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 중에는 괜찮은 편에 속한다
영화의 공식 게임
이 게임은 "피터 잭슨의 킹콩 : 영화의 공식 게임" 이라는 긴 제목을 가졌다.(원제는 "Peter Jackson`s King Kong,
the Official Game of the Movie"이다)우리나라에는 이것을 간단히 줄여서 "피터 잭슨의 킹콩"이라는 제목으로
출시했는데, 제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영화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게임이다. 이렇게 영화의 후광을 업은 게임들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편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런 게임들이 대부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그동안의 경험을 이유로 게임을 폄하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려고 애를 썼다.(물론
이런 장황한 서두를 쓰는 것은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편견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피터 잭슨의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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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식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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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소개
게임은 영화와 비슷하게 진행이 된다. 영화 서두의 몇몇 장면이 나오면서 이들이 해골섬으로 떠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 뒤에 해골섬에
상륙하는 장면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Jack의 시점에서 게임이 진행되지만, 중간을 넘어서면 킹콩의 시점에서 게임이 진행되는 챕터도
있다. Jack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1인칭 게임으로 진행이 된다. 주로 하는 일은 총쏘기 또는 창던지기지만 불지르기나 문열기 같은
일도 하게 되고, 간혹가다 외나무 다리 건너기나 도망가기 같은 액션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영화의 줄거리와 비슷하게 해골섬에서 앤을 찾아 가는
과정이 Jack의 시점으로 플레이하는 중심 요소이다. 게임이 중반을 넘어서면 킹콩으로 플레이하는 챕터가 있는데, 킹콩은 3인칭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 킹콩은 주로 앤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악당(V –REX나 익룡 등)들과 싸우는 것이 주요 임무다.

영화와 비슷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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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섬에 상륙한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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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일 때는 1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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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일 때는 3인칭이다
게임의 전개는 영화와 약간의 디테일이 다를 뿐, 거의 비슷하다. 영화를 본 게이머라면, 영화속의 액션을 게임으로 플레이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임에는 액션과 퍼즐이 섞여 있는데, 물론 액션이 훨씬 강하다. 퍼즐은 주로 길찾기 퍼즐이다. 막힌 곳이 있을 때,
불을 질러 길을 열거나, 문고리를 찾아서 문을 여는 것이 주된 퍼즐의 내용인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가끔씩 어려운 곳도 있어서
너무 방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심플한 편이다. Jack으로 플레이할 때는 키보드로 이동을, 마우스로 시점변환을 하면서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 공격을 하게
되어 있다. 아주 익숙한 패턴이 아닐 수 없다. 킹콩의 경우에는 3인칭이기 때문에 시점변환이 없어서 마우스 버튼 연타로 공격을 하고, 이동은
키보드로 하게 된다. 디폴트로 wasd와 Space Bar 스타일의 이동을 제공하는데, 액션이나 어드벤처를 즐겼던 게이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패턴일 것이다. 시나리오 전개에 따라, 필요할 때 쏘고, 뛰고, 때리고 아이템을 얻으면 된다.

