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의 망령이 낳은 게임 그러나 한국적인 느낌은 좋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국내에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하 RTS)이라는 장르는<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가 이룬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스타>이전에도
RTS는<듄>과<커맨드엔 퀀커>로 명맥을 이어오기는 했지만<스타>는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향력을 행사했다. 즉, 게임이 코흘리개만의
전유물이 아닌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 시켜 준 것이다. 또한, RTS라는 장르가 지니는 재미를 뿌리 깊게 인식시키는데도
성공했다. 덕분에 각종 방송매체에 오르내리는 게임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으며, 이런 분위기 덕분에 국내에도 콘솔 게임기 시장이 태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스타>의 성공을 부러워 한 탓인지 1998년 이후 RTS의 출시는 봇물을 이루었다. 수입해온 게임도 게임이지만 자체 개발한 게임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출시된 국산RTS들은<스타>와 차별을 두기 위해 또는 다른 게임들과는 다른 무엇을 담기를 희망했으며 그 결과 다양한
특징을 지닌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출시된 RTS들은 대부분 쓴맛을 보기 일쑤였다. 많다는 것에서 비롯된 과열경쟁도
문제였지만 다른 게임과 차별을 두기 위해 삽입한 요소들이 모양만 요란했지 실상은 다루기 어려운 도구와 같아 유저들에게 외면을 당한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자면<스타>의 완성도에 비견될만한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천년의
신화2>(이하 화랑의 혼)또한 아쉽게도 이런 연장선에서 출시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역사적 고증과 허구가 적절히 뒤섞인 스토리
경주엑스포 지정 게임이라는 허울 때문인지<화랑의 혼>은 삼국시대(4~7세기 중엽)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더 정확히는 김유신 장군이
나당연합군을 이끌고 삼국을 통일했던 시기를 담고 있다. 삼국 말기의 혼란스러웠던 배경이 게임이 만들어내는 전투와 어울린다는 설정 때문 일
것이다. 여기에 신라, 백제, 고구려를 분기(종족?)로 하여 3가지 이야기가 더해졌다.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나라에 따라 삼국 말기의 역사를
달리 비추었다는 얘기인데 각기 다른 입장에서 본 삼국통일이 싱글 플레이어의 주된 스토리다. 등장인물 또한 실존의 인물을 그대로 재현했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와 화랑도의 표상 관창 고구려의 명장 연개소문 등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살려<천년의 신화2>캐릭터로 승화시켰다.
물론<천년의 신화2>가 게임(RTS)인 만큼 역사적인 고증과 허구도 적절히 섞었다. 그래서 사실과는 무관한 고구려의 연개소문과 삼국 통일의
주역 김유신의 한판 승부나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과 화랑도 관창의 싸움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화랑의 혼>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중 가장 아쉬운 대목은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배경 설정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RTS가 가지게 되는 스토리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 게임은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관점(종족)에
따라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RTS가 가지는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삼국통일의 의미를
부합시켰다면 게임을 풀어 나가는 재미가 훨씬 더 좋아졌을 테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화랑의 혼>은 수박 겉핥기식의 역사적
고증에 흥미 위주의 허구가 더해졌다는 느낌이다. 역사적인 위인들이 출현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강한 유닛이라는 느낌뿐이어서 더하다. 덕분에
제작사가 염두에 두었던 삼국시대라는 특징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상투적인 인물들과 상투적인 게임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달리
보면 "게임따위에 무슨 심오한 역사적 고증을"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게임따위"로 치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고구려의 명장 연개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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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통일의 주역 김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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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게임
패키지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한국적인 RTS라는 말에 걸맞게<화랑의 혼>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런 한국적인 느낌은 배경설정도 이유지만
질럿보다는 화랑이, 히드라 대신에 싸울아비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캐릭터의 대사 또한 삼국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유닛을
클릭할 때 마다 들리는 한국어 대사들은 영어에 길들여져 있는 귀에 어색하게 들리긴 하지만 구수한 사투리로 웃음을 짓게 한다. 성우와 캐릭터의
느낌 또한 잘 맞아 떨어져서 게임에 분위기를 더하는데 한몫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건물 역시 삼국시대의 그것에 빗대어 놓았다. 넥서스 대신에
농가가 등장하고 캐논 역할은 망루가 대신한다. 필자 개인적으론 RTS를 한국적인 모습으로 재현 해냈다는 점에 대해서는<화랑의 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SF나 서양 판타지의 전유물이었던 RTS라는 장르에 한국의 역사란 것을 덧씌웠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애정 덕분에 싱글 플레이어의 빈약한 연출과 스킨만 다른 유닛들의 모습이 더욱 아쉬워진다.( 물론 이 게임 이전에도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은 많았다. 이 게임이 최초는 아니란 소리다. )
