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기] 블리즈콘 행사의 모든 것
이른 아침부터 설레였기 때문일까. 샤워를 했음에도 곧바로 부시시해지는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오전 8시임을 확인한 것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비행기에 탑승한지 6시간쯤 지난 후였다.
블리자드에서 주최하는 '블리즈콘' 행사. 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과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의 발표, 그리고 프로게이머 대전 등 게이머들을 위해 블리자드가 준비한 대규모 서비스 행사로,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필자는 지금 먼 미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LA는 멀다. 시속 1000km에 가까운 속도로도 장장 12시간을 가야 하는 비행이기 때문에 늘 그렇듯 동료 기자들과 비행기 기내식에 대해 평론한다든지, 게임계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등 지루한 시간을 달랬다. 하지만 큰 몸집에 좁은 비행기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보니 불편하기가 이를 데 없었고, 그래서 그냥 와인을 몇 잔 마시고 잠을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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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공항의 첫 느낌은 산뜻하다는 것이었다. 날씨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초여름 날씨 같았는데, 체감 날씨에 비해 바람은 선선한 편이었다(꽤나 옷을 두툼하게 입고 있어서 별다른 추위를 느끼진 못했지만 주위에서 얇게 입고 왔다가 떠는 기자들이 있었다).그리고 가이드로부터 강수량이 적다는 얘길 들었는데 바람에 살짝 물기가 스쳐 지나가는 게 퍽퍽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물이 풍족해 보이는 인상이 들었다.
공항을 빠져 나온 뒤에는 곧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은 미국 애너하임에 있는 '컨벤션 센터'로, 웅장한 그 모습은 흡사 국내의 코엑스를 보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커다란 홀안에서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을 잔뜩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정식 행사가 치뤄지기 하루 전이었기 때문에 따로 볼 것은 없었던만큼 외관만 구경하고는 호텔로 돌아와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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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바로 옆에 있는 '힐튼 호텔'. 여기에 친하게 지내는 스포츠 조선의 모 기자님과 함께 짐을 풀고, 출국 때부터 내내 함께 다녔던 프로게이머 이윤열 선수와 함께 시내를 배회했다. 간단한 쇼핑과, 또 거리의 10대 외국 아이들과 어울려서 이런 저런 얘길 하다보니 어느덧 첫날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블리즈콘, 수많은 인파와 함께 본격 개막
이튿날 아침, 행사장에는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주최측인 블리자드의 행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120달러(한화 약 13만원)인 행사 티켓 8,000장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대단하지 않은가? 게임 행사를 위해 그정도의 비싼 돈을 들이는 사람이 넘친다는 것)
행사장에 들어서자 먼저 '블리자드'라는 커다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캐릭터 중 하나가 조형물이 되어 취재진들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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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은 무척이나 넓었고, 또 어두웠다. 행사장은 커다랗게 네 개의 섹션으로 이뤄져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우측에는 본 행사의 하일라이트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판이 공개되어 있었다.
행사의 하일라이트, WOW 확장판
확장판은 여러가지가 공개됐지만 (자세한 확장판 공개 소식은 여기로: http://gamedonga.co.kr/gamenews/gamenewsview.asp?sendgamenews=14556) 제일 주목받은 것이 바로 호드의 새로운 종족인 '블러드 엘프' 였다. 행사장에서는 공개된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플레이가 가능토록 해줬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인산인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몰려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질서를 잘 맞춰줘 별다른 소란없이 '확장팩'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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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블러드 엘프'를 고르는 모습을 보였고, 행사장에서의 캐릭터 레벨이 60으로 맞춰져 있었던 만큼(확장팩에서는 레벨이 70까지로 상향조정되어 있었다)새로운 퀘스트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WOW'의 50에서 60까지 레벨에서 즐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60에서 70까지의 레벨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이번 확장팩도 꽤나 볼륨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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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새로운 호드 종족인 '블러드 엘프'가 엘프 계열이기 때문에 얼라이언스의 엘프 종족과 의사소통이 될까도 생각해봤지만, 결과적으로 되지 않았다. 진영 별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인 제재인 듯. 본 기자도 순서를 기다려서 대략 30분 정도의 체험을 해보았는데, 죄다 주위에서 영어로 설명해줘서 새로운 마법과 테마를 완벽하게 시연해보진 못했다. 다만 고수급의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보며 그들이 얼마나 감동하는지, 얼마나 많은 부분이 새로 제작됐는지를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 배틀 그라운드
이어 맞은편을 보자, '배틀 그라운드'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WOW'의 전투가 한창 이었다. 다중접속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MMORPG)로서는 드물게 컨트롤이 공격의 중요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많은 고수 게이머들이 서로 치열하게 컨트롤해가며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지의 게이머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국내의 게이머들 못지 않은 호전적인 전투를 보여 새삼 놀라웠다. 덫을 사용하거나, 각종 스킬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국내 최고수급 게이머들과 큰 차이 없어 보였다. 한 번쯤 '배틀 그라운드'에서의 세계 대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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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그라운드에서의 결투에 혼을 빼앗기고 있다가 주위 블리자드 관계자에게 "향후, 혹은 이번 확장판에서 각 서버들끼리 통합해서 배틀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해봤는데,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향후에는 혹시나 각 서버 간 최강 게이머들끼리의 대전도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모습 드러내다
이어 뒤쪽으로 돌아갔더니 PC용이 아닌 비디오 게임기 Xbox용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부스가 보였다. 부스 앞에는 정말로 인형 같은 여인이 코스프레를 하고 서 있었는데, 블리자드 측에서 준비한 마네킹 인형과 너무도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흡사 마네킹 인형을 그녀를 본 따서 만든 게 아닌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의 첫 느낌은 Xbox용 소프트웨어 '헤일로'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같은 플랫폼이다보니 느낄 수 밖에 없는 비슷한 색감, 그리고 동일한 장르에서 오는 동질감 같은 것 때문이리라.
