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주변기기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마흔이 넘어서 무슨 게임이냐, 주위의 구박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게임 패드를 잡고 적이 쏘는 포탄을 피하기 위해 열중하던 케이씨엔피의 오성택 사장은 이어폰을 귀에서 빼며 머쓱한 듯 이렇게 말했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조금 전에 즐기던 게임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오사장은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 친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금세 씁쓸한 미소를 보여줬다.
"처음엔 금성(현 LG)에 입사해서, 프린터 관련 개발을 맡았습니다. 몇 년 간 계속 기기 개발 쪽 일을 했는데, 어떻게 해도 게임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천성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개발 쪽이 적성에 맞는데, 게임에 관련된 뭔가를 만드는 건 더 즐거울 것 같았단다. 그래서 결국에는 게임쪽 분야로 전향을 하게 되고 부업으로 게임 가게를 인수한 것도 이 무렵이란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가끔 '아~ 게임할 때 이런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혹 그걸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면 일단 만들고 보는 거죠 뭐." 그런 오사장이 웃으며 내 놓은 것은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액자와 쿠션. 게임 일러스트가 담긴 평범한 액자를 왜 가져왔을까 궁금해하는 찰나, 액자에서는 3D 스테레오 사운드가 퍼져나오기 시작했고 쿠션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릴 때 집에 게임 브로마이드를 멋지게 방안에 장식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었어요. 이 액자는 그 때의 느낌을 살려 만든 거고, 쿠션은 음악에 따라 진동이 틀려지는데 좀 더 실감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 만든 겁니다"
쿠션을 품에 안고 게임기 패드를 잡는 오사장의 모습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오사장이 말하는 게임 생활이란 쾌적하고 게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생활이란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홈씨어터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게임을 하려면 최대한 재밌게 해야죠. 게임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문화입니다. 홈씨어터에 대한 기술은 전혀 모르는데 또 만들고는 싶고, 그래서 일본 '올림푸스' 사에 무작정 찾아가 빌었던 적도 있습니다." 멋들어진 화면을 연출하기 위해 프로젝터에 대해 연구하고, 지금은 좀 더 멋진 게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공부하고 있다는 오사장. 그런 오사장이 남기는 한마디 여운이 묘하게 남았다. "둘 째 놈과 셋 째 놈 때문에 걱정입니다. 공부는 조~금 하고, 게임은 많이 하려고 야단이거든요. 그래도 퇴근하고 집에 가서 이 녀석들과 게임하는 게 가장 즐거운 것 같습니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