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유저들의 하루하루

"우린 이제 뭐 해야 되나요?!"
호드의 영웅, 쓰랄 형님의 머리에는 요즘 들어 부쩍 흰 머리가 많아졌다. 호드의 긍지를 위협하고 있는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러 갈 생각은 않고 오그리마에서 점프 놀이만 하고 있는 만렙 백수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걔 중에는 자리 비움인 것처럼 위장한 채 길드 대화나 귓속말로 하루 종일 노가리만 까고 있는 지능범들도 많아서 더더욱 골치가 아프다. 어떻게 하면 만렙 실업률을 좀 낮춰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쓰랄 형님은 머리를 싸맨 채 고민에 빠져들지만 사실 현재로선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즐거운 점프 놀이~


"레이드요? 오늘은 안 가는 날인데…"
"에이~ 저라고 좋아서 맨날 여기서 점프 놀이만 하고 있겠어요? 마땅히 할 일이 없으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죠. 인던 안 가냐구요? 어이쿠~ 인던은 졸업한지 한참 됐어요. 이젠 가도 먹을 아이템이 없는 걸요. 아 레이드요? 오늘은 안 가는 날인데… 어제 갔다왔거든요"

"전장이요? 어차피 대장군 달지도 못 할 거…"
"전장이요? 예전에는 많이 갔었어요. 레이드 없는 날에는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맨날 전장 가서 얼라 애들 썰면서 놀았었죠. 근데 맨날 하던데만 계속 하니까 더 이상은 지겨워서 못 하겠더라구요. 그냥 계속 뛰어서 대장군이나 한 번 달아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시스템이 좀 삐리리해서 폐인 짓 하지 않는 이상에는 대장군 달기 힘들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젠 전장도 잘 안 해요. 어차피 대장군 달지도 못 할 거 재미도 없는데 뭐 하러 해요. 귀찮기만 하지"

"앵벌은 해봤자…"
"그럼 앵벌이라도 가라구요? 허허, 거 참 계속 답답한 소리만 하시네. 천골마 사고 나면 앵벌해서 돈 모아봤자 마땅히 쓸 데도 없는데 뭐 하러 해요. 귀찮게시리. 뭐라구요? 에픽 아이템 하나 먹어봐야 되지 않겠냐구요? 아이고~ 에픽 아이템 필드 드랍율이 1%도 안 되는데다가 설령 나온다 치더라도 레이드 인던에서 떨어지는 에픽 아이템에 비하면 파템 수준 밖에는 안 돼서 저한테는 쓸모도 없어요. 근데도 앵벌을 하라구요? 허허, 그냥 오그리마에서 노는 게 편해요~"

그래서 쓰랄 형님은 오늘도 열 받았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쓰랄 형님 열 받았다!!


대세는 레이드…!!
현재 와우의 대세는 레이드다. 레이드를 통해서 40명이 한데 모여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는 짜릿함과 성취감을 한껏 맛 볼 수 있는데다가 그에 따른 보상으로 최고급 성능을 뿜어내는 에픽 아이템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유저들은 레이드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의 패치 내역을 살펴보면 개발사인 블리자드 측에서도 앞으로의 방향을 레이드 쪽으로 잡고 계속해서 팍팍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5~10인용 일반 인던은 지난 3월 24일에 실시되었던 1.3.0 패치를 통해서 혈투의 전장이 업데이트된 이후 지금까지 9개월이란 기나 긴 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업데이트 되지 않았지만, 공격대용 레이드 인던은 초기부터 있었던 화산 심장부 이후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패치를 통해서 검은 날개 둥지와 줄구룹이 업데이트되어 왔기 때문이다. 1.9.0 패치에도 20명과 40명 공격대용 레이드 인던인 안퀴라즈 폐허와 사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이 사실만 보더라도 이미 블리자드 측에서도 레이드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음을 쉽게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레이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진행해야만 하는데다가 상대적으로 일반 인던에 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는 그 특성상 매일매일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는 데에 바로 문제가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레이드 팀이 한 주에 많아 봤자 3~4회 정도만 레이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레이드가 없는 날에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마땅히 할 게 없어 오그리마에서 점프 놀이나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레이드에 다니고 있다는 뜻은 대부분 이미 일반 인던에선 더 이상 먹을만한 아이템이 없는 상황이란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레이드가 아니면 더 이상 즐길만한 거리가 없는 형편인 것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이제 대세는 레이드다!!


