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정대 기행기 4편
"양연희 허벅지는 백만불짜리, 종아리는 끝내줘요~"
행군 10일차, 아니 9일차. 잘 모르겠다. 여기서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참 둔해진다. 눈뜨면 텐트 걷고 밥 먹고 행군하고, 점심 먹고 행군하고, 행군이 끝나는 희열을 하루에 한 번씩 맛보는 그 시간만이 중요할 뿐,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포항에서 출발해서 걸은 거리가 벌써 250km라고 한다. 불과 3일전까지 100km를 돌파해 수박화채 하나로 우리 대원들을 감동시키고 1/7 걸었다며 기뻐했는데, 이젠 1/3 걸었다고 셈할 수 있다.
하루의 시작은 곧 행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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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땐 서로 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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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튼튼하진 않지만 그래도 쓸만한 두 다리에게 오늘은 꼭 칭찬을 해주고 싶다. "양연희 허벅지는 백만불짜리, 종아리는 끝내줘요~" 200km 돌파기념으로 우리는 파티를 했다. 맥주와 통돼지. 저번에 수박화채에 이어 통돼지구이로 우리 대원들은 모두 우리의 영양식을 책임지고 있는 온달님을 찬양하게 되었다.
온달님! 온달님!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생각할 필요 없고, 간식 하나에, 수박화채 하나에 감동이 밀려온다. 행동은 원초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들의 생각하는 깊이는 점점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집합할 때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우리는 자신 때문에 남들에게 피해 입히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우리만의 파티는 특별한 스테레오 장치가 없어도, 화려한 나이트 조명이 없어도 충분히 즐겁다.
지친 동료를 위로해 주면서 함께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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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 만찬과 함께 내일도 함께하길 기원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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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즐거웠던 날, 난 오늘 또 울었다. 부끄럽다. 여기서는 화장도, 다른 여타의 치장도 없이 내 모습 그대로 보이고 있어 조금 더 쉽게 눈물을 내보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우리조의 힘이 되었던 다경이가 조모상으로 인해 갑자기 원정대를 떠났기 때문이다.
바빠서 정신 없이 가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이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짐 정리 하느라 바빠서 정신 없이 그냥 다경이를 보낸 것이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