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족 사랑 윤활제되는 게임문화 기대하며'

고교 내신등급제, 고가의 사교육비 문제,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교육부의 대학 입시제도를 비판하는 초유의 고교생 촛불시위 움직임 등으로 연일 언론과 학교가 들끓고 있다.

과거, 3년 공부하고, 하루 또는 이틀에 대학입시를 결정하던 시기에 비교하면 요즘의 고등학생은 내신평가라는 이유로 1학년부터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있다. 부모들의 경쟁심리에 떠 밀려, 친구들과의 갈등관계가 더욱 언론에 부각되고, 친구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 설명해 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없어진 듯이 각박하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학생시절에 시험이 끝나면 문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로 극장가던 것이, 이제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는 것으로 바뀌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 부르며 춤도 추고, 농구, 축구 등의 운동도 하며, 또는 재미있는 비디오게임을 함께 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분명, 함께 공부하고, 함께 운동하고, 공통의 취미로서 함께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건전한 모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화제의 한가운데 있는 고교생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아버지가 있다. 한편으로는 게임을 평가해 주고, 고객입장에서 모니터링해 주는 최고의 협력자를 공부에 빼앗긴 게임업계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집안의 가장이 게임산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집안에는 이중적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말았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공부에 방해되는 게임을 아빠가 더 이상 가져오지 말았으면 하면서도, 아내의 입장으로는 아빠가 만드는 게임이 많이 팔리기를 바라고 있다.

아들은 학생으로서 공부시간도 빠듯하고, 자기가 즐기는 게임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자식으로서 아빠가 주는 게임을 함께 즐기고, 평가해 주고 아빠를 위해 시간을 배려하여 도움 드리고 싶은 면도 있다. 가장으로서 아빠는 게임을 많이 팔아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게임을 적절히 즐기면서, 공부도 잘 해 주길 바라는 학부모이기도 하다.

거실의 TV, 아파트 분양시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부엌의 소형TV, 아이방에 교육방송 시청용(우리집은 비디오게임용)의 TV, 이렇게 집집마다 3대 정도 갖춰 놓고 있는 것이 중고생이 있는 오늘날 집의 일반적 모습이다. 어느날, 거실서 TV를 시청하다가, 나 혼자 보고 있길래, 가족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가 찾아 보았더니, 아내는 부엌에서, 아이들은 애들방에서 각자가 즐기는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족간의 대화 단절, 건전한 취미생활의 상실, 불건전한 내용의 시청 등 TV보지 않기 운동이 왜 있는지 불현듯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에 관계없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 남녀노소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게임에서도 제공되면 가족을 위한 문화도구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마니아 중심의 게임에서 탈피하여, 누구나 간단하게 조작하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제작, 공급하는 것이다. 비디오게임에서 소외된 어린이, 여성, 중년층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한 게임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는 명절 등의 가족모임에서 어른들은 거실에서 화투, 애들은 노래방 가기 등 따로 노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유치원 입학전의 조카와 함께 게임 속의 풍선을 함께 터뜨리며 즐기고, 아들이 게임 속에 직접 만든 풍선 터뜨리는 게임판에서 함께 놀고, 여자애들은 예쁜 공주도 키우고, 하루 종일 다양하게 돌아가면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취미가 음악감상이던 아니던, 오디오컴포넌트는 하나 장만해 두고, 가끔씩 음악듣고, 라디오 듣는 것처럼, 영화감상이 취미던 아니던 DVD플레이어는 하나 갖춰놓고, 가끔씩 영화를 즐기는 것처럼, 비디오게임기 하나 갖춰 놓고, 혼자일지라도 가족모임 때라도 즐길 수 있는 때가 오고 있다.

그 때가 빨리 오기 위해서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보편적 게임이 늘어나야 한다. 마니아만이 아닌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폭넓은 게임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DVD 영화 감상이 취미 인 사람이 똑 같은 영화를 매일 보지는 않듯이, 음악 감상을 즐기는 사람일지라도 하나의 CD로 똑 같은 음악만을 듣는 것이 아니듯이 DVD 플레이어나 오디오콤포넌트처럼 가정의 가전 제품으로, 그리고 수시로 즐길 수 있는 가정의 여가선용 놀이문화 도구로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어린이, 여성, 중년층도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을 제공하는 것으로 비디오게임 문화를 보편화시키고, 건전한 오락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아내, 아들에게 사랑과 존경받는 게임산업 종사자 아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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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식 총괄이사 약력

1988년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8년 한국후지쯔 입사

1998년 한국후지쯔 소프트웨어사업부 기획팀장

1999년~2002년 일본후지쯔 본사 근무

2004년 한국후지쯔 사업개발팀장

2004년 사이버프론트제넥스코리아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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