원효의 뒷모습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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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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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해 보이는 첨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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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모습은 전형적인 RTS
<화랑의 혼>은 자원을 모아 건물을 짓고, 이곳에서 생산한 유닛을 모아 전투를 치른다는 RTS의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다. 그래서 게임을
시작하면 일꾼 몇 명과 테란의 커맨드 센터가 연상되는 초가집에서 출발한다. 일꾼이 필요한 자원을 모으면 건물을 짓고 유닛을 생산한다는 설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채취할 수 있는 자원은 2가지인데 물과 곡식이 그것이다. 자원의 역할 또한 지금까지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스타>와 비교하자면 물은 가스, 곡식은 미네랄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곡식은 기본적인 건물과 유닛, 물은 고급유닛과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여기까지만 살펴보아도 지금까지의 RTS와 이 게임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화랑의 신화>가 내세운 재미라는 것이<스타>이후에 출시된 RTS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역사적 고증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으니 지금까지의 SF나 서양의 판타지와는 다른 화면을 보여주긴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껍질 이외에 새로운 재미나 신선한 게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겨워져 버린 자원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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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재미도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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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유닛의 종류는 전술적인 취약함으로 이어진다.
<화랑의 혼>은 역사적 고증이라는 명목으로 유닛의 종류가 제한되어있다. 물론 마린과 메딕 그리고 파이어 뱃 등의 유닛의 가짓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육, 해, 공으로 나누어지는 유닛의 특성이 땅을 걸어 다니는 유닛으로 제한되어 있어서다. 때문에<화랑의 혼>은 기습적인 드롭
공격이나 레이서를 이용한 게릴라전 같은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땅으로 밀고 나가는 정직한 싸움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화랑의
혼>의 전투는 오직 만들고 싸우는 생각 없는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불리한 상황이지만 잘 세운 전략 하나로 일발 역전하는 재미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사실적인 면에서야 이러한 유닛 설정은 게임과 어울리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RTS를 그대로 답습한 게임성에
유닛의 특성이 전보다 못하다면<화랑의 혼>이 가질 수 있는 재미는 더욱 제한되어 버리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전부 기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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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주먹다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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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전투에 양념 역할을 한다.
<킹덤 언더 파이어>이후로 자주 볼 수 있는 영웅 시스템이<화랑의 혼>에도 더해졌다. 영웅 시스템은 일반 유닛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한
유닛을 제한적으로 만들어 싸운다는 개념인데 영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다. 당연하겠지만<화랑의 혼>에서는 영웅을
삼국의 위인들로 묘사했다. 그래서 영웅 시스템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라기보다는 위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웅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우스를 클릭할 때 마다 들려오는 대사에서 캐릭터의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한다.
<화랑의 혼>에 등장하는 영웅들도 물론 종례의 RTS처럼 근접전에 강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는 특수기를 가지고 있어서 인데 원효의 업화나
관창의 사자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특수기는 직접적인 대미지 보다는 상태공격이 주를 이룬다. 일정시간 동안 제한된 범위의 적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등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화랑의 혼>의 영웅 시스템은 활용의 재미라는 측면에서<킹덤 언더
파이어>보다도 떨어진다.<킹덤 언더 파이어>와는 다르게 RPG의 레벨 개념이 빠져있어 키우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웅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킨다는 느낌보다는 전투에 양념 역할을 하는 정도로만 다가온다. 물론 덕분에 영웅의 레벨업을 위해 온 필드를 쏘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을 것이다.
