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소리없는 전쟁, PSP vs NDS(3부)

일본에서의 NDS와 PSP의 상황

현재 일본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관련 뉴스는 단연 PSP와 NDS다. 분명한 것은 수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휴대용 기종의 석권을 노리는 닌텐도와 새로운 도전자 소니의 대결구도가 단지 양사의 프라이드 문제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단 NDS는 12월 2일, PSP는 12월 12일, 10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두고 각각 일본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현재 일본 게이머들의 반응은 특별히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있는 것은 아닌 상태. 하지만 일본의 게임 잡지 주간 '패미통'에서 몇 번에 걸친 일본 게이머 앙케이트 결과를 포함해 전체적인 앙케이트 결과는 NDS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적으로, 일본 내의 분위기는 NDS쪽이 우세한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미 휴대용 게임기에서의 지존과도 같은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닌텐도인지라 그 이미지는 쉽게 지울 수 없는 듯하다.

1만5000엔이라는 부담없는 가격을 제시해 발매하는 것과 동시에 10개 이상의 다양한 게임들이 동시 발매된다는 점, 그리고 아직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자유도 높은 게임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이 게이머들 사이에 인기 비결.

반면에 PSP의 경우는 기술력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심어져 게임을 하기 위한 도구라기 보다는 PDA의 성능을 지닌 다소 핸디PC의 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되어있는 상황. PSP역시 1만9800엔이라는 예상 외의 저렴한 가격으로 세간을 한바탕 흔들어 놓았지만 닌텐도의 선점에는 다소 눌린 감이 없잖아 있다.

서로 다른 홍보 전략으로 대응한다

이미 지금은 두 기종 모두 일본에서의 발매가 머지않은 상태. 홍보면에서는 양 기종 모두 전대미문의 방법을 동원해 판매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기다.

우선 NDS는 'Touch! DS'라는 체험 행사로 전국을 순회하는 한편, 일본의 아이돌 스타 '우타다 히카루'를 통한 홍보와 '새로운 게임'을 어필할 수 있는 컨셉으로 각종 CF를 방영했다.

이것은 NDS의 컨셉 자체가 게임을 주목적으로 개발된 게임기인 만큼 연령대에 구애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광고와 전략을 펼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PSP의 경우는 각종 최첨단 그래픽 위주의 CF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직접 PSP를 벽에 설치하는 등 기기에 대한 미려함과 높은 게임 성능을 위주로 공략하고 있다.

'보고 있으면 가지고 싶다'라는 디자인적인 측면, 그리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의 다양함과 미래 지향적인 방법으로 홍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두 휴대용 게임기의 홍보에 대한 컨셉의 차이는 명확하다. NDS는 게이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제공하는 반면 PSP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첨단 성을 어필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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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 11월 21일 미국에 발매되다**

두 기기의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체 치열한 가상의 접전만 있던 상황에서 처음 실체를 드러내며 전쟁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NDS다. 먼 미국땅에 일본보다도 빠른 날짜인 지난 11월 21일에 전격 발매한 것.

이 사실은 NDS와 PSP의 전쟁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 일본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 PSP는 빨라도 내년 3월 이후에 발매될 예정이기 때문에, 최소 4개월이나 빠른 시장 선점이 가능하기 때문.

또한 미국판 NDS는 미국 정서에 맞춰 FPS 게임인 '메트로이트 프라임 체험판'이 들어있는 등 크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실제로 NDS는 미국 발매 당일부터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NDS의 게임 리뷰와 NDS 기기 자체의 소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소감의 대부분은 '수준 이상이다'라는 것. 확실히 NDS의 성능이 PSP이 구현하는 영상물에 비해 모자란 감이 있지만, 실제로 PSP가 발매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정도 그래픽이면 휴대용에서 충분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NDS가 수퍼패미컴 이후에 발매한 'N64'와 흡사한 성능을 지니고 있고 실제로 'N64'용 게임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어, 성능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게이머는 없다.

NDS와 PSP, 두 기종 모두 예약에 돌입하다

NDS는 지난 11월 2일부터 일본 내에서 하드웨어 기기의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또 지난 19일에는 PSP도 예약에 돌입했다.

닌텐도는 NDS가 일본에 연말까지 약 100만대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예정하고 있으며, 발매 당일에는 약 30만대가 출하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발매일까지는 약 5일이라는 시간이 있어 이 예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상이 불가능하다. 다만 이미 전국 예약 대수가 200만대를 넘는 등 NDS에 대해 가지는 일본인들의 열성은 높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PSP의 경우는 인터넷 쇼핑몰인 플레이스테이션닷컴에 한정해 19일부터 예약을 개시했고, 순차적으로 개방되어 현재는 일본의 여러 게임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한 상태다. 실제로 한 때 예약자 폭주 때문인지 플레이스테이션닷컴의 홈페이지가 다운된 적도 있고, SCE는 예약의 혼잡을 막기 위해 새로운 예약 방식을 도입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PSP 또한 예약대수는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PSP에 대한 소문중에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소식은 없었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NDS에 비해 일반인의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감은 있다.

