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신권] 'WOW' 왜 난리들인가?
세계 최고의 게임개발사로 평가 받고 있는 블리자드의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는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물론, 오픈 베타 기간 내내 온라인 게임 강대국인 한국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WOW' 자체가 일종의 사회현상이 될 정도에 이르렀다.
탁월한 게임성, 워크래프트 시리즈로 근 10년간 이어져 내려온 매력적이고 탄탄한 시나리오, 최고의 그래픽 등 게임 자체에 있어서 어느 한곳 흠잡을 데가 없는 'WOW'는 기존의 온라인 게임 마니아는 물론, 온라인 게임을 접하지 않거나 피해왔던 게이머들까지 MMORPG의 진정한 재미를 알려주었다.
물론 오픈 베타테스트 도중 루팅랙(일명 모내기 현상), 대규모 전쟁 중 서버 랙현상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말이다.
유료화 시작, 펄펄 끓는 여론
18일 유료화를 발표한 후 요금 체계와 이용 약관에 대한 불만으로, PC방 협회는 WOW 불매운동 공식 선언했고, 게이머들은 'WOW' 공식 사이트(http://www.worldofwarcraft.co.kr) 및 각종 팬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WOW 불매 운동 여론을 다지고 있다. 대체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아보자.
일단 첫째로 'WOW'의 월 이용요금에 관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상용화를 시작한 'WOW'의 월 이용요금은 다음과 같다.
개인 사용자 ? 2만4750원
PC방 - 3000시간 67만1000원(시간당 223원)
기존의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라면 약간 의아해 할지도 모르는 가격이지만 사실 '리니지'가 선도해온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시세에 비추어보면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다. 이 가격은 앞서 상용화를 시작한 '리니지2'(2만9700원)와 인기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2만2000원), 'RF온라인'(1만6500원) 등의 중간 정도 되는 가격인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뮤'(2만7500원), '미르의 전설3'(2만7500원)와 같은 게임에 비교해 봤을 때는 오히려 싼 가격이다. 그러나 오픈 베타 동안 열성적으로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게임방 업주들이 일치 단결해 'WOW'를 불매하려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일단 전자의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북미 시장과의 가격 격차에 있다. 블리자드사가 북미에서 제공하는 'WOW' 서비스의 경우, 월 14.99달러(약 1만6000원) 정도이다. 즉 같은 게임을 두고 미국과 한국의 요금은 9000원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PC방 업주들은 왜 불만인 것일까? PC방의 요금도 앞서 말한 사용자의 요금정책과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일단 해외의 경우 가맹 PC방의 존재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것과의 비교는 차치하고, 국내 온라인 게임과의 가격 비교에서는 오히려 'WOW'쪽이 저렴하다. 그러나 'WOW'의 경우 클로즈 및 오픈 베타테스트가 진행되면서 획기적인 요금체계로 업주와 개발사간의 WIN & WIN 전략을 보여주겠다던 'WOW'측의 약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고만고만한 요금이 업주들에게 가장 큰 불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즉, 한국 온라인 게임 가격의 거품을 쫙 빼줄 것이라 기대했던 'WOW'에 대한 실망이 분노로 변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정말 비싼 것인가?
일단 PC방의 경우 협회의 불매운동 선언에도 불구하고 40%에 가까운 업주들이 이미 사전 계약을 해둔 상태이고, 개인 사용자들의 불매 운동과 상용화 첫 달의 눈치보기 덕분에 오히려 WOW 가맹점은 호황을 누릴 수 있기에 요금에 대한 것을 뒤로 젖혀두더라도 개인 사용자의 불만(북미와의 가격 비교)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미의 경우 첫 이용시 별도의 패키지 비용(49.99달러-5만2000원)을 주고 게임CD를 구입해야 한다. 이 패키지 가격에는 한달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으니 사실상 패키지 가격은 3만6000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미의 사용자가 실제 한국의 사용자에 비해 싼 가격의 혜택을 입게 되는 것은 상용화 서비스 후 4개월이 지난 시점. 즉 5개월에 접어들었을 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또 국내 WOW 이용요금이 3개원 단위로 결제할 경우 6만4900원(월 2만1700원)으로 할인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북미의 사용자가 더 싼 가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6개월 후가 된다는 소리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단순히 블리자드가 전 세계에 판매된 자사의 게임을 50% 이상 팔아준 한국 고객을 봉으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6개월이라는 기간이 주는 묘한 기분은 블리자드 측에서 공공연히 정보를 흘리고 있는 '확장팩' 형식의 추가 패키지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고객들에게는 추후 발매될 확장팩에 대해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공급하겠다' 라고 약속한 블리자드의 약속을 비추어 볼 때, 북미의 사용자들은 적어도 6개월 후에는 또 별도의 패키지 비용을 내고 확장팩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WOW는 유료화에 있어서 시기상조!