전장은 한 때일 뿐
전장을 레이드의 대안으로 꼽기도 하지만, 기껏해야 즐길 수 있는 전장의 개수가 겨우 전쟁노래협곡, 아라시 분지, 알터랙 계곡 이렇게 3 가지뿐인 지금의 상황에선 전장도 결국에는 한 때 즐길 거리 밖에는 안 되고 있다. 더더군다나 명예 시스템 자체가 지금까지 획득한 명예 점수의 총량이 아니라 한 주 동안 획득한 명예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매주 계급이 새롭게 정해지는 상대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작정하고 전장에만 매달리지 않는 이상에는 최고 계급을 달성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대부분의 유저들로 하여금 더더욱 전장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플레이하고 있는 서버에서 호드 진영 최초로 대장군을 달성한 한 유저는, '한달 동안 하루에 밥 한끼 먹고 미친 듯이 전장만 뛰었다' 고 말할 정도로 현재의 명예 시스템은 지나칠 정도로 빡빡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 때는 재미있게 전장을 즐길지 몰라도 반복되는 플레이로 인해 전장에서 더 이상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 하게 되면 대부분의 유저들이 미련 없이 전장에서 돌아서 버리게 되는 것이다. 레이드와 전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탐나지만 최고 계급을 달성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앵벌은 아무런 의미가 없소이다!!
앵벌은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미덕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실상 와우에선 아이템의 귀속 시스템 때문에 앵벌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이템 현금 거래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채택되고 있는 아이템의 귀속 시스템은 현재 최상급 아이템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희귀, 에픽 아이템을 획득시 귀속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이 아이템들은 거래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앵벌을 통해 아무리 골드를 모아도 천골마를 사고 나면 마땅히 쓸 데가 없다. 물론 앵벌을 통해서 에픽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지만, 드랍 확률이 1%가 채 안 되는 데다가 일반 인던과 필드에서 드랍되는 에픽 아이템은 공격대용 레이드 인던에서 드랍되는 에픽 아이템에 비하면 그 질이 같은 에픽 아이템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떨어져 레이드가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의 현실에선 그다지 큰 메리트가 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앵벌은 자의든 타의든 레이드에 참여하지 못 하고 있는 유저들에게나 의미가 있을 뿐, 대세를 따라 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있어선 현재로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같은 에픽 아이템이지만 성능은 완전 다르다


"에휴~ 배부른 소리들 하지 마쇼"
"보소. 형씨들 내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자니 말이여, 아주 배가 부른 소리들을 하고 있는데 좀 행복한 줄을 아쇼. 형씨들은 레이드라도 다니고 있지. 나는 매일 같이 일에 치이고 마누라에 치이고 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레이드조차도 못 다니고 있소. 뭐시라? 그럼 앵벌이라도 하러 가야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워메~ 형씨들, 앵벌은 이미 생활이 된 지 오래여. 근데 망할 저주를 받았는지 앵벌을 시작한지가 벌써 어언 183일째건만 에픽 아이템은커녕 제대로 된 파템 하나도 구경 못 해봤지 뭐요. 이젠 아무래도 앵벌도 포기해야 될 것 같소. 이거야 원 도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이대로 오그리마에서 벽에 똥칠이나 하면서 노는 게 낫지. 에휴~ 배부른 소리들 그만 하쇼. 진짜 할 게 없는 사람들은 형씨들이 아니라 바로 나 같은 라이트 유저들이라니까"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레이드에도 쉽사리 끼지 못하는 라이트 유저들은 더더욱 할 게 없다


우리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세상에 놀고 싶어서 노는 진짜 백수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 다 나름의 사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놀고 있는 것뿐이다. 오그리마에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는 만렙 백수들에게도 이렇듯 다 나름의 사연이 있다. 오그리마에서 점프 놀이가 하고 싶어서, 아는 사람들이랑 채팅이 하고 싶어서 매달 꼬박꼬박 24750원씩을 지불해 가면서 그러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마땅히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놀고 있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안타깝게도 이러한 만렙 실업률을 낮출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 블리자드 측에서 새로운 5~10 인용 일반 인던과 에픽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퀘스트의 추가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확장팩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확장팩이 발매되기 전까진 계속 그렇게라도 놀면서 심심함을 달래고 있는 수밖에는 없는 상황 인 것이다. 결국 이래저래 제일 불쌍한 건 호드의 영웅이신 우리 쓰랄 형님이시다. 높아만 가는 만렙 실업률 때문에 우리 쓰랄 형님의 머리에는 계속해서 흰 머리가 늘어만 갈 텐데, 아이고~ 이걸 어쩌나. 형님, 내년에 블리자드가 제대로 된 만렙 실업률 감소 대책을 들고 나오면 그 때부터는 다시 정말 열심히 일할게요.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좀 참아주세요. 우리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부디 확장팩이 이들 모두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 스크린샷의 등장 인물들은 기사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 스크린샷 촬영에 협조해주신 데스윙 서버 호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