크게 이 부스는 '테란' 진영과 '저그'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테란은 '마린' '고스트' 그리고 '파이어뱃' 등을 이용할 수 있었고 탱크 등의 기갑물(?)도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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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마린'은 그대로 FPS 게임의 표준 주인공 같은 모습을 띄고 있었는데, 적절한 사정거리와 속도로 누구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화끈한 공격력을 가지고 싶은 게이머는 '파이어 뱃'을 고르는 경향이 많았고 역시나 마구 상대를 지져대는 모습을 보니 과연 '파이어 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메탈기어 솔리드'처럼 잠입성을 느끼려고 '고스트'를 골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눈에 띄었다.
반대로 저그 진영은, 캥거루처럼 우스꽝스럽게 뛰어다니는 저글링과 레이저 빔처럼 침을 뱉어(?)대는 히드라의 모습이 일품이었다. 저글링은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앞발이 낫처럼 되어있었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등에 무언가 낫 같은 것이 불쑥 튀어나온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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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테란 진영의 '마린'보다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데다 근거리에서 마구 낫을 휘두를 수 있어 접근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FPS 게임이 강한 유럽지구 쪽 게이머들이 많다보니 지그재그로 달려드는 저글링과 이에 대응하는 마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과연 처음 플레이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난도 플레이를 보여 깜짝 놀랐다. 재미있는 것은 저글링이든 히드라든 모두 땅속에 숨는 것이 가능했는데, 위험할 때마다 슈슈슉 숨어버리는 모습이 굉장히 코믹스러워 보였다.
프로게이머 대전이 펼쳐지다
이렇게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부스를 돌아보고 나니 슬슬 프로게이머의 대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각국에서 내로라 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이번 행사를 위해 대거 초청됐는데, 국내에서는 박정석, 임요환, 홍진호, 강민 네 명의 '스타크래프트' 선수와 황태민의 '워크래프트' 선수가 초청돼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국내 선수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아무도 큰 긴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 다들 '한국 선수들끼리 붙는 게 가장 부담된다'고 할 정도로 세계 최강 급의 실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리라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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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8강조에 한 명씩 배치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은 전부 상대편 외국 선수들을 누르고 한국 선수끼리의 4강 구도를 만들었다. 경기는 목소리가 매우 좋은 어떤 외국 선수가 중계를 했는데, 옵저버를 찍는 수준이 매우 떨어져서 경기를 보는데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2,000명에 가까운 게이머들이 모여들어 구경함으로써 '스타크'와 '워크'에 대한 해외의 인기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이 프로게이머 중 우승자에게는 무게가 50Kg이 넘는 '칼'이 기념 선물로 주어진다고 했는데, 흡사 '엑스칼리버' 칼 같은 웅장한 그 모습은 모두를 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윤열, 홍진호 등 국내 프로게이머들도 그 칼을 보고 모두 전의를 불태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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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틀간 진행된 행사는 계속적으로 많은 게이머들을 불러모았고, 또 만족시켜 주었다. 행사가 진행된 이틀 내내 확장팩과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프로게이머 대전 또한 결승에 가까워질수록 많은 게이머들을 불러모았다. '스타크래프트'는 '이벤트전의 황제'로 불리우는 홍진호가 우승함으로써 엑스칼리버 칼의 주인공이 됐으며, '워크래프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청된 황태민이 결승에 오르는 분전 끝에 네덜란드의 '마뉴엘' 선수에게 석패해 울분을 삼켰다.
행사를 마치며…
블리자드에서는 이번 '블리즈 콘'의 마지막 날인 이틀째를 화려한 콘서트와 칵테일밤, 그리고 코스프레 행사로 막을 내렸다. 이렇게 '블리즈 콘'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기자들도 드디어 바쁜 걸음을 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웅장한 'WOW'의 세계처럼, 컨벤션 센터를 이틀동안 통째로 뒤흔들어 놓은 블리자드의 '블리즈 콘' 행사. 바쁜 일정 때문에 채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한국행 비행기로 올라탔지만, 귀중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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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2회, 3회의 '블리즈 콘' 행사가 개최되길 빌며, 또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소식이 전무했다는 것에 대해 씁쓸한 아쉬움을 남기며 이번 행사는 끝마쳐졌다. 12시간이 지난 뒤 돌아온 한국땅. 매번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고없이 잘 돌아온 것은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