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게임으로 옮기는데는 성공했지만...

영화원작 게임의 한계
원소스 멀티유즈. 한 소재를 여러가지로 활용하는 이 방법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영화가 나오면 그것이 만화로도 만들어지고, 다시 게임이 되고, OST가 나온다. 이런 원소스 멀티유즈가 널리 이용되는 이유는 냉정하게 말하면 일단 하나가 뜨면 그걸 계속 우려먹을 경우 적어도 망하지는 않기 때문이고, 좋게 말하면 하나의 소재를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로 즐기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하나의 소재를 활용함에 있어서 새롭게 재창조 되기보다는 그냥 약간의 흐름을 따라 간 채 원작의 이름만을 팔아먹는 모습이 너무나도 많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게임 '대부'는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대부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사실 영화가 나온지 꽤나 오래됐고,(심지어 출연배우인 말론 브란도는 늙어 죽었다!)90년대 초에 이를 소재로 한 도스용 어드벤처 게임이 만들어진 적도 있지만 그 외에는 대부를 소재로 한 이렇다 할 창작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식상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반가운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게임업계에는 징크스가 있으니, 바로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은 망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영화를 즐기는 '관객'은 그냥 영화를 보기를 원하지 봤던 영화를(눈으로 그냥 편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힘들게 손가락을 움직여 가며 영화에 나왔던 그대로를 '복습'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크게 인기를 얻은 영화의 경우에는 관련된 모든 상품을 수집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어서 그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망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소재 게임은 곤욕을 면하지 못했다. 이 게임의 경우에도 그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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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론 브란도의 생전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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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는 협박이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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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진행
게임의 진행은 가게를 협박해서 보호비를 뜯어내고, 경쟁 패밀리의 보호 아래있는 가게를 폭파하고, 목표물을 암살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보호비를 뜯어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부분이다. 마치 김두한이 하야시의 나와바리(구역)를 먹어치우듯, 상대 조직의 세력권에 있는 가게를 협박하게 되는데 성공하면 보호비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하게 위협한 뒤 돈을 내라고 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만, 너무 심하게 협박을 하면 가게주인은 격분해서 플레이어를 공격하기도 한다. 또한 경쟁 패밀리와 세력다툼을 하기도 하고, 경쟁세력이 자기 패밀리의 가게를 폭파시켜 버리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협박과 폭력, 가끔은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이 게임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체적인 시스템 위에서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이 메인 스토리는 말 그대로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물론 영화에는 존재하지 않는 게임 주인공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영화의 스토리가 살짝 바뀐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영화 그대로다. 그래서 영화를 본 게이머라면 다음 스토리가 그다지 궁금하거나 흥미롭게 생각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미션 도중에는 마치 잠입액션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는데 그래서 인지 암살이라는 영화에는 없는 부가임무가 주어진다. 이 암살 미션에서는 갖가지 방식으로 목표물을 제거하게 되는데 크게 눈에 들어올 만한 멋진 장면은 없지만 가끔 창밖으로 적을 집어 던져 버리는 것 같은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장면이 연출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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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속으로 고고!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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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뉴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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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피아는 총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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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총싸움이 시작된다