연개소문의 일격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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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지상지의 회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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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업화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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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을 훈련시킨다는 것이 <화랑의 혼>의 가장 큰 특징
게임이란 새로이 출시되면 자신만의 별난 점을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이는 기존의 것보다 새로운 재미를 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스타>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RTS의 경우 다른 장르보다 더욱 추가된 요소들을 강조한다. 종류가 많은 탓에 자신만의 독특함을
강조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는 것이다.
<화랑의 혼>이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내놓은 점은 유닛을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지어진 건물에서 유닛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일꾼을 훈련 시켜 필요한 캐릭터로 만든다는 설정이다. 이미 생산된 전투병이라도 다시 훈련시키면 고급 병력으로 환골탈태 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설정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점이 달라진다. 빠르게 필요한 일꾼을 생산하기 위해서 기존의 게임보다 많은
농가(커맨드 센터?)를 확보해야 하며, 농가의 수와 유닛을 훈련시키는 건물수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자 주 - 이런 시스템은
배틀렐름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훈련 시스템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유닛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손을 2번 이상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유닛생산과 필요한 건물의 상관관계 또한 기존의 게임보다 이해하기 어려워 졌다. 때문에 훈련 시스템은 새롭긴 하지만
불편하다. 그래서<화랑의 혼>의 새로운 시도는 화려하지만 쓰기 어려운 도구로 변해버리기 쉽다는 것이 결론이다. 훈련 시스템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닛생산의 기본인 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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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서 훈련 차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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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물량 전보다는 아기자기한 게임진행
<화랑의 혼>이 연출하는 전투는 화끈한 물량전으로 이어지는<스타>와는 다르다. 적은 수의 유닛을 아기자기하게 사용해서 전투를 치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피드 한 맛도 결여되어<워크래프트3>의 전투와 비슷한 모습이다. 때문에<스타>의 재미에 익숙한 게이머에게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재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워크래프트를 통해 익숙해져 가고 있으니 단점이 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필드 중앙에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게임오버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커다란 단점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닛의 상성을
이용해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키는 맛이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상군만으로 이루어진 유닛이 더해졌으니 전술전략의 재미가 빠져 버려 앙꼬 없는
찐빵의 모습이다.
대부분 이런 소규모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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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대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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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간의 특성은 살렸지만 밸런스를 맞추는 대는 실패했다.
종족별로 게임을 진행하는 RTS다 보니 종족간의 밸런스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 터무니없이 강한 종족도 약한 종족도 없이 힘을
배분해야 제대로 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밸런스는 단순히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종족간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때문에<스타>도 여러 번에 걸쳐 종족들의 강약을 조절하는 패치가 나왔었다.<화랑의
혼>도 지금까지의 RTS처럼 나라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나라마다 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스피드로 승부하는 백제,
느리지만 자기회복과 힘으로 승부하는 고구려, 치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닛조합에 신경 써야 하는 신라가 그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화랑의
혼>은 종족 간에 뚜렷한 색깔을 지니는 것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힘의 균형이란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나라간의 특성이 게임의
형평성을 해치는 독이 되어 버렸다. 특히 고구려는 유닛들이 정지해 있으면 체력이 회복된다는 설정덕분에 일당백의 능력을 보여준다. 공격력 또한
3국 중 최강이기 때문에 붙었다 하면 승리로 이어진다. 이런 형평성의 붕괴는 유닛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적이 없다는 것도
이유다.<화랑의 혼>에서는 저글링은 파이어 뱃으로 마린은 러커로 처리한다는 개념이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시스템은 많은 유닛을 생산할 수
없는<화랑의 혼>에서 게임의 승패가 오직 물량전으로 결정되어 버리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는다. 오직 땅으로 기어 다니는 유닛들이라는 설정
때문에 제대로 된 천적은 만들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오직 물량전으로 이어지는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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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깡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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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싱글 플레이의 맛
RTS의 재미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진행하는 싱글 플레이와 다른 게이머와 대전을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가
