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이크의 경쟁작
FPS(First Person Shooter)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간간히 들을 수 있는 FPS(First Person Shooter)라는 단어. 아마도 게이머들은 이제 이 단어에 대해
예전같은 괴리감은 들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 FPS의 창시자라면 너무나도 유명한 idsoftware이다.
그들이 만든 게임인 '울펜스타인', '둠'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퀘이크'시리즈가 있다. 하지만, FPS 장르가 뜨면서 이제 FPS 개발에
참여하는 개발사가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퀘이크'시리즈이 엔진을 빌리거나 개조하여 만든 것이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에픽 메가게임즈(Epic MegaGames)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바로 엔진의 자체개발이 그것이다. 사실 그동안 이 회사는 정글 소녀
질이나 재즈 잭 레빗 등 쉽고 재미있는 게임에 주력하던 회사였다. 그러나 그들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였다. 묵묵히 엔진 개발에 전념하던
개발사는 예정보다 1년 6개월이나 늦게 게임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시기의 미룸을 보상할 만한 충격을 게이머들에게 안겨 준다.
미국 및 유럽의 인기 순위에서 상위랭킹을 차지하게 되었고, 게임의 성공과 함께 게임의 엔진을 이용하려는 개발사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퀘이크' 시리즈와 함께 거론되는 이 게임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언리얼'이다.
능가하는 그래픽과 현실감 있는 사운드
FP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픽. '언리얼'의 그래픽은 그의 숙적 '퀘이크2'의 그래픽을 능가한다. '퀘이크2'가 3D 가속카드의
장점을 적절하게 살린 그래픽인 반면 '언리얼'은
제목 그대로
'비현실적인' 세계에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3D 그래픽을 보여준다. 둘의 차이가 확연한 곳은 바로 투명한 수면이나 광원효과인데, '퀘이크2'는 다소 불투명한 수면과 평범한
광원효과를 보이는데 반해 '언리얼'의 그래픽은 물속 바닥까지 선명하게 비치는 투명한 수면과 불빛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는 뛰어난
광원효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효과는 게임을 해보면 좀더 사실적으로 느낄 수가 있는데, 구름이 낀 듯하면서도 신비스런 하늘과, 약간은
어두침침하고 환상적인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주위배경, 마지막으로 그런 배경에 잘 어울리는 몸색깔(?)을 나타내는 몬스터. 이런 것들 때문에
'언리얼'의 그래픽이 당시 나온 FPS 중 최고의 그래픽이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듣는 재미는 어떤가?
'언리얼'은 CD수준의 음향효과와 하드웨어 3D 사운드의 지원 등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를 자랑한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적들의 울음소리는
기괴함을 넘어 순간 긴장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적 연출!!
이러한
사운드와 그래픽을 이용한 연출효과는 '퀘이크2'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레벨인 보텍스 라이커스호를 빠져나가는 부분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주변에서 들리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 여기저기 찢겨진 시체들은 공포를 부채질한다. 그리고 함선 내부에서 인간을 공격하는
외계인을 발견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그리고, 어두운 길을 가고 있는데 슬며시 뒤를 보니 적이 쫓아오고 있을 때의 공포. 또한 복도를 지나는
순간 길이 막히고 멀리서부터 전등이 하나씩 꺼지면서 게이머를 완전한 어둠 속에 몰아넣고, 급격한 음악의 변화와 함께 등장하는 몬스터. 이러한
연출효과들이 게임 곳곳에 등장한다.
뛰어난 인공지능!
솔직히 '언리얼'에서는 적들이 마구잡이로 몰려오진 않는다. 마치 특공대처럼 몇몇이 돌아다니지만, 그런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게이머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런 이유는 바로 그들의 인공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인데, '언리얼'의 인공지능은 '퀘이크1'의
리퍼봇(Reaper Bot)으로 유명한 스티븐 포지(Steven Porge)가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덕분에 게이머들은
적들의 출현에 항상 긴장을 해야한다.
넘어야 할 산...
사실 '언리얼'에 전혀 문제가 없지는 않다. 지금은 패치로 많이 해결되었지만, 초기에는 3DFX의 글라이드는 잘 지원했지만, D3D와
Open GL의 지원미미하였다. 또한 멀티플레이는 상당한 불만을 유발한다. FPS장르의 처녀작이었기 때문에 제작진들에게는 멀티플레이에 대한
경험과 기술적 지식부족이라는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무기밸런싱과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멀티플레이 엔진 자체의 문제와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퀘이크2'의 그것을 넘보지 못할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박진감이 부족하다. 싸우고
적을 죽이면 너무나 살포시 쓰러지는 것같은 김빠지는 액션, 그리고 후반부에 갈수록 진부해지는 레벨 디자인은 '언리얼'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보다 엄청난 고사양. 제작사가 제시한 사양은 펜티엄 166의 램 16이었지만, 그 사양에서는 거의 돌리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점이 어쩌면 3D카드의 보급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을지도..
비운의 명작?
'언리얼'이
나왔을 당시 '퀘이크 킬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래픽과
사운드에서 퀘이크를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단점 때문에 '언리얼'이 단지 그래픽만 좋은 게임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출시 당시 '하프라이프'와 '퀘이크2'의 틈바구니에서 싱글의 재미는 '하프라이프'에,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멀티플레이의 재미는 '퀘이크2'에 밀려 우리 나라에서 유독 빛을 못 본 게임이 되기도 했던 '언리얼'. 그러나, 많은 게이머들은 아직도
'언리얼'을 잊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언리얼'의 후계자들이 '퀘이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