'렉이 발생하고, 인던에 들어가려는데 파티가 깨지고, 고립 됐는데 GM은 코빼기도 들이밀지 않고 이따위로 만들어놓고 무슨 유료화냐!'
필자는 오히려 묻고 싶다. 그간 온라인 게임 최강국으로 군림해온 한국에서 10개월에 걸쳐 게임을 테스트해가며 완성된 것을 내보인 곳이 있었는지. 2004년 3월 클로즈 베타를 시작, 2005년 1월 16일까지 테스트를 진행해온 블리자드의 끈기에 필자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오픈 베타 테스트 기간 중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주일간의 장기 점검을 실시한 용기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사실 자신이 키우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고, 일방적으로 일주일이나 서버를 다운시키면서 점검을 실시한 제작사에 대한 불만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한국의 베타족들은 너무나 잘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상용화를 하기 전에 진행하는 테스트, 즉 오픈 베타 테스트 기간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 장기 점검을 실시하는 행위 자체에 사실 어떠한 모순점도 찾기 힘든 것이고, 깊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유저들의 분노는 뿌리 없는 감정의 표출로 해석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테스트가 완료된 지금 시점에서 WOW측의 잘못이라면, 잠재 고객이자 근 1년간의 테스트를 그 어디보다 열심히 진행해준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적절한 대접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 약관의 타당성?
'WOW'의 이용 약관은 누가 보더라도 분통이 터질만한 사항이다. 일단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블리자드 약관
귀하가 "표준 최종 사용자"인 경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의 중단에 대해 상술한 바와 같은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서비스가 삼 일(72시간) 이상 중지되거나 중단된 경우 귀하는 서비스를 종료하거 나 귀하의 계정에 "게임 시간 조정"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현재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여기.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은 채 72시간 이상 중지되면 4배의 기간 연장을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 약관에 동의를 하고 가입한 사용자들은 사전 통지 없이 71시간 서버가 다운 되더라도 아무런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 온라인 게임을 대표하는 '리니지2'의 경우는 어떨까?
리니지2 약관
제 5 장 손해배상 및 환불
제18조 (손해배상)
① 회사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4시간이상 연속해서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 정 액 계정에 한해 서비스 중지/장애시간의 3배에 해당하는 이용시간을 무료로 연장합니다.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게임이나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4시간 안에 복구하고 서버를 다시 시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사소한 문제점일 경우는 모르겠지만, 조금 비중이 있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또 그 발생 시간이 핵심 요원들이 언제나 근무중인 상태일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니지2'의 약관이 이렇게 정립된 것은 NC소프트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즉, 개발에서 유통, 운영까지 모두 한 회사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사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약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WOW'는 어떤가. 72시간의 유예 기간을 설정한 것은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블리자드 본사가 미국에 있다는 것을 토대로 설정한 안정적인 복구시간일 것이다. 즉, 국내 퍼블리셔인 손오공과 비벤디의 경우는 자신들은 한국 내의 'WOW'에 대해서는 그저 상영관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 없다.
