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도 태극기 수난시대?
최근 성황리 개최된 국제행사 APEC에 잘못 그려진 태극기가 올라간 사건에 이어, 60여개국이 참가하며 세계 최대급의 국제게임대회로 불리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대회에서도 주최측의 미비로 태극기가 준비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WCG의 경우 국내 주관사인 ICM(대표 정흥섭)이 직접 대회를 주관하고, 한국 국가대표 선발권과 파견, 관리까지 도맡아 온 상태여서 이번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한 태극기마저 준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도대체 ICM이 어느 나라 기업이고 대회를 준비할 자격이 있는가"에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WCG는 주관사인 ICM(대표 정흥섭)이 '게임 올림픽'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국제게임대회로, 지난 16~20일 싱가포르에서 성대하게 2005년을 수놓는 결승대회인 '그랜드 파이널'을 치룬 바 있다. 이번 그랜드 파이널에서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와 '워해머40k'의 두 종목에서 우승하고 '데드 오어 얼라이브 얼티메이트' 부문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종합 2위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시상식 등 전 세계 미디어가 함께 한 공식 행사에 태극기를 들고 나가지 못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한 국내에 전송된 관련 우승자들의 사진을 보더라도 태극기가 걸려 있는 사진은 전무하고 온통 삼성전자와 WCG 로고만이 드러나 있어 게임올림픽에서 국위를 선양했다기 보다는 삼성전자가 후원한 게임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모습은 대회에 참가한 다른 나라의 경우 자국의 국기를 준비해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모습, 이에 대해 한국 선수단을 관리했던 ICM 측은 "미처 태극기를 준비하지 못했다. 그것은 선수단에서 준비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모습 가운데 실제 대회장에서도 삼성의 행사에 참가했다는 것이지, 태극기도 없이 한 나라의 국가대표로 참가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국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관리해야할 ICM이 대회장에 걸리는 국기외에 한국 국기는 준비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WCG를 알리는 홍보물만을 챙긴 것은 어처구니 없는일"이라고 말했다.