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의 신개념 차량 격투 게임, 스틸독
이토록 즐거운 폭발
스틸독을 공개했을 때 좀 놀랐습니다. 탱크와 차량이 건물과 통로 사이를 누비며 다투는 게임이라니. 그 편협한 공간에서 후진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공중으로 차량을 날릴 수 있어요" 부분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좁은 골목도 모자라 공중까지 나아간 차량의
조작 문제가 심히 걱정되었으니까요. 척 봐도 캐주얼 게임이 아니더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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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따운 폭발과 연출
NC가 그래픽은 잘 뽑습니다. 스틸독은 어느 정도냐 하면 기관총을 갈기면 탄피가 우르르 떨어지고 탱크가 지나가면 바닥이 우지근 꺼집니다.
연출도 좋아요. 퍽하고 폭발하는 풍경은 어쩜 그렇게 아리따운지. 그 폭발의 후폭풍에 제 볼을 부비부비하고 싶더군요. 심지어 서로 맞장 뜰
때는 내 손수 하늘서 미쳐 날뛰는 말괄량이 하피를 사라지게 할 탱크의 포탄이 되고 싶었다니까요. 정말입니다.(하피는 유일하게 공중공격이
가능한 차입니다. 스틸독계의 이단아으로 하피소룡이라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나온 게임 중에 이렇게 격렬하게 숨 쉬는 맵 디자인은 오랜만, 아니 처음입니다. 비디오게임이라 해도 믿을 정도에요. 그냥 포장만
좋은 게 아닙니다. 꽤나 신경을 썼더군요. 위와 아래 양쪽을 커버하면서 재미있는 맵을 만드는게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중력과 물리를
적용했고 플레이어가 건드리면 거기에 맞춰 맵이 반응합니다. 상급자용 돌고돌아라 맵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맵을 덮은 잡음 낀 거친 질감이
강철개 스타일을 잘 살리고 있는 것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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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볍지 않은
가까스로 튜트리얼의 폭풍을 넘었고 저는 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장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다들 천장에서 바라보는 탑뷰 시점이 낯설어
겨우 앞으로 가고 총알이나 쏘는 상태더군요. 어떤 이는 연신 구석에 키스하고 있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자신을 놓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나는 분명 앞으로 가고 있는데 화면 속 탱크는 아래로 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게임도 드뭅니다. 바로
옆에 하트라도 먹을라치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내 탱크가, 내 차가 아닌 거 같습니다. 스틸독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을 놓치는
상황은 두 가지가 있겠습니다. 첫번째는 방향불일치로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일 때. 두번째는 외부의 다른 힘. 첫번째는 비행기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고 두번째는 한밤중 어머님의 발소리 정도일까..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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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스크의 속사포는 상대차량을 날려서 엎어버립니다. 속사포를 맞은 플레이어는 통제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조작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게임이 플레이어의 통제권을 빼앗는 것은 무슨 일입니까. 이건 그냥 물리법칙을 적용한 기념으로 기술력이나 뽐내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봐요. 굳이 엎어서 조작 불능 상태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옆으로 틀어지거나 뱅그르르 회전하도록 해서 상대의 공격방향을 돌리는 것으로도 바실리스크의 속사포 효과는 충분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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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힘들지
애초에 좁은 골목이 아닌 넓은 평지서 굴러가게 만들었다면 이런 조작의 고통은 훨씬 덜 했을 겁니다. 바퀴가 있는 물체는 원래 일정 구간을
이동하기 전까지 정확히 어디로 튈지 잘 모릅니다. 스틸독의 맵은 대체로 이렇게 플레이어가 이동을 해서 동선을 파악하는 공간이 짧아요. 게다가
물리가 적용돼서 키보드를 누른다고 차가 바로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즉시 반응하지도 않으면서 공간은 좁고 동선도 짧으니 콘트롤이 어려운 건
뻔합니다. 에이, 조작의 고통스러움은 이미 여러 사람에 의해 검증된 것이니 그렇다 칩시다. 사실 스틸독은 어차피 이 문제를 끝까지 떠안고
가려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래도 고심은 했더군요. 자동조준포탑은 말할 것도 없고 탱크는 느리고 차는 빠른 것도 그렇고요. 부족한 조작
때문에 파생되는 여러 문제를 메우기 위한 기능을 참 다양하게 제공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하트를 먹을 때 꼼지락거리는 게 정말 괴롭다고
얘기했죠. 초보건 고수건 모두가 힘들어 합니다. 근데 이건 스틸독이 제공하는 기능 중에 대시부스터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검지 하나로
화살표만 톡-톡- 두 번 누르면 얼마든지 하트 따위 먹어줄 수 있는 겁니다. 말하자면 특정한 기능을 어떤 곳에, 어떤 때에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게임입니다. 뭐 하트를 먹는 가장 쉬운 방법 정도야 기초적인 얘기고 아무튼 이런 응용이 상당히 필요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응용 덕분에 게임이 상당한 깊이를 가지게 되었으니 조작의 고통을 안고 갈 생각을 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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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플레이 하지만...