그렇다면 실제 71시간을 서버다운 시켜놓고 'WOW'측에서 '약관에 나와 있으니 무효!' 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국내 온라인 게임도 약관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터무니 없는 사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WOW'의 경우 이용요금 문제와 함께 외국 회사의 게임이라는 미운털이 더해져서 불거져 나온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단시간의 접속 불가나 문제점에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할 것이다. 약관 자체는 혹시 모를 법적 문제에 대한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초대형 게임 제작사인 블리자드의 발상 치고는 너무나 소심하고 우습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 내적인 요소
필자는 'WOW' 오픈 베타 첫날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노스샤이어 수도원 앞에서 허름한 갑옷과 로브를 차려 입은 수 많은 용사들이 한 여름 농번기의 풍경을 연출하던 기억을 말이다. 일명 모내기 현상이라고 불렸던 이것은 'WOW'의 초반 문제점을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WOW'는 지속적인 수정을 통해 많은 문제점을 해결해왔고, 상용화를 앞둔 즈음에는 치명적이라고 생각 될 만한 가시적인 문제점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보인다. 물론 대규모 전쟁에서의 렉, 경매장에서의 문제점, 그 외의 사소한 버그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미룰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만렙 이후의 콘텐츠가 무엇인가? 앵벌이 게임으로 전락하는가?
필자는 오픈 베타 첫 날부터 한명의 캐릭터만을 육성해왔고, 상용화 하루 전에 겨우 59레벨에 다다른, 어찌 보면 굉장히 느긋하게 게임을 진행해온 사람이다. 사냥만으로 고 레벨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고, 가능한 한 퀘스트 중심으로 진행하며 게임에 푹 빠져있던 게이머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글을 마치고 몇 개의 퀘스트만 끝내면 필자도 영광의 만렙(60레벨)에 다다를 수 있고, 그 설렘에 당장이라도 원고 펑크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필자는 지금 만렙을 찍은 후에 할 일이 너무 많다. 소위 말하는 앵벌이도 해보고 싶고, 전쟁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해보고 싶고, 대장장이의 달인이 되어서 검은 무쇠와 아케나이트를 마음껏 사용해 보고 싶다. 유령 안경을 껴야지 볼 수 있다는 유령 상인도 만나보고 싶고, 그간 나를 무시하던 NPC들에게 발전한 내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솔직한 심경으로 만렙으로 한달은 넉넉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상용화와 동시에 플레이어의 정보를 초기화하고 모두 1레벨에서 시작하도록 하지 않은 한국시장에 대한 'WOW'측의 배려는 오히려 필자의 입장에서는 실수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1레벨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했더라면, 문제가 되고 있는 인구 비례나 직업 편중에 대한 사항의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상용화와 함께 처음 'WOW'를 접하는 게이머는 얼마나 재미있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필자는 오히려 고 레벨의 캐릭터와 좋은 장비를 가진 게이머보다 더 그들이 부럽다. 이런 감상적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블리자드에서 발표한 추후의 'WOW'의 발전 방향에 대해 잠시 알아보도록 하자.
PVP 전장 시스템
'워크래프트3'를 즐겨봤던 플레이어라면 유닛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면서 마치 자신이 그 유닛의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봤을 것이다. 블리자드에서 공개한 PVP 전장 시스템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대 진영의 무의미한 소모성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즐거운 전쟁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공격대를 형성, 인스턴트 던젼 형식의 맵에서 호드측과의 전쟁을 하는 것으로, 각자의 직업과 레벨에 따라 공격조, 수비조, 생산조 등으로 편성되어 플레이어 하나하나가 '워크래프트3'의 유닛이 된 것처럼 상대 진영과의 전쟁으로 승부를 가리는 형태의 퀘스트를 말한다.
이 전장 맵에서 낮은 레벨의 플레이어는 후방에서 생산과 관련된 퀘스트를 진행해서 아군에게 자원 보급을 하고, 그것을 통해 전방의 공격대는 적진을 공격하고, 최후에는 적의 본진을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연 성공할 것인가?
필자의 솔직한 심경으로는, WOW라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게임 외적인 이유로 인해 사장되어 버리는 것이 싫다. 그리고, 이 정도로 잘 만든 게임은 성공을 못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간 패키지 게임만을 판매하고 이 후의 서버 유지와 패치는 무료 서비스인척 진행해왔던 블리자드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온라인 게임의 개발은 연애와 같다' 는 것.
즉, 사용자의 의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기울여 잘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매번 사용자가 접속 할 때마다 더욱 사랑 받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 마인드를 구축하는 것은 온라인 게임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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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권 비트메이지 게임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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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2000년 제우미디어
2001년~2002년 안다미로 게임 기획
현재 비트메이지 게임 기획
<본 칼럼은 게임동아의 기사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