 주는 NPC를 최대 3명까지 고용할 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에 시작할 때 캐릭터를 만드느라 엄청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초기 직업설정이 다른 RPG 게임처럼 파이터, 팰러딘, 마법사,
소서러스 등 여러 직업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목에 걸맞게 힘(파이터)과 마법(전수자) 두가지로만 나뉘어있고 플레이를 더 하다보면
보다 상위직종으로 전직하게 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전사는 크루세이더, 레인저 , 팰러딘 등으로 전직하게 되고, 전수자는 마법사,
리치 등으로 전직하게 된다.)
FPS인가 RPG 인가....
마이트 앤 매직의 인터페이스는 일반 FPS 게임들과 완전히 똑같다. 키보드를 사용해서 이동하고 마우스는 단지 시점을
변환하는데만 사용된다. (물론 일반 필드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이고 상점이나 인벤토리를 확인할 때는 당연히 마우스가 사용된다.) 때문에 전투도
FPS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몬스터의 거리에 따라 근접무기와 장거리 무기가 자동으로 바뀐다는 점과 장거리 무기가 모두
유도(^^)기능을 갖고 있어서 조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게 똑같다.) 모든 캐릭터에게 활을 장비시키고 전투를 하다보면 내가
지금 RPG를 하고 있는건지 FPS를 하고 있는지 정말 구별이 안갈정도이다. 그렇지만 FPS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상당히 긴박감이 넘치는
전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데다가 몬스터들의 인공지능이 상당히 향상되었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천국의 문앞으로
가게된다. (그렇지만 RPG적인 느낌을 더 살리고 싶다면 ENTER 키를 사용해서 턴제로 전투하는 것도 가능하다.)
새로워진 마법 시스템
마이트 앤 매직 9편의 마법 시스템은 일반적인 RPG의 마법시스템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보통 RPG에서는 힐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단순히 힐 마법만 배우면 되지만 마이트 앤 매직 9편에서는 힐 마법의 기본이 되는 엘리멘탈 스킬과 라이트 스킬을 먼저 배워야만 초급
힐 마법을 배울 수 있고 나중에 라이트나 엘리멘탈 스킬을 그랜드마스터까지 업그레이드 한다면 좀더 위력적인 힐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된다.
기존의 방식과 달라서 조금 생소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좀더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캐릭터 육성의 재미도 더해지는 것
같다. (보통 다른 RPG에서는 레벨이 높아져도 새로운 스펠만 익힐 수 있을뿐 기존에 습득한 마법의 위력은 같다. 하지만 초보자보다는
경험자가 더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하는 것처럼 마법도 레벨이 높아지면 더 높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적이지 않을까 ???)
평범한 사운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음악이 워낙 훌륭하다보니 마이트 앤 매직도 덩달아 기대가 되었지만 필자가 듣기에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다.
배경음악이야 고전풍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어서 듣기 좋았지만 전투 효과음은 별로였고 그렇게 자랑하는 3D 사운드도 접근전을 펼칠 때만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뿐 FPS식 활쏘기 모드로 플레이할 때는 그다지 큰 효과를 느낄 수가 없었다.
무난한 한글화..
서양 RPG 게임은 대체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길고 NPC들과의 대화가 많기 때문에 한글화하기가 상당히 힘든편 이다.
때문에 발더스 게이트도 한글화 때문에 상당히 욕을 먹었고 최근에 출시된 네버윈터 나이츠도 한글화가 아니라 암호화 했다는 악평까지 들었었는데
마이트 앤 매직 9편의 한글화는 대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을 보여준다. 눈에 띄게 한글화가 잘된편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글씨체도 무난한 편이고
대화도 그리 어색하지 않게 번역이 되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데 불편함을 주지는 않는다.
이건 상당히 불편한걸...
마이트 앤 매직 9편에서는 워낙에 많은 NPC들이 등장하다 보니 NPC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기억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래서 노트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어 NPC들이 하는 일을 자동으로 기록해주는데 필자가 플레이 해본 결과 거의 쓸모가 없는 기능같았다. 물론
자동으로 기록해주니 약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 NPC들이 있는 위치는 기록이 안되기 때문에 가서 일일이 만나보지 않으면 누가누군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게다가 지도도 단순히 외각선만 보여줄뿐 건물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지 않기 때문에 맵만 보고 위치를 파악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물론 필자가 방향치인 것은 인정하지만 네버윈터 나이츠처럼 지도에다 주석을 달 수 있는 기능을 삽입했다면 훨씬 편안한 게임진행이 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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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이여 다시한번...
히어로즈, 레전드, 크루세이더 등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이트 앤 매직이지만 정작 본 시리즈는
6편이후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모두를 보다 실감나는 3D를 얘기하고 있던 시기에 구닥다리 엔진에, 스토리말고는 전혀
달라진게 없는 7편, 8편을 선보였기 때문인데 지금이라도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완전한 3D를 지원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절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수는 없다고 본다. 마이트 앤 매직이라는 이름이 갖는 가치를 생각한다면 모든 게임을
선도하는 입장이 되어야지 다른 게임들이 이미 걸어간 길을 따라가서는 안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