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게임의 모바일화를 환영한다'
지난달 신문에서는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와 미국 게임업체인 아타리와의 '시드마이어의 문명'의 모바일 버전에 대한 독점 계약 체결이 보도되었다. 게임빌도 프랑스 게임업체인 유비소프트의 모바일게임 자회사인 게임로프트와 계약을 맺고 '스프린터셀: 판도라 투모로우'를 수입하여 서비스 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중견 모바일 게임업체 대표는 점차적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해외 대형 게임 개발사에게 내주는 것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과연 그럴까?

시드마이어의 문명
|

스프린터 셀 : 판도라 투모로우
---|---
우선 지금까지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자.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유명 아케이드
게임(오락실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의 라이센스를 가져와 모바일 버전으로 이식한 게임들(겔러그, 보글보글 등)이 다운로드 순위 상위의
게임들이었다.

추억의 슈팅게임, 갤러그
|

명작, 버블보블
|

의외의 인기작, 문패트롤
---|---|---
그당시의 라이센스 게임들은 이용자에게 친숙한 게임들을 아케이드 버전과 동일하게 이식하여 서비스를 했으며, 휴대폰 성능 문제로 구동 환경이
느리고 게임을 즐기기에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용자들은 열심히 다운로드 받아주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이렇듯 친숙한 게임들을 통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시기였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해외 게임업체에게 상당한 라이센스료를 지불하는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때 이미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해외 게임 개발사에게 내준
것이 아닐까? 혹자는 이번 '문명'이나 '스프린터 셀'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아타리사나 유비소프트사가 직접 한국 환경에 맞게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유통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국내 개발사가 개발을
하고, 국내 개발사가 유통을 한다. 다만 게임이 해외 게임인 것이다. 앞서 말한 라이센스 방식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우려와는 달리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해외 게임 개발사에게 내주는 일은 없었다. 라이센스 게임들이 점유하고 있던 시장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가장 큰 수익처인 SK텔레콤에서 "라이센스 게임은 이제 그만! 창작게임을 원한다!" 라고 (은밀하게) 공표하니 시장 판도는 그렇게
변해갔다. 다양한 창작게임들이 나타나 혼조 양상을 보이더니 소위 대박난 타이쿤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뒤이어 너도나도 타이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간간히 라이센스 게임들이 출시되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창작게임의 대명사 '놈'
|

초대박 타이쿤의 시대를 연 '붕어빵 타이쿤 2'
|

마케팅의 승리 '짜요짜요 타이쿤'
---|---|---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해외 게임 개발사들이 라이센스를 통하여 한국시장을 테스트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시장성이 있어보이면
직접 들어와서 개발 및 유통을 해 나가지 않겠느냐'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맞딱드리게 될
일일 뿐이다. 사실 미국의 엠포마 그룹이 국내 모바일게임사를 인수하였고, 일본의 모바일 컨텐츠 전문업체인 포사이드 닷컴이 국내 모바일
컨텐츠업체인 아이코나 엠크레스를 인수하는 등 해외 게임개발사들이 한국 모바일 게임개발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한국 진출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올해 초반까지 이러한 배경을 등에 업고 성장해왔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는 지금은 성장세가
둔화되며 침체기를 맞게 되었다. 한동안 개발비가 수 억씩 들었다는 대작게임이 줄을 지어 출시되었으나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제작비가
적게들고 다소 단순한 방식의 캐주얼 게임의 출시가 대세가 되어버렸다. 그런 와중에 그래픽이나 게임 구성을 조금씩 달리하며 해외 유명 게임을
표절하여 서비스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르게 된다.

개발비 2억의 '이카리아 Ep2'
|

원버튼 캐주얼 게임, '물가에 돌 튕기기'
|

표절로 말이 많았던 '미니게임 100'
---|---|---
이러한 시장 침체기에 벌어둔 돈이 좀 있는 모바일 게임개발사라면 사업 다각화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 중 하나가
해외 대작 타이틀의 퍼블리싱인 것이다. 침체기에 접어든 모바일 게임 업계에 유명한 대작 타이틀의 이식으로 다시 한 번 붐업을 꾀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 예전의 라이센스 게임이 그랬듯이 시장 파이를 다시 한 번 키워주지는 않을까? 지난달 윈디소프트에서 일본 라이센스 게임인
'스트라이커즈 1945 II'와 '건버드'를 일본 KDDI를 통하여 서비스하는 역수출이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문명'이나 '스프린터 셀'이
다시 전세계로 역수출 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물론 이것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도 해외 유명 대작의 모바일화는 반가운 일이다. 천편 일률적인 타이쿤이 판치는 시장, 매번 모방이나 해서 게임을 하면서도
왠지 어디선가 본듯한 찝찝함을 남기는 게임들이 넘쳐나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주길 바랄 뿐이다. 필자 : 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