NDS와 PSP, 그 전체적 양상

앞서 밝혔 듯이, NDS와 PSP 모두 2만엔 이하의 가격산정과 총력 마케팅으로 닌텐도와 소니 두 회사의 사활을 건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게임기의 대결에 초점을 맞춰보면, 우선 소니는 90년대 중반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장악했을 때의 플스와 PSP의 컨셉을 비슷하게 맞춘 걸 알 수 있다. 플스가 '높은 성능과 대용량 매체, 그리고 CD플레이어 등의 멀티미디어 능력'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평준한 것 처럼, 지금의 PSP도 그러한 점이 부각되어 있다는 것. 즉, 새로운 대용량 매체인 UMD의 채용과 높은 성능을 근본으로 한 게임을 출시해 플스 시리즈처럼 휴대용 게임기 시장도 잠식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NDS는 게임보이 시리즈의 컨셉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다른 휴대용 게임기들이 도전해왔을 때 '마리오'나 '와리오', 혹은 '포켓몬' 같은 큰 타이틀로 뭉게버렸던 것처럼, 실제로 지금 NDS의 진영에는 '마리오'가 있고, '포켓몬'이 있고, '마리오 카트'가 있다. 그리고 PSP보다 뛰어난 인터페이스가 있다.

높은 성능과 대용량이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도 먹힐것이라 전망하는 SCE 진영과, 지나치게 높은 성능은 휴대용 게임기에서 필요가 없다고 답하는 닌텐도 진영.

결국, NDS와 PSP 중 누가 '휴대용 게임기로서 우위를 잡을 것인가'를 놓고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용 게임기에 어느정도의 높은 비주얼과 성능을 가진 게임이 필요한 것인가' 다. 달리 말해 '휴대용 게임기에서 성능과 용량이 어느선까지가 필수적으로 자리잡느냐'가 중요 논점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성능은 좋으면 좋을수록 좋다. 틀림없이 PSP는 '가격에 비해, 혹은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 지나치게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팔리는 게 당연한 기기이다.

하지만 휴대용 게임기에서 '이정도면 충분하다'라는 선은 분명히 있다. 그 정도의 선이, NDS급이 될 것인지 PSP급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의 두 기기의 전개에 달려있다.

지금도 NDS와 PSP의 그래픽 격차는 충분할만큼 크다. 당장 남코에서 두 기종 모두로 발매하는 '릿지레이서'의 경우를 보면, PSP용은 찬사가 빗발치는 반면 NDS의 구현 능력에는 상대적으로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 대해서 NDS는 터치스크린으로 밖에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반격한다. 결국 어느쪽이 우위인지 현재로선 논할 수 없다.

두 기종은 각자의 불안 요소를 지니고 있다. 우선 PSP는 성공 시 PS2에 타격이 주어지게 된다. 상대적으로 PS2와 비슷한 류의 게임이 많이 발매되는 PSP의 경우, 적어도 가정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PS2 쪽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NDS는 하위 호환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NDS가 활성화된다면 종전의 최신 휴대용 게임기 GBA SP는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유추하면, 어느 한 쪽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은 더욱 명확해진다.

또 두 기종은 각자 회피의 노선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PSP는 UMD를 매체로 하는 영화, 혹은 PDA로의 기능을, NDS는 이 기기 자체가 'GB' 시리즈의 정식 후속기기가 아니라고 하는 점이다.

즉, PSP는 휴대용 게임기로의 성공이 어려워질 경우 포터블 기기로의 변모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PMP(휴대용 영상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선명한 화질과 큰 화면, UMD라는 저장매체, 메모리 스틱, 그리고 2만엔 이하의 가격 등은 비단 게임이 아니더라도 멀티미디어 기기로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NDS는 풍부한 인터페이스로 무장했지만 성능에 뒤져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잠식당한다면 정식 'GB' 시리즈를 새로 발표하면 된다. 치명적일 정도의 피해는 있겠지만, PSP보다 더 큰 화면과 성능으로 무장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두 기종의 싸움은, 언젠가 필연적으로 한 기종의 승리로 결판이 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포함한 전체 게임기 시장이 그래왔기 때문이다.

특히 NDS와 PSP는 발매일이 비슷하고, 발매전에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 새턴과 플스의 상황과 비슷하다. 결국, 어느정도 게임기들이 퍼진 시점에서, 새로운 킬러 타이틀이 등장해 전세는 한쪽으로 기운다- 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주도권을 잡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요소가 '포켓몬' 같은 타이틀로 NDS의 편이 될지, 멀티미디어를 쫓는 대규모 얼리어답터들의 합세로 PSP의 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양기 발매일까지 약 5일과 15일. 게임계의 역사가 재 창조되는 날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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