게임을 해본 사람 대다수의 평은 "하면 할수록 빠져드네요"입니다. 상당히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것부터 간단한 것까지 얼마나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한지 열거할 수가 없군요. 도약용 발판에 지뢰를 올려 상대에게 날린다거나, 언덕 꼭대기에서 밑으로 지뢰를 떨어뜨리는 플레이는
간단하지만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것들이죠. 게임 초반의 고통을 참아낸 자들에게 허락된 게임의 럭셔리 영역이라고 해둡시다. 암튼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고 맵을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플레이가 게임 안에 숨어 있어서 그걸 발견했을 때의 기쁨도 있고, 점점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뭐 그러니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초반을 넘길 수만 있다면, 상당히 괜찮은 게임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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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얘기지만 문제는 이런 게임의 럭셔리 영역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곳까지 도달하기가 순탄치 않다는 것이죠. 키보드나 깔짝거리던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스틸독은 접했을 때 받을 좌절감을 저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위에서 말했지만 이렇게 괜찮은 죽음은 참 오랜만입니다. 자폭도 그렇고요. 내 차가 파괴되서 죽는다는 건 즐겁지 않은 것이죠. 그리고 초보자는 언제나 죽어납니다. 이걸 흐뭇하게 포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그 이후의 선택이야 본인의 의사고 일단 게임의 가장 근사한 영역에 도달할 때까지 초보를 잡아둘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걸 좀 내세워 밀고 나가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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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사실 처음에는 지뢰나 질질 흘리고 다니면서 총이나 살짝 쏘는 게임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런 철없는 요구를
하는지. 초반 플레이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게임이 요구하는 게 많더군요. 시작하자마자 받은 조작의 상처는 물론이거니와 수첩에
필기한 플레이 기능만 12가지였으니까. 화도 났습니다. 조작에 익숙해지기까지 3일이 걸렸어요. 그 부족한 조작을 지뢰 깔기로 만회 했드랬죠.
근데 그깟 지뢰를 까는 데에도 다양한 수법이 있다는 걸 알고 평범치 아니하구나 생각했던 겁니다. 실제로 맵도 꽤 잘 만들었고 핵심적인 플레이
설계도 훌륭하죠. 조작의 고통을 통과할 수 있다면 스틸독은 보기 드물게 참 괜찮은 게임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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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미션모드에서 알려주는 스틸독의 모든 기능을 여기 모았습니다.
액티브아머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튀어나와 부딪히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왕하트
부서진 적 기체를 들이 받으면 회복용 하트가 나옵니다. 액티브 아머로 받으면 왕하트가 나오지요. 2/3를 채워줍니다. 액티브 아머는 물론
밑에서 소개할 대시부스터로도 왕하트를 뽑을 수 있습니다.
대시부스터
공격과 회피는 물론 상당히 쓰임새가 많은 기능입니다. 기체에 따라 횟수, 장착 여부가 다릅니다. 방향키를 연속으로 두 번 누르면 발동되고
그 방향으로 신속히 이동합니다. 차량의 경우 드리프트를 통해 대시부스터 게이지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더군요.
드리프트
탱크는 불가능합니다. 차량은 탱크와 달리 제자리 회전이 불가능하므로 이를 보완키 위해 작은 각으로 코너링을 합니다. 이때 대시부스터가
1/4씩 충전됩니다.
코어 실드
어느 선까지 파괴되면 포탑은 살아남습니다. 코어실드 기능인데요. 그래서 계속 공격할 수 있습니다. 실드는 적의 공격을 받으면 줄고,
시간이 되면 자동 폭발합니다.
점프
탱크는 장시간 공중에 떠 있는 수직추친기를 사용합니다. 이때 방향키 입력으로 공중에서 이동이 가능합니다.
방어벽
기체에 따라 없는 것도 있으며 방어벽이 0이 될때까지 적의 공격을 막습니다. 진행 방향이 반대 쪽에 설치되므로 뒤따라 오는 적의 공격을
차단할 때 효과적입니다.
실드
화살표의 위와 아래를 동시에 누르면 움직일 수 없는 대신 적의 공격을 반으로 줄여주는 실드가 발동됩니다. 노란색 띠가 몸통을 감아서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
팀실드
팀원과 일정 반경 안에 있으면 주위 팀원 간 방어력과 속도가 상승합니다.
드래곤 킥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적 기체에 대시부스터로 날아가 큰 대미지를 주는 기술. 현재는 공중클래스인 하피만 가능하며 느린 탱크는 회피가
쉽지 않습니다. "아뵤" 효과음이 인상적입니다. 대시부스터 게이지가 충전된 상태에서 점프를 하면 적 기채에 드래곤킥 마크가 뜹니다. 재빨리
A키를 연타하면 발동.
자폭
상대에게 당한 상태에서 기다리기 보다 자폭키를 눌러보세요. 근처에 있는 모든 적을 폭파합니다. 대신 피하기도 쉽습니다. 주로 정신없는
풀방(모든 인원이 다 찬 방)플레이에서 심심찮게 대박이 터집니다. 자신이 파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폭은 -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