그것이다. 이중 싱글 플레이는 플레이하는 맛도 맛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게임을 연습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게다가 멀티
플레이에서는 다룰 수 없는 적절한 이벤트를 삽입해 재미를 더할 수도 있어 싱글 플레이는 RTS에서 분명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물론,<화랑의 혼>도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싱글플레이를 지원한다. 그러나<화랑의 혼>의 싱글은 연습과 이벤트라는 두 가지 요소를 무시해
버렸다. 삼국시대에 맞는 적절한 시나리오와 이벤트를 포기하고 무조건 몰살 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각 나라간 유닛의 특성이나
전술을 알려줄만 한 이벤트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싱글은 명목상 만들어 놓은 메뉴라는 느낌이다. 불과 4~5스테이지에 불과한 짧은
미션을 제공하는 것도 이런 느낌을 강하게 한다. 싱글 플레이가<화랑의 혼>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빈약한 싱글은 더욱
아쉬워진다. 이는<화랑의 혼>위자드넷이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호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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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수송 이벤트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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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위자드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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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컨트롤 애매 모호한 인공지능
컨트롤 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불편한 점은 없다.<스타>를 통해 이미 익숙해진 컨트롤을 답습하고 있어서다. 컨트롤을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하면 같은 종류의 유닛이 잡히거나 컨트롤과 숫자 키의 조합으로 부대를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할 정도의 느린 움직임은 아쉬운
대목이다. 마우스로 많은 유닛을 잡아 이동시키면 그 중 가장 느린 유닛의 속도에 맞춰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함께 클릭한 유닛 중에
상노(가장 느린 유닛)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전체가 한심할 정도로 움직인다. 그래서 유닛의 속도에 맞춰 부대지정을 해놓아야 하는데 불리한
싸움에서 도망이라도 칠 새라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유닛들 때문에 짜증이 샘솟기도 한다.<화랑의 혼>의 인공지능은 한마디로 본능과 명령의
처절한 싸움이다. 일정 범위내로 적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싸움을 치루는 본능과 퇴각하라는 명령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압권이다. 적정한
시기에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려도 일단 한번 붙어보고 뒤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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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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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화면과 영화음악을 연상시키는 BGM.
그래픽은 배틀렐름 엔진을 사용해서인지 정갈한 화면을 보여주며, 영웅들의 특수기술 또한 Direct X 기반의 특수효과를 사용해서 괜찮은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텍스쳐와 쉐이딩 효과가 부족한 탓에 캐릭터들이 울퉁불퉁한 괴물처럼 보인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많은 유닛이
활개를 치는 RTS의 특성상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화면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눈에 거슬리는 대목일 것이다.
영화음악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BGM은 캐릭터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플레이어의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스테레오로 점철된 음향효과는
아쉬운 대목이다. 게임에 현장감이나 입체감을 더해주는 A3D나 EAX등의 효과를<화랑의 혼>에서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깔끔해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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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하면 괴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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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의 혼>의 전체적인 느낌은 급조된 게임이란 것이다. 이는 빈약한 게임 환경과 문제 있는 전투 시스템 덕분으로 결국<화랑의 혼>은
RTS를 한국적인 모습으로 변화 시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플레이할 당위성을 찾는 것에서는 실패했다는 느낌이다.<화랑의 혼>만의 독특한 재미도
없을뿐더러 게임성 역시 종례의 게임보다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미 성공한 게임의 뒤를 밟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재미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 역시 참신하고 뛰어나다는 느낌을 줘야 유저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어 더하다.<스타>이후에 많은 국산 RTS게임이 출시되었다. 화려한
거죽을 둘러쓰고 참신한 요소를 겸비해서 말이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게임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새롭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들을 더했지만 재미와는 동떨어진 쓰기 어려운 도구들인 경우가 많았다. 추가된 요소들을 익숙하게 사용할 때 까지 플레이어를
잡아 놓는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새로운 게임의 성공은 게임과 유저와의 시간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RTS는 익숙한 시스템을
능숙하게 사용해야 제대로 된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도구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비슷한
게임성이라면 손에 익은 것을 버리고 서투른 것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새로 출시된 게임들은 이미 익숙해진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게임성이 동일하거나 전만 못하면 버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 새로워진 시스템에 익숙해질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유명한 운동선수가 굳이 최신 장비들을 마다하고 손에 익은 장비를 쓰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것이 아직<스타>가
살아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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