퍼즐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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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문을 여는 정도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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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큰 특징은 없다. 영화도 시나리오 자체는 단순하지 않은가? 다만, 장면 장면의 디테일이 살아 있고 볼거리가
풍성하기에 인기를 얻었는데 게임도 마찬가지다.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기대하지는 말자. 솔직히 액션게임에서 정교한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니까, "시나리오는 그다지 훌륭하진 않지만, 액션게임에서는 이 정도면 무난하다" 정도로 정리해 두고자 한다. 대신 인물들의
대사가 중간중간 성우의 목소리로 삽입돼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이 정도로 연출과 줄거리 전개에 신경을 많이 쓴 액션 게임도
별로 없으니까, 빈약한 시나리오 구성에 대해서는 딴지를 걸지 않도록 한다.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영화와 매우 비슷하게 전개된다.(단, 특정조건을 만족하면 영화와 달리 해피 엔딩을 볼 수 있다)주인공 캐릭터의 생김새도
영화와 비슷하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게임상의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 배우들과 닮았는데, 앤 대로우 역의 나오미 와츠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이유는 모르겠다. 시나리오 상 아쉬운 점은 게임 자체의 독창적인 설정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엔터 더 매트릭스"도 그다지 훌륭한
시나리오의 전개는 아니었지만,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을 게임으로 전개해서 빛이 났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킹콩에서는
영화와 보완되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판박이다.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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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완전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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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유명한 장면
비주얼
믿거나 말거나, 피터 잭슨이 이 게임의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필자는 안 믿는 쪽이다. 홍보성 발표일 확률이 높은 편이니… 감독은 영화
찍기에도 바쁘지 않았을까?)그래서인지, 게임의 비주얼은 영화와 무척이나 유사한 느낌을 준다.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는 높은 편이다. 킹콩이나
공룡들이 포효할 때의 표현이나 기괴한 해골섬의 분위기는 잘 표현이 되었다. 나름대로의 포스를 발산하는 킹콩의 모습도 멋지다. 하지만,
전반적인 톤이 너무 어두운 데다가, 배경의 색조가 단조로운 편이라 게임을 진행하는 데 조금 문제가 있다. 특히 길을 찾을 때는 약간 짜증이
날 때도 있을 정도다.
일단, 게임의 그래픽은 해골섬과 킹콩, 그리고 몬스터들의 표현이 잘 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이런 점은 게임 제작자들
보다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고, 게임의 제작진들은 이런 훌륭한 그래픽 소스들을 게임의 한 요소로 녹여 낼 때에 몇가지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그래픽은 멋진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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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공룡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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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있는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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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어둡다
짜증나는 점도 있다
우선 길찾기가 무지 어렵다. 길을 어렵게 만들어서가 아니고, 길과 길이 아닌 곳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게 그래픽 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킹콩의 시점으로 플레이할 때, 조작감이 좋지 않다. 3인칭 시점에다 카메라의 각도에 특별한 원칙이 없으므로 정확한 조작 원칙을
세우긴 어렵다고 보지만, 캡콤의 귀무자나 바이오 하자드 같은 게임도 3인칭인데 조작이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킹콩의
움직임은 확실히 어색하다. 3인칭 시점에서의 조작감은 아쉬운 부분이다.
액션
액션의 시스템은 평이하지만, 몰입도가 있다.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나름대로 잘 만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쏘고, 때리고, 던지고, 피하고,
이동하고, 점프하고.. 액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로 되어 있다. '목감아 던지기(닌자 가이덴)' 라든가 '옷갈아 입기(히트맨)' 같은
독창적인 요소는 별로 없긴 하지만, 즐길만한 액션이다.
킹콩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액션을 보여 주는데, Jack 의 입장에서는 총쏘기, 창던지기, 도망가기(상당히 많이 나오고 중요하다), 불지르기가
있고, 킹콩의 입장에서는 때리기, 던지기, 점프하기, 벽타기 등의 요소가 있다. 액션은 확실히 킹콩 쪽이 더 좋은데, 기본 액션 이외에
포효하기나, 마지막 적을 죽일 때 사용하는 입찢기(영화 보신 분은 알 것이다), 날개 찢기, 허리꺾기 등은 특히 인상적이다.

Jack일 때는 FPS 게임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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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일 때는 액션 게임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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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투성이의 게임
킹콩은 버그가 많은 게임이다. 특정 장면에서 게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은 자주 볼 수 있다. 필자는 처음에는 PC의 사양이 문제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버그다. 초당 5프레임도 안 나올 정도여서, 게임 진행에 상당히 무리가 있다. 중간 중간 게임이 현저히 느려질
때는 제작사 욕을 하면서 감각으로 플레이하자.
또한, 특정 장면에서는 게임 진행이 더 이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킹콩이 앤을 아래에 두고 그냥 올라가 버리면 다시 내려올 길도
없고, 위에서 게임 진행을 못하고 하염없이 세월을 죽여야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래픽 해상도를 완전하게 지원하지 않아서, 그래픽 해상도
설정을 바꾸면 화면이 한 쪽으로 쏠리는 버그도 발견되며, 일부 장면 전환하는 곳에서 화면이 완전히 하얗게 되면서 소리만 들리고 게임이 전혀
진행이 안되는 버그도 있다. 물론 버그가 없는 게임은 없지만 이 게임은 버그가 좀 많은 편이다. 특히 킹콩의 버그는 게임의 진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버그가 많으므로 패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운이 좋다면 버그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전체적으로
일단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에게는 권해 보고 싶다. 영화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 중에는 괜찮은 편에 속한다.(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경우
게임이 영화의 명성을 못 따라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리고 일반적인 액션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 없으며, 주말 정도에 날 잡고 하면 엔딩까지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도 적당하다. 만약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킹콩의 멋진 액션에 감탄하면서 플레이해보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고달픈 킹콩의
인생(인생이라고 해도 되나?)에 공감하면서 게임을 한번 더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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