아류작의 가능성
사실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 '대부'가 넘어야 할 진짜 고비는 영화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아니라, 바로 GTA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폭력적인 게임 GTA에서 많은 것을 차용해 온 듯한 게임 시스템은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익숙해서 좋기는 하지만, 식상함을 느끼게 한다. FPS같은 화면에서 총을 쏘고, 차량에 탑승해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다시 총을 쏘고 하는 것은 이 장르의 특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 하나의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두 게임이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먼저 그래픽 문제를 짚어보자. 사실 대부의 그래픽은 얼굴 표정까지 표현해주는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게임과 비교하면 별로 뛰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미 몇 년 전에 나온 GTA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그래픽을 두고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굳이 비교하자면, 2년전 발매되었던 '마피아'와 비슷한 수준의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겠다)사실 방대한 지역을 표현하는 동시에 얼굴표정까지 표현하는 것은 물론 꽤 어려운 기술이다. 그와 동시에 별다른 로딩없이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는, 그리고 동시에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부분이다. 지금 말하는 것은, 이 게임이 방대한 지역의 표현과 로딩을 없게 하기 위해 그래픽의 품질을 약간 희생했다는 것이다. 적은 폴리곤에 저해상도 텍스쳐로 표현된 그래픽을 단지 안티앨리어싱으로 화면을 뭉개서 뛰어난 그래픽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뛰어난 그래픽 카드에만 의존한, 말하자면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명품 바이올린으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연주하고 있는 꼴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물론 그래픽이 아주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XBOX 360으로 고해상도 게임을 하거나, PC용 'GTA : 샌 앤드레이스' 같은 게임을 하다가 이걸 하면 마치 눈을 버린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차량의 경우 텍스쳐를 입히지 않은 그냥 맨 폴리곤으로 되어있다. 게다가 종류도 몇 종류되지 않는다. 타 게임이 수많은 차량과 여러가지 탈 것이 나오는 것에 비해서 이 게임에서는 다섯가지 정도되는 차량밖에는 없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왠지 성의가 좀 부족한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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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차량. 텍스쳐도 안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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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까지 표현은 된다. 그러나 훌륭한
수준도 아니고, 그걸 대단하다고 할 시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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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다듬어져야 할 듯
이 게임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배경음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에 쓰였던 애잔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게임을 하다보면 잠시나마 장엄한 느낌 속에서 총질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건 영화음악이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이 게임의 음악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고 해도 분위기와 관계없이 이 음악 나왔다 저 음악 나왔다 하니 그 값어치가 떨어질 수밖에... 정말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조작성 부분은 꽤나 실망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총알이 날아드는 총격전에서 '조준'하는 버튼을 눌렀을 때 적이 아니라 민간인을 우선적으로 겨냥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정말 넌센스다. 그리고 '자유조준모드' 라고 해서 자동조준 없이 마치 FPS 게임을 하듯 자유롭게 총을 쏠 수 있는 모드도 있기는 하지만 부실한 조작방식과 적절하지 못한 화면전환때문에 존 카맥(DOOM의 제작자)이 와도 '조준모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동조준 후 사격, 자동조준 후 사격, 이것이 반복되는 전투는 난이도를 크게 낮추는데는 기여를 했지만 전투에서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데도 약간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맨손으로 적의 멱살을 잡고 난투극을 벌일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멱살을 잡는 커맨드는 오로지 가게주인을 협박할 때만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난 한놈만 팬다'고 덤비는 것은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공격방식이 있긴 하지만 총으로 그냥 쏘는게 제일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은 별로 쓰이지 않는다.
전체적인 스케일이 타 게임에 비해 작다는 것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건물도 크고 지역도 넓지만 그것은 그냥 한번 눈으로 보고 지나가면 끝인, 그야말로 배경그림일 뿐이다. 24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최종목표인 '뉴욕의 돈'이 될 수 있고, 아마 게임을 모두 클리어 해본 사람이 다시 클리어하려고 마음 먹으면 12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부가적인 미션인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필름 모으기' 나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비밀장소 탐험하기', '은행 털기' 같은 것을 해결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가적이고, 별 재미도 없이 사람의 완성욕을 자극하려는 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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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을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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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시작은 이런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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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진행은 스토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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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털 수 있다

나름의 재미
그렇지만 이 게임이 완전히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픽은 보통이지만 멋진 건물이나 풍경이 꽤 많고, 분위기를 잘못 맞추기는 하지만 애잔하게 흐르는 음악은 상당한 수준이다. 조작성 역시 엉성한 부분이 곳곳에 보이지만, 난이도를 낮추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피아의 보스가 되어 뉴욕을 경영해보고 싶다는 영화 대부 팬들이라면 한번쯤 가져봤을 소망을 이뤄준다는 것이다. 비슷한 게임들이 단순히 총싸움에만 집중하는 것에 비해서 조직끼리의 결투 같은 곳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이것을 더욱 강조해주며, 새롭다는 느낌도 준다. 쉬운 난이도로 1인칭 액션 게임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아마 영화의 팬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게이머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이 게임의 장점 중에 하나다. 머리 길이, 눈 크기, 코의 길이, 턱선 등 수많은 항목을 변경해서 백인이든, 흑인이든, 황인이든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옷을 사게 되면 복장 역시 변경할 수 있게 되는데 특이한 복장은 없지만 당시 입었을 만한 다양한 복장을 선택할 수 있으며 색깔이나 무늬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정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딱 맞는다. 마지막으로 충실한 한글화와 동영상으로 되어있는 게임 조작설명은 초보자라도 게임 진행에 곤란을 겪지 않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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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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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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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도 갈아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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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차려 입었다

가능성을 남긴채
분량이 많은 게임이 반드시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 반드시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게임은 무엇일까? 정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게임은 어떤가? 적어도 굉장한 잡식성인 필자에게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한층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좀 더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 게임이 다음번에 나타날 때는 훌륭한 모습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대부 영화도 3편까지 있지 않은가. 게임도 3편까지 나올지도 모른다)물론 FPS게임을 능가하는 조작성과, 64비트 CPU와 최신 그래픽카드가 간신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그래픽이 재미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은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확실한 약점을 보여주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영화를 보듯 게임을 즐기고, 기억에 남는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으며, 쉬운 난이도로 뉴욕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보고 싶다면 이 게임은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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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액션 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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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다리위로 질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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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추격을 뿌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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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로 영화장면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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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